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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에게 캣타워를 설날 손님맞이 준비를 하면서 스밀라가 좋아하는 낡은 의자 2개를 내다버렸다. 좌석부분을 스크래처 삼아 하도 뜯어놓았는지라, 완전히 너덜너덜해져서 봐줄 수가 없어서. 현관 문을 열고 의자를 버리러 가는 어머니를 보는 스밀라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 저거 내 건데' 하는 표정이다. 그러고 나니 스밀라가 뛰어올라 놀 자리가 없어져버렸다. 잡기놀이를 좋아하는 스밀라는, 내가 두 손을 위로 치켜올려 들고 "잡아야겠다" 하면서 달려들면, 눈을 크게 뜨고 귀는 납작하게 해서, 의자 위로 폴짝 뛰어올라 벅벅 스크래치를 하곤 했다. 한데 이제는 잡기놀이를 해도, 뛰어올라 스크래치를 할 곳이 없다. 여느 때처럼 의자가 있던 곳까지 달려간 스밀라는, 싱거워졌는지 교자상 밑으로 슬그머니 들어가버린다. 잡기놀이의 정점은 거실.. 2009. 1. 26.
눈밭에서 식빵 굽는 길고양이들 폭설 내린 다음날, 길고양이들은 어떻게 혹독한 추위를 견딜까? 걱정도 되고, 마침 설도 다가오는지라 별식이라도 챙겨줘야겠다 싶어 사료와 파우치를 들고 밀레니엄 고양이를 만나러 갔다. 처음에는 다들 어디엔가 숨어 바람을 피하고 있는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가방을 열어 부스럭거리며 사료 봉지를 꺼내고 있자니, 얼굴이 익은 녀석들이 한두 마리 고개를 내밀고 어슬렁어슬렁 다가온다. 몇 년 간 드나들며 서로 얼굴을 익힌 터라, 따로 인사치레를 하지 않아도 '저 인간이 밥을 주러 왔구나' 정도는 금세 알아차리는 것이다. 밀크티가 제일 먼저 앞장서고, 호랑무늬 고양이를 비롯한 친구들이 뒤따랐다. 이곳에는 보통 7~8마리가 상주하는데, 카오스 고양이와 항상 짝을 이뤄 다니던 젖소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다. 가장 .. 2009. 1. 25.
의자와 구멍 집에 10년 묵은 듀오백 의자가 있다. 등받이는 멀쩡한데, 허벅지가 쓸리는 좌판 앞부분이 조금씩 해지는가 싶더니 급기야 스밀라가 몇 번 발톱으로 잡아뜯으면서 구멍이 생겼다. 구멍이 작았을 때 순간접착제 같은 걸로 천 가장자리를 붙여주었으면 해결됐을 텐데, 귀찮다고 하루하루 미루다 보니 구멍은 점점 커졌다. 나중엔 해진 자리가 여러 군데가 되어서 보기가 심히 괴로운 지경이 됐다. 그냥 쓰긴 불편하고, 그렇다고 다른 곳은 멀쩡한 의자를 버리긴 아깝고. 듀오백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더니 의자 커버만 따로 팔고 있었다. 이중 망사 재질이란다. 색깔이 보라색과 파란색 단 두 가지여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만 일단 파란색으로 구입해봤다. 며칠 써 보니 그럭저럭 쓸만은 한데, 좌석 부분의 커버가 자꾸 벗겨져서 불편하다. .. 2009. 1. 18.
스밀라가 삼킨 끈 스밀라가 아침부터 계속 뭔가를 토하려고 하는데, 시원하게 토해내질 못하고 위액만 자꾸 뱉어냈다. 사람이면 등을 두드려주기라도 할 텐데, 고양이에겐 역효과만 날 것 같아서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는 그렇게 몇 번 시도하다가 결국 헤어볼을 토해내곤 했는데, 어쩐지 오늘은 시간이 좀 오래 걸렸다. 여기저기 자리를 옮겨가며 위액을 토하는 스밀라를 따라다니면서 토한 자리를 닦아내고 계속 동태를 주시하는데, 이번에는 컴퓨터 뒤 구석진 자리에 들어가더니 꿀럭꿀럭 뭔가를 토해낸다. 평소 헤어볼 색깔은 옅은 황토색인데, 이번에는 왠지 색깔이 불그스름했다. 뭔가 싶어 들여다보다가 질겁했다. 가느다란 끈이었다. 어머니가 크리스마스 선물 포장한다고 사온 너비 5mm 정도 되는 끈이 있었는데, 그걸 갖고 놀다가 삼켜.. 2009. 1. 11.
새건 다 내꺼 쓰던 요를 슬슬 바꿔야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뭘 사나 고민하다가 3단 메모리폼 요를 주문해봤다. 3단으로 접을 수 있어서 보관하기도 편할 거 같고, 무게도 가볍다고 그래서. 표면에는 스웨덴 전통공예품인 말 그림이 인쇄되어 있다. 배달된 3단 요를 거실 바닥에 펼쳐 보고 너무 얇지는 않은지, 화학 약품 냄새는 나지 않는지 시험삼아 잠깐 누워있다가 일어나니, 요 한 귀퉁이에 스밀라가 이러고 있다. 교자상 밑 동굴에 누워있다가 얼굴만 슬그머니 요 위에 걸친 거다. 새 물건은 다 내꺼다 싶은지, 입술 가장자리를 부벼 냄새를 묻히고 한 자리 차지한 채 누웠다. 어찌나 의뭉스럽게 누워있는지,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해서 기록해둔다. 2009. 1. 7.
2009년 스밀라의 새 동굴 연말에 이런저런 번잡스런 일이 많아서 스밀라 사진을 제대로 못 찍어줬는데, 오늘 동굴 속에 들어가길래 찍어봤다. 새로운 동굴은 어머니 작업용으로 쓰는 교자상 아래. 여기를 제 아지트로 정한 다음부터는, 그전에 고양이 동굴로 쓰던 의자 밑은 이제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천장이 낮고 어두워야 동굴답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동굴 아래 몸을 길게 누이고 고개를 갸우뚱한 모습이 꼭 흰색 아기물개 같다.^^ 고양이의 갸우뚱은 언제 보아도 사랑스럽다. 특히 ㅅ자 입술이 가장 잘 보이는 자세라서 더 그런지도. 가방 뗏목에 올라탄 스밀라도 함께. 저렇게 앉아서 꼬리만 탁탁 치고 있다. 2009.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