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도 우울할 때가 있다 고양이도 우울함을 타는 시기가 있습니다. 놀아달라고 큰 소리로 불렀는데 사람은 별 반응이 없다거나, 약을 먹거나 수액주사를 맞는 등 하기 싫은 일을 어쩔 수 없이 해야할 때가 그렇습니다. 스밀라가 문 앞에서 큰 소리로 불렀는데 급히 해야할 일이 있어 시간을 지체했더니, 저렇게 담요 위에 몸을 축 늘어뜨리고 무기력하게 누워있습니다. 쓰다듬어줘도 그릉그릉도 하지 않고 시큰둥입니다.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반만 뜬 눈과 납작한 귀로 불편한 심기를 온몸으로 뿜어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옆에서 계속 달래주고 놀아주니 눈매가 좀 부드러워지는 것 같아요. 코앞에서 얼굴을 들이대면 시선을 살짝 피합니다. 그 모습이 제 눈에는 은근히 사랑스럽게 보이네요. 저를 보지 않는 척 시선을 먼 곳으로 향하고 있지만, 사실.. 2010. 4. 21. 길고양이들의 '식빵굽기 대결' 길을 걷다보면 안전한 곳에서 식빵 굽는 길고양이를 만납니다. 무심한 얼굴로 날아가는 새를 지켜보는 모습에서 긴장이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덩치며 인상이며, 이래저래 왕초의 기운이 느껴지는 길고양이입니다. 그런데 고양이의 얼굴에 순간 긴장이 감돕니다. 뭔가 위협적인 상대를 만났기 때문일까요? 두 앞발에 힘이 들어갑니다. "응? 내가 뭘요?" 5m쯤 떨어진 눈앞에, 젖소무늬 고양이가 의아한 눈으로 왕초고양이를 바라보고 있네요. 온몸으로 동그랗게 표현한 식빵 자세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왕초 고양이의 눈이 경쟁심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하는 듯합니다. "감히 네 녀석 따위가 내 앞에서 식빵 자세를 자랑하다니...질 수 없어!" 뭐 이런 대사가 머릿속에 자동재생되는군요; "훗! 하지만 나를 이길 순 없을걸요. 난 엉덩.. 2010. 4. 16. 오뚜기 같은 뒤태의 길고양이 동글동글한 고양이의 뒤태는 언제나 사랑스럽습니다. 쓰다듬을 불러오는 뒷모습인데요. 오뚜기처럼 동그란 몸으로 고개만 살짝 돌려 저를 돌아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올해 1월경 처음 만났던 아기 고양이가 3개월간 이만큼 자라, 이제 청소년 고양이가 다 되었습니다. 고양이들도 눈의 표정이 저마다 달라, 이 얼룩무늬 고양이는 유독 슬픈 눈을 하고 있습니다. 한쪽 눈썹이 쳐져 있어서 더욱 그런 듯합니다. 길고양이가 이렇게 촉촉히 젖은 눈으로 저를 바라볼 때면, 어찌해야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고... 고양이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저에게도 유독 마음 가는 고양이가 있거든요. 금방이라도 입을 열어 사람의 말을 건넬 것 같지만, 보일락말락 벌린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희미한 '에웅에웅' 소리뿐.. 2010. 4. 15. 지붕 위로 유배된 길고양이 가족 땅을 밟지 못하고 지붕 위에서만 살아야 하는 길고양이들이 있습니다. 힘이 약한 엄마고양이가 세력싸움에 밀려 지붕으로 피신하면서 결국 그 위에서 새끼를 먹이고 기르게 된 것입니다. 근처 길고양이들에게 15년이 넘게 밥을 줘 왔다는 어르신을 만나 듣게 된 사연입니다. 길고양이를 만나러 갈 때면 가까운 곳에 연세 지긋한 어르신이 가끔 계시곤 했는데 혹시 고양이에게 안좋은 소리를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슬쩍 자리를 피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제가 먼저 와 있을 때 어르신께서 묵묵히 다가오셔서 고양이 밥을 주는 걸 보고, 조심스레 여쭙게 되었습니다. 동네 정육점에서 닭을 다듬고 남은 부산물이나, 혹은 식당에서 남은 잔반을 얻어다가 지금껏 줘왔다고 합니다. "지구상에 사는 생명이 인간뿐이 아닌데, 고양이도.. 2010. 3. 22. 콧잔등이 홀랑 벗겨진 길고양이 길고양이를 만나러 돌아다니다보면, 콧잔등이 벗겨진 녀석과 마주치곤 합니다. 눈 온 다음날 만난 이 녀석도 그랬습니다. 콧잔등에 점 두 개가 마치 딱지처럼 보이는 데다가, 콧잔등까지 털이 벗겨져서 인상은 좀 사납게 보입니다만, 길고양이에게 콧잔등이 벗겨지는 일은 흔한 것입니다. 눈동자가 보이지 않고 흰 안광만 번쩍번쩍 빛나 보이는 것은 발아래 녹지 않은 눈이 반사되어서 그렇습니다. 위로 한껏 올려다보고 있어서 잘 안 보일 뿐이지, 동공은 저를 향해 있습니다. 콧잔등이 벗겨지는 건 그리 깨끗하지 못한 음식물 찌꺼기에 코를 파묻고 먹을 것을 찾아야 하는 일상생활 탓에 오염물질과 접촉이 잦아 피부병에 노출될 우려도 있고, 차가운 눈밭에 코를 대고 먹이를 구하는 탓도 있는 듯합니다. 고양이가 쉬는 자리는 쉽게 사.. 2010. 3. 14. 목을 180도 회전시키는 길고양이 따끈한 봄햇살을 쬐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낮잠에 빠졌습니다.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조심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부스럭 소리에 잠을 깬 길고양이가 번쩍 눈을 뜨고 돌아봅니다. 얌전한 5:5 가르마를 탔습니다. 정면을 향해 있던 얼굴이 180도 회전해 등 뒤를 경계합니다. 모 공포영화에서 귀신 들린 등장인물이 몸은 그대로인채 목만 빙글빙글 회전시켜 뒤를 돌아볼 때처럼 거침이 없습니다. 고양이 몸의 유연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됩니다. 먹이를_노리는_매의_눈빛.jpg 인간이 휴식시간에 끼어드는 것이 싫었던지, 잽싼 발걸음으로 자리를 피합니다. 떠나가는 고양이 발바닥에 얌전히 달라붙은 곰돌이 모양 분홍젤리가 작별인사를 건넵니다. ---- ---- [인터넷서점 예스24 고양이액자 추첨 이벤트] 3월 16일까지, 예.. 2010. 3. 12.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6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