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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닮은 길고양이, 절묘한 자세 고양이가 별 뜻 없이 취하는 엉뚱한 자세가 때론 큰 웃음을 줍니다. 잠시 눈밭 위로 마실 갔던 길고양이는, 발이랑 엉덩이가 시렸는지 눈 없는 쪽으로 살짝 몸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자세가 저렇게 절묘한지요. 등줄기의 무늬를 따라 완벽한 대칭 구도를 자랑하는, 오동통한 등짝도 사랑스럽지만, 고양이 등 뒤로 톡 떨어진 낙엽 한 장이 없었다면 조금은 쓸쓸해 보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낙엽과 고양이가 짝을 이루어 재미난 풍경이 되었네요. 이 날은 날씨가 무척 추워 코가 빨갛게 얼 지경이었지만, 이렇게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추위도 잊어버리고 맙니다. 겨울이면 늘 감기를 달고 사는 건, 그런 까닭인지도... 저는 길고양이 사진도 좋아하지만, 고양이 발자국 사진도 참 좋아합니다. 고양이가 남긴 발자국에는, .. 2009. 2. 7.
아름다운 맨섬고양이 기념주화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맨섬고양이 기념주화에 반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일본의 꼬리짧은 고양이 ‘재패니즈 봅테일’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요, 영국령인 맨섬에도 꼬리짧은 ‘맨섬고양이’(manx cat)가 있습니다. 이 맨섬고양이를 기려 1988년부터 제작된 고양이 기념주화에는, 매년 다른 종의 고양이 그림이 정밀하게 새겨져 수집욕을 자극합니다. 거문도 고양이 관련 아이템을 찾고 있던 저에게는 눈이 번쩍 뜨이는 기념품이었습니다. 맨섬고양이 역시 섬고양이거든요. 맨섬고양이 주화에는 금화, 은화, 백동화의 세 가지 버전이 있고, 이것의 변종으로 고양이 문양에 색을 입한 채색주화가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고양이 주화를 전부 다 모으기엔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겠지만, 좋아하는 타입의 고양이가 새겨진 은화나 백.. 2009. 2. 6.
숨이 섞인다 퇴근하고 돌아오면, 스밀라가 현관 앞 방석에 몸을 동그랗게 부풀리고 고요히 앉아있다. 예전에는 신발 벗는 곳까지 걸어나와 우두커니 앉아있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매번 붙잡혀 네 발을 닦이고 나더니,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대신 현관까지 와서 내 다리에 머리를 부빈다. 온몸으로 환영인사를 하는 스밀라를 번쩍 안아들고 얼굴을 바짝 댄다. 아르마딜로처럼 등을 둥글게 한 스밀라가 색색ㅡ 숨을 몰아쉰다. 앙증맞은 갈색 코에서 흘러나오는 콧바람이 얼굴에 닿는다. 살아있는 것이 내쉬는 숨은 따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차다. 그렇게 조그만 코에서 흘러나오는 콧바람도 나름 바람인 거다. 나도 지지 않고 스밀라 얼굴에 콧바람을 흥흥 불어넣다가, 스밀라가 뿜어낸 숨을 들이마신다. 허공에서 숨이 섞인다. 2009. 2. 5.
인간과 동물 사이, 몽환적인 인형들 [예술가의 고양이 1] 인간과 동물 사이, 몽환적인 인형들-인형작가 이재연 인형작가 이재연의 작품은 인간과 동물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환상동화 속에서 걸어나온 듯한 그 인형에는, 낯설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경계를 의식하지 않는 존재들이 늘 그렇듯, 어디에도 속하지 않지만, 어디로든 스스럼없이 스며든다. 기묘하고 매혹적인 판타지를 인형으로 빚어내는 작가 이재연을 만났다. 이재연의 일산 작업실 입구는 피규어로 쌓은 성벽 같다. 어두운 지하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고 들어서면, 유리관처럼 투명한 상자에 담긴 피규어들이 벽을 따라 빼곡히 들어찼다. 그의 작업실이 피규어 쇼핑몰의 창고도 겸한 까닭이다. 피규어 성벽 사이로 난 좁은 길을 따라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가니, 그제야 작업공간이 보인다. 컴퓨터 .. 2009. 2. 5.
고양이가 좋아하는 '왕따 놀이' 컴퓨터 책상을 새로 사서 방안에 설치했는데, 제가 개시하기도 전에 스밀라가 먼저 컴퓨터 수납장 속에 쏙 들어갔네요. 고양이가 원래 좁고 구석진 곳을 좋아하긴 하지만, 저렇게 몸이 딱 끼는 장소를 좋아하는 걸 보니 귀엽습니다. 책상 들여놓느라 정리가 안 되어서, 흑백으로 전환해서 올려보니 어쩐지 쓸쓸해보이는 풍경이 되었네요. 하지만 고양이에게 몸을 숨길 수 있는 은신처는 하나쯤 필요하답니다. 특히 자기 몸에 꼭 맞는 좁은 곳이라면 좋은 쉼터가 되죠. 고양이가 구석진 곳을 좋아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좁고 어두운 곳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고양이 특유의 성향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왼쪽 조그만 불빛 부분이 컴퓨터 본체 전원부입니다. 컴퓨터는 그냥 저기에 내내 두고, 수납장 부분은 스밀라 놀이터로 .. 2009. 2. 4.
'예술가의 고양이' 연재를 시작합니다 예술가와 고양이, 잘 어울리는 한 쌍 같죠? 아마도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하며 작업에 몰두하는 예술가의 이미지와, 예민하고 조심스러운 고양이의 속성이 비슷하기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2009년 1월 새롭게 연재할 인터뷰 ‘예술가의 고양이’에서는, 예술가와 함께 살며 창작의 영감을 준 고양이의 사연들, 그 과정에서 작품으로 태어난 고양이의 매력을 만나봅니다. 인형, 사진,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고양이를 모티브로 삼아 창작활동을 하시는 분들, 그리고 고양이와 꼭 함께 살지 않더라도 고양이의 매력에 빠져 관련된 작품을 만드는 분을 찾아뵐 예정입니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피비, 조이, 모니카' 세 마리 고양이와 함께 사는 구체관절인형작가 이재연 씨의 작업실입니다. 사진 모델은 피비입.. 2009. 2.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