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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보다 들키면 모른 척, 새침한 고양이 고양이랑 살아보니, 새침하면서도 엉뚱한 행동에 종종 웃게 됩니다. 제 딴에는 완벽하게 속내를 감추었다 생각하지만, 눈의 표정은 감출 수 없어서 좋아하는 마음이 선명히 드러나니까요. 어딘가에서 늘 저를 주시하는 스밀라도 그렇습니다. 스밀라가 안방에 숨어서 얼굴만 살짝 내밀고 제 동태를 살피길래, "숨어도 소용없다!" 하고는 바짝 다가가 보았습니다. "나는 너를 본 게 아니야. 그냥 이것저것 생각한 거라구." 하는 표정으로 슬며시 눈을 피합니다. 저와 눈을 마주치면 '꿈뻑' 하고 눈을 깜빡이며 고양이 키스를 해줄 때도 있지만, 저렇게 숨바꼭질을 할 때면 언제나 못본 척 딴청을 부리며 눈을 돌려버리네요. 고양이는 눈을 마주 바라보는 게 "싸우자"는 의미와 같아서 그렇다고도 하는데, 제 눈에는 그 모습이 꼭 속.. 2010. 6. 4.
손으로 머리 받치고 자는 고양이, 귀여워 요즘 스밀라의 지정석은 책상 위에 놓아둔 등산가방입니다. 가방을 방석 삼아 껌딱지처럼 떨어지지 않고 하루종일 자는 걸 보면 고양이의 나른한 하루가 내심 부럽기도 합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게 싫은 건지, 아니면 습관적으로 그러는 건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을 둥그렇게 만 채 잠든 스밀라가 귀여워서 살며시 손을 얹어봅니다. '잘도 자네..'하면서 살살 배를 쓰다듬어 주었더니, 눈을 번쩍! 뜹니다. "왜 잠자는 고양이의 뱃털을 건드리냐!" 하는 매서운 눈빛입니다. 고양이가 잠자는 자세 중에서도 저렇게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잠자는 모습은 어쩐지 선생님께 혼나서 손을 든 아이 같고, 울고 있다 들킨 모습 같기도 해서 귀여우면서도 짠한 마음이 드는데요. 종종 저 자세로 자는 걸 보면 고양이에게는 편한가 봅니다.. 2010. 6. 1.
고양이 입양과 연애결혼의 공통점 스밀라가 우리집 식구가 되기 전에, 만약 나의 첫 고양이를 선택한다면 어떤 고양이일까 곰곰이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다. 세상에 예쁜 고양이는 많지만, 누구나 바라던 이상형은 있는 거잖아요. 다른 집의 고양이들을 보면서 막연하게나마 생각한 이상형이 있다면 '분홍 입술에 분홍 발바닥을 가진 고양이였으면...' 하는 거였습니다. 특히 웃는 것처럼 분홍색 입꼬리를 살며시 올리고 잠든 노랑둥이들 사진은 코피가 날 만큼 예뻐 보였죠. 딸기젤리 같은 앙증맞은 발바닥은 또 어떻구요. 그런데 인생이 늘 계획대로 되는 건 아니라서, 저의 첫 고양이는 까만 입술, 까만 발바닥을 가진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스밀라가 다크서클 낀 눈을 부릅뜨고 한쪽 입술을 일그러뜨린 채 저를 볼 때면, 그 얼굴이 왜 그리 귀여워 보이는지. 제일 .. 2010. 5. 30.
쓰다듬어 달라는 '고양이 침묵시위' 가끔 스밀라가 뒤에서 폴짝 뛰어서 책상 위로 올라오곤 합니다. 저는 주로 컴퓨터책상에 앉아서 일하지만 왼편에 식탁을 개조해 만든 책상을 두고 자료를 보는 용도로 쓰는데, 스밀라가 즐겨 앉는 곳도 이곳입니다. 평소에 출입문을 등지고 일하는데다가, 스밀라는 워낙 살금살금 움직이는터라 기척도 내지 않아서, 집중해서 일하다 보면 갑작스런 스밀라의 습격에 화들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이날도 책상에 뭔가 올려져 있거나 말거나 개의치 않고, 털썩 주저앉아 엉덩이를 동그랗게 해 가지고 식빵을 굽습니다. "내가 할 일 없이 여기 올라온 건 아닐 텐데?" 하는 눈초리로 저를 빤히 올려다봅니다.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눈치인지... 눈동자를 쏟아질 듯 크게 뜨고, 침묵시위를 합니다. 우엥우엥 졸라댈 때보다, 말없이 응시.. 2010. 5. 29.
아버지와 베개를 공유한 고양이 아버지의 텔레비전 시청법은 베게를 이중으로 놓고 등의 각도를 높인 다음, 누워서 보는 방법인데 스밀라가 그 자리에 염치 좋게 끼어듭니다. 사실 처음 스밀라가 집에 왔을 때만 해도, 아버지 입장에선 안방은 동물에게 내줄 수 없는 '청정구역'이었습니다. '감히 동물이 사람 자는 데 들어올 수 있느냐'는 집안 어른의 자존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밀라는 처음 몇 달간은 제 방에서만 머물다 거실로, 부엌으로, 조금씩 활동 영역을 넓혀가야만 했습니다. 스밀라가 어슬렁거리다가 슬쩍 안방에 발을 딛기라도 하면, 당장 아버지의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그래도 스밀라는 아버지가 좋다고 아버지 다리에 제 꼬리를 바짝 세워서 부비고, 그 앞에 발라당 드러눕곤 했지만요. 그런 고양이 애교에 마음이 녹았던지 아버지도 가끔.. 2010. 5. 24.
반할 수밖에 없는 고양이의 옆모습 스밀라가 베란다로 나가고 싶다고 칭얼거려서, 문을 열어주었더니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그들의 털오라기 하나라도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있을까 싶지만, 그중에서도 고양이의 옆모습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은 없을 것 같습니다. 베란다에 방치해 둔 싸구려 옷보자기를 배경으로 선 것뿐인데, 사진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모델보다 더 당당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고양이마다 얼굴 생김생김이 제각각 다른데, 스밀라는 이마가 짱구처럼 도톰하고 코가 낮아서, 옆에서 보면 볼을 잔뜩 부풀린 아기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물론 고양이의 매력은 옆모습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렇게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입을 살짝 벌리고 있을 때나 갑자기 카.. 2010.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