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파 길고양이 2인방 길고양이에게도 저마다 타고난 성격이 있습니다. 세분화하면 끝도 없겠지만, 일단 크게 '대범파'와 '소심파'로 나뉩니다. 고양이 은신처에서 가끔 보는 회색냥과 딱지냥, 두 녀석은 소심파 고양이 중에서도 왕소심파라 할 수 있습니다. 밥을 갖다줘도 가장 늦게 나타나고(사진의 노랑냥), 조금만 움직일 것 같으면 밥을 먹다가도 얼른 뒤로 물러나며, 심지어는 제가 갈 때까지 코빼기도 안 비치는 경우가 허다한 녀석(사진의 회색냥)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대범한 냥이는 대범한 대로, 소심한 냥이는 소심한 대로 매력이 있습니다. 소심냥은 어쩐지 수줍어하는 거 같아서 귀엽잖아요^^ 오늘은 어쩐 일인지 소심파 두 녀석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여차하면 도망갈 기세로 나무 뒤에 숨어 눈치를 봅니다. 노랑냥은 콧.. 2009. 2. 14. '길고양이 여행'의 즐거움 강아지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산책 나온 할머니가 잠시 사라진 동안, 나는 젖소무늬 길고양이의 뒤를 따라갔다. 낯선 사람을 만난 고양이가 대개 그렇듯이, 젖소고양이도 인기척을 느끼고는 얼른 구석진 곳으로 숨는다. 그때 내가 들고 있던 짐들은 15킬로그램쯤 되는 배낭 1개, 20인치 기내용 트렁크 1개, 10킬로그램쯤 나가는 카메라 가방, 그리고 우산. 하여간 그 짐들을 바리바리 메고 끌고 길고양이를 따라갈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오사카 체류 마지막 날이었고, 공항으로 가던 길에 잠시 들른 거라 코인로커에 짐을 맡길 생각도 못한 터였다. 3초쯤 고민하다가, 기내용 트렁크는 길에 세워두고, 귀중품이 든 배낭은 메고, 카메라는 들고 젖소고양이를 따라 뛰었다. '이거 무슨 극기훈련도 아니고...'하고 잠시 생각했.. 2009. 2. 13. 자전거 타는 일본의 강아지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예외적인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개 고양이가 자발적으로 산책을 즐기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스밀라는 우리 집으로 입양되기 전에 한번 버려졌던 기억 때문인지, 밖에 나가는 걸 극도로 무서워한다. 얌전히 품에 안겨 있다가도, 신발 신고 나가려는 시늉을 하면 침을 꿀꺽 삼키면서 발톱을 내밀어 내 어깨에 콱 박고는, 뒷발로 밀치며 아래로 뛰어내린다. 한번은 바깥 구경을 시켜주겠다고 이동장에 넣어 집 앞 공원으로 데리고 나왔더니, 스밀라는 땅바닥에 붙은 껌처럼 벤치를 껴안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괜히 불안한 마음만 자극할 거 같아 다음부터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산책을 포기했다. 고양이가 겁먹지 않게 바깥구경을 시켜줄 수는 없을까? 오사카의 복고양이 신사에서.. 2009. 2. 12. 고양이의 표정연기 '귀엽네' 고양이는 기분전환 삼아 그루밍을 자주 합니다. 털에 침을 묻혀 청소하는 거지만, 마치 표정연기를 연습하는 것 같은 재미난 얼굴을 볼 수 있어요. 스밀라도 평소의 점잖은 모습과 달리 그루밍 중에는 색다른 표정연기를 보여준답니다. *한번 웃자고 만든 설정 샷이니 너무 진지하게 보진 마시길^^; 평소의 스밀라 모습. 그러나 스밀라는 곧 엄청난 사건을 겪게 됩니다.. 집에 못보던 새 캣타워가 들어온 걸 발견하고 득의만면한 웃음을 짓는 스밀라. 하지만 예전부터 캣타워 대신 즐겨놀던 낡은 의자가 없어진 걸 깨닫고, 망연자실합니다. "캣타워 필요없다, 내 의자 돌리도~" 하지만 의자는 너무 낡아 이미 분리수거해 버린 지 오래... 스밀라는 이를 악물고 원통해하는군요. 스밀라가 하도 불쌍한 표정을 짓고 있길래, 보다못.. 2009. 2. 11. 길고양이의 ‘눈빛 호신술’ 고양이의 눈을 보면, 고양이의 심리를 읽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처럼 마음이 눈빛에 그대로 드러나는 동물은 흔치 않거든요. 특히 동공의 크기 변화를 보면 길고양이가 느끼는 놀람이나 분노, 두려움이 고스란히 반영됩니다. 종종 만나러 가곤 하는 길고양이 무리 중에서도 회색냥은 그런 감정을 눈매로 잘 드러내곤 합니다. 몇 년 동안 같은 동네를 다니다 보면, 고양이나 저나 서로에게 익숙해집니다. 길고양이들이 제 옆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식빵을 굽거나 잠을 자는 것도 그런 까닭인 듯합니다. 하지만 자주 만나는 길고양이들 중에서도 회색냥은 조금 다릅니다. 회색냥을 처음 본 것도 1년이 넘었으니 이제 서로 얼굴을 익힐 만큼 익혔지만,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 않는 눈빛입니다. 가끔 고양이 은신처에 들르면 다른 고양이들은 하.. 2009. 2. 10. 길고양이 ‘발톱 손질’ 어떻게 할까? 고양이 발톱과 사람 발톱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뭔지 아시나요? 사람 발톱은 뭉툭하고, 고양이 발톱은 날카롭다는 점 빼고요. (고양이 발톱 껍데기는 이렇게 생겼어요. 예쁘죠?^^) 자르지 않으면 그 상태로 길게 자라기만 하는 사람 발톱과 달리, 고양이는 어느 정도 발톱이 자라면, 발톱 끝의 얇은 껍데기가 허물처럼 떨어져나가 원래의 날카로운 상태를 늘 유지합니다. 하지만 내버려둔다고 해서 그냥 벗겨지진 않기 때문에, 오래된 발톱 각질이 수월하게 벗겨지도록 주기적으로 다듬어줘야 하지요. 보통 집고양이들은 자연 상태에서의 나무를 대신한 ‘캣타워’가 있어서, 캣타워 기둥에 발톱을 갈곤 합니다. 거친 마끈이나 촘촘하게 짠 면끈을 기둥에 감아놓으면, 이것이 나무껍질 역할을 대신하지요. 하지만 길고양이들에게는 굳이 그런.. 2009. 2. 9. 이전 1 ··· 68 69 70 71 72 73 74 ··· 10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