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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같은 고양이의 뒷모습 내가 오래 집에 있어 좋은지, 스밀라가 내내 곁을 떠나지 않는다. 살짝 이지러진 달항아리 백자처럼 탐스러운 자태로 등 돌리고 앉아 귀만 쫑긋쫑긋한다. 그런 스밀라의 등 위로 가느다란 길이 보인다. 흰털 사이로 까만 털이 올올이 얹힌 자리마다 길이 되어서, 어서 내게 오라고 부르는 것 같은 그런 무늬다. 스밀라가 호랑무늬였으면 그 길은 횡단보도처럼 연이은 가로줄무늬 길 까맣고 노랗고 하얀 카오스 무늬였으면 징검다리처럼 퐁퐁 뛰어가는 길 아메리칸 숏헤어 무늬였으면 골뱅이처럼 뱅글뱅글 맴도는 길이었겠지만 스밀라는 그냥 스밀라여서, 머리부터 엉덩이까지 쭉 이어지는 곧고 가느다란 길 내 손이 그 길을 따라 하늘을 날아, 스밀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러 간다. 곁에 있어도 모른 척, 식빵 자세로 등 돌리고 앉아 있지만,.. 2009. 9. 14.
카메라 가방에 들어가려는 고양이 "북북, 북북." 스밀라가 발톱을 세우고 가방 뜯는 소리가 난다. 가죽을 너덜너덜하게 잡아뜯어 망가뜨린 가방이 벌써 서너 개는 넘는지라, "안돼!" 하면서 고개를 홱 돌렸는데 앉은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차마 혼낼 수 없었다. 카메라 가방에 몸을 절반쯤 얹고서 저러고 있다. 안에 들어가고 싶은데 가방이 너무 작아서 걸치고만 있는 듯... "응? 무슨 문제 있음?" 하는 얼굴. 초점이 안 맞아도 이 사진이 좋다. 오히려 더 눈빛이 촉촉해 보여서. "에이, 내가 가방 뜯는 게 뭐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 "그럼 나는 잠깐 눈을 붙이겠음" 하는 자세로 동그랗게 몸을 말고 흰 식빵이 된다. 아프고 나서 어리광쟁이가 됐는지,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면 거실에서 자고 있다가 큰 소리로 울며 뛰어내려오는 것도 애틋.. 2009. 9. 11.
작아지지 마라 스밀라 몸무게를 3kg 대로 회복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다. 미숙아를 키우는 엄마 마음이 이럴까. 몸무게에 100g만 변화가 있어도 일희일비한다. 현재 몸무게 2.9kg. 최종 검진 때보다 조금 살이 붙었지만 스밀라가 자꾸 작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착시현상마저 일어난다. 스밀라 밥 주기를 도와주는 동생은 "그래도 처음엔 얼굴이 뾰족했었는데, 지금은 조금 동그래졌다"고 한다. 내가 회사를 다니고 동생이 집에 있을 때는 스밀라가 동생을 좋아했는데, 이제 강제급여하느라 자기를 귀찮게 한다는 생각이 드는지 선호순위가 좀 바뀐 거 같다. 그래도 동생이 손을 내밀면 스윽, 턱을 부벼대는 관대한 스밀라다. 더 이상은 작아지지 마라. 자꾸 작아져서 없어져 버릴 것만 같아서 불안하니까. 무거워서 안기 힘들어도 .. 2009. 9. 5.
다섯번째 혈액검사 스밀라의 다섯번째 혈액검사 결과, BUN 54mg/d (정상 12~41), Cre 2.5mg/d (정상 0.7~2.0) 으로 Cre 수치가 많이 좋아졌습니다. (지난 주엔 4.1mg/d) Cre 2.5mg도 안심할 만한 수치는 아니지만 한때 13.1mg이었던 것에 비하면 희망적이죠. 몸무게도 2.77kg으로 200g 가까이 늘고, 빈혈 수치도 22%로 조금 좋아졌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2주에 한번씩 병원에 가면 됩니다. 힘내라, 스밀라! 2009. 8. 11.
스밀라 투병 3주차 토요일 혈액검사를 다시 했는데 BUN: 55mg/d, Cre: 4.1mg/d로 지난 주보다 조금 나아졌다.(지난 주에는 BUN: 60mg/d, Cre: 5.5mg/d) 하지만 여전히 빈혈수치가 20%이고 몸무게도 2.65kg이라는 점이 문제다. 빈혈수치가 최소 27% 이상은 되어야 한다고. 살을 찌우려면 단백질 함량이 높은 걸 먹여야 하는데 신부전 환묘들에게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은 무리가 간다 하고...어렵다. 병원에서는 일단 자발적으로 먹는 게 있으면 그거라도 중점적으로 먹여야 한다고 한다. 중성화수술 후에 고양이들이 살찐다는 말을 듣고 혹시 스밀라도 비만묘가 되면 건강하기 어려울 텐데 하고 걱정했는데, 평소 살이라도 찌워놨으면 좋았을 걸. 워낙 입이 짧아서 그런 것 같지만...저단백 식사로도 고양.. 2009. 8. 2.
한 가지씩 해결하기 마음은 무겁지만 지난 주의 공황상태에서 조금 벗어나 스밀라의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신부전증의 간병은 장기전이라 돌보는 사람이 마음을 굳게 먹지 않으면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다음번 검사까지 스밀라가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좋겠네요. 엄두가 안 났던 몇 가지 문제들도 조금씩 풀려나가는 듯... 일단 약 먹이기, 물 먹이기, 밥 먹이기 모두 서툴러서 고생을 했는데 조금씩 요령이 생겨서 처음보다는 훨씬 하기가 수월해졌습니다. 1. 약 먹이기 캡슐 먹이는데 저항이 심해서 결국 영양제에 개어 주다가, 쓴침을 너무 많이 흘리는 게 안쓰러워서 다시 캡슐투약 도전. 여러 분들이 알려주신 대로 겉에 버터를 바르고 되도록 목구멍 가까이 떨어뜨린 다음 입을 잡고 코에 바람을 훅 불어주면서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니까 꿀꺽 삼키네요.. 2009. 7.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