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코점이, 코가 닮았네 디스크 파열 후유증으로 한동안 뻣뻣했던 허리도 좀 나아질 기미가 보여서, 슬슬 길고양이 마실을 다닌다. 병원에서는 걷기 운동을 많이 하라고 했는데, 고양이의 동선을 따라다니는 동안 꽤 쏠쏠하게 운동이 된다. 반나절 걷고 나면 허리가 뻑뻑해지고 마는 저질 체력이 됐지만, 꾸준히 무리하지 않게 운동을 하다보면 허리 근력도 생기고 몸도 좋아질 거라는 기대로... 혼자 아무 일 없이 걸으면 심심하니까, 길고양이와 함께 하는 재활운동인 셈이다. 이날의 걷기운동 중에 만난 고양이는 콧잔등에 점이 2개 있어 '코점이'로 이름붙인 길고양이. 무심한 척하며 뒤따라가 본다. 뒤를 밟히고 있다는 걸 눈치 챈 코점이가 홱 돌아보는데, 벽에 그려진 낙서와 코 모양이 똑같다. 코의 솜털이 벗겨져 빨갛게 변한 색깔까지도 같다. 다.. 2010. 5. 4. 겨울을 무사히 넘긴 새끼 길고양이, 어른되다 사고사와 병사로 짧게 끝나기 쉬운 길고양이의 삶이지만, 힘든 시기를 무사히 넘기고 살아남은 모습을 보면 내가 키운 고양이는 아니어도 대견한 마음에 어쩐지 뿌듯하다. 작년 10월 초 처음 만난 어린 길고양이도 그랬다. 겨우내 드문드문 얼굴을 보았지만 제대로 찍을 수 없었는데, 그 사이에 부쩍 자라 어른이 다 됐다. 몸매는 여리여리하고 얼굴에는 약간 앳된 기운이 남았지만, 청소년 고양이의 단계는 넘어섰다. 보무도 당당히 걸음을 옮기는 모습. 고소한 냄새가 흘러나오는 쪽을 향해, 음식쓰레기 봉지로 다가간다. 고양이 은신처 근처에는 주기적으로 밥을 챙겨주는 어르신이 계신다. 3마리 일가족이 이 영역을 지키고 있는지라 먹을 것이 확보되지만, 다른 고양이들도 드나드는 터라 아주 만족스럽지는 못한 듯. 허기가 지면.. 2010. 5. 4. 고양이 발바닥 털을 이발하는 이유 장모종 고양이를 기른다면, 주기적으로 발바닥 털을 잘라줘야 합니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고양이라면 거친 아스팔트 바닥에 털이 쓸려 자연적으로 짧아질 수 있겠지만, 언제나 매끈한 바닥에서 살아가는 장모종 고양이들의 발바닥 털은 늘 길게 자라난 상태 그대로입니다. 그런데 이 발바닥 털을 그냥 두면 고양이에게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우다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고양이는 앞발바닥으로 제동을 거는데, 장모종 고양이들의 경우 털이 길게 자라 앞발의 마찰력이 떨어질 경우, 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달려오는 힘을 못이겨 눈앞의 물건에 충돌할 위험이 있습니다. 또한 높은 곳에서 아래로 뛰어내릴 때도, 발이 착지한 자리에 찰싹 달라붙듯 해야 하는데, 긴 털이 발바닥 사이에 끼어있으면 미끄러질 위험이 있고 발목에 무.. 2010. 5. 2. 겨울옷 정리를 방해하는 고양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대청소의 날이 돌아옵니다. 두꺼운 겨울옷을 한 군데 모아 쌓아놓고 큰 종이박스를 구해와서 차곡차곡 집어넣을 준비를 합니다. 한데 스밀라는 집안에 옷더미든 빈 박스든, 올라갈 만한 새로운 장소가 생기면 등산하듯 꼭대기에 반드시 등정하는 버릇이 있어서, 어머니와 제가 아침을 먹는 사이에 이번에도 어김없이 올라와 있더군요. 저렇게 앞발을 내지 않고 고개만 쭉 내민 채 누워있으면 꼭 거대한 망토로 온 몸을 두른 아저씨 같아서 익살스럽습니다. 짐짓 엄숙한 표정을 지어보지만, 쏟아지는 하품을 못 이겨 결국 몸 아래 숨겼던 앞발을 내놓고 맙니다. 하품과 기지개는 역시 떼놓을 수 없는 한 쌍이거든요. 스밀라의 자세를 가만히 보니, 하품하는 척 하면서 옷가지를 못 치우게 온 몸으로 막고 있는 건가 싶.. 2010. 4. 30. 5초만에 고양이를 황홀하게 하는 법 어른 고양이는 쉽게 권태로움을 느끼는 듯 보입니다. 스밀라 역시 예외는 아닌데요. 평소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은신처에서 만사가 귀찮은 얼굴로 누워있곤 합니다. 하지만 권태기에 빠진 고양이도 5초만 투자하면 황홀경에 빠뜨릴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특별한 도구나 기술이 필요한 게 아니니까 집에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응? 지금 뭐하는 짓이냐옹?" 가만히 누워있던 고양이라면 뜨악하게 여기겠지만, 일단은 목에 손가락을 스윽 갖다댑니다. 목에서 턱 사이를 손가락으로 오르락내리락, 왔다갔다 하면서 살살 긁어줍니다. "그래그래, 좀 더 구석구석 긁어보게나." 고양이가 살며시 실눈을 뜨고 턱을 위로 쳐들면, 시원하니 더 긁어달라는 신호입니다. "음... 바로 이 맛이야~" 스밀라는 무아지경에 빠지다못해 거의 유체이탈.. 2010. 4. 29. 웃음을 불러오는 고양이의 묘한 표정들 평소 정색을 하고 있던 고양이에게서 뜻밖의 흐트러진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고양이가 그루밍을 할 때인데요, 털 끝을 까실까실한 혀로 열심히 핥아 몸단장을 하면서 온 힘을 다하기 때문에 종종 묘한 표정을 짓곤 합니다. 본인, 아니 본묘는 모르겠지만 그 속에 참 다양한 얼굴이 숨어있습니다. 혀를 낼름 내밀면서 웃음을 짓는 장난꾸러기 소녀의 얼굴도 되었다가 가끔 이렇게 칠뜩이 같은 표정도 짓곤 합니다. 가끔은 혀가 어디까지 올라오는지 재어보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정신을 번쩍 차리고 '내가 이러면 안되지' 하며 정신을 가다듬는 듯합니다. 물론 그루밍을 끝내면 내가 언제 저런 웃기는 표정을 지었느냐는 듯 새초롬한 얼굴로 돌아오지요. 그루밍을 마치고 촉촉해진 털옷을 고르며 잠시 숨을 가다듬는 스밀라를 보면서.. 2010. 4. 25. 이전 1 ··· 32 33 34 35 36 37 38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