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발바닥 고양이의 로망은 말랑말랑한 발바닥이라는데, 스밀라의 발바닥은 무성한 털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앞발을 붙잡고 헤집어야 초코 젤리가 보인다. 처음에는 발바닥에 때가 타서 그런 줄 알고 열심히 문질렀다는-_- 2006. 9. 22. 고양이의 속눈썹 고양이의 눈매는 짙다. 마스카라도 아이라이너도 필요가 없다. 하이돔 글래스 안구처럼 도톰하게 솟아올라 반짝이는 눈동자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평소 보이지 않던 것도 새롭게 보인다. 보일락 말락 하는 앙증맞은 속눈썹도 그 중 하나다. 허리를 S자로 휘어 창밖을 보는 스밀라의 뒤태에 홀리고, 그 뒤로 비치는 하늘이 예뻐서 사진을 찍다가, 실루엣 속에 녹아든 스밀라의 속눈썹을 본다. 중력에 순응해 부드럽게 아래로 휘어지는 다른 부위의 털과 달리, 속눈썹은 기와지붕 처마처럼 완곡한 기울기로 하늘을 향해 살포시 들려 있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만 발견할 수 있는, 가슴 설레는 속눈썹이다. 2006. 9. 20. 토끼잠, 고양이잠, 나비잠 며칠째 잠을 깊이 자지 못했다. 이런 날은 기분나쁠 정도로 심장이 빨리 뛴다. 어느 시점부터 이런 느낌이 익숙해져서, 이제는 몸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돌이켜보면, 대학생 때부터 밤새는 걸 은근히 즐겼던 것 같다(변태인가-_-). 내가 다녔던 학교는 주변에 유흥시설이 전무하다시피 해서 '수녀원'이라고 불렸는데, 오후 11시만 되면 버스가 끊겼고 택시조차 드물었다. 그래서 막차를 타는 것도 불가능해지고 집에 가기도 어정쩡해진 시간이 되면, 작업실에 남아 밤을 새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40명의 동기들이 만들어내던 소음이 사라진 작업실은 한결 고즈넉해서, 집중해서 그림을 그리기 좋았다. 회사에서 종종 했던 철야 근무를 무덤덤하게 해냈던 건, 그 시절부터 단련되어서인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불안하게 조금씩 자는 .. 2006. 9. 19. 흐린 날 창밖을 보는 스밀라 옆모습만 보면 볼이 통통한 아이 같은데, 눈매는 성숙한 아가씨 같다. 고양이도 귀를 정기적으로 닦아주지 않으면 콜타르처럼 검고 끈적한 귀지가 생긴다. 귀 닦는 용액을 두어 방울 떨어뜨리고 찌걱찌걱 소리나도록 문지른 다음 탈지면을 밀어넣어 닦아야 하는데, 귀에 뭔가 들어가는 걸 싫어하는 스밀라는 내내 도리질을 친다. 간신히 귀를 닦아내면, 귀를 납작하게 해 가지고 눈을 내리깔고 저렇게 앉아있다. 심통이 났을 때 귀를 만지려고 하면, 귀를 착 내려서 뚜껑을 닫아버린다. 2006. 9. 18. 방석고양이 공기가 싸늘해지면서 방석고양이가 된 스밀라. 여름에는 더운지 잘 앉지 않아서, 바닥으로 뛰어내릴 때 충격 완화용으로나 쓰라고 깔아뒀는데, 요 며칠간은 방석에서 떠나지 않는다. 눈이 달린 털방석~ ( ^ㅂ^) 두 귀 옆에 뿔처럼 뾰족 튀어나온 털. 볼 때마다 귀엽다. 2006. 9. 11. 스밀라의 캣워크 책꽂이 위 공간이 아까워서 MDF박스를 사다가 자주 안 보는 책들을 꽂아뒀다. 천장에서 15cm 정도 공간이 비는데, 여기가 스밀라의 새 놀이터가 됐다. 베란다 방 책꽂이에서 공간박스 위로 훌쩍 뛰어오르더니 왔다갔다 하면서 논다. 저기 먼지도 한 2년 묵었을텐데, 또 털옷으로 먼지 청소 한번 해 주시고. 냥냥 울다가, 창밖을 빤히 바라보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기도 힘들 정도로 좁아보이는데, 어찌어찌해서 몸을 홱 틀더니만. 다시 베란다 방쪽 책꽂이로 폴짝. 고양이들은 역시 높은 곳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한다는-_-;;; 2006. 9. 10. 이전 1 ··· 76 77 78 79 80 81 82 8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