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는 길고양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철제 계단 위, 길고양이 한 마리가 그윽한 눈으로 먼 곳을 보고 있습니다. 어쩐지 쓸쓸한 그 표정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 보지만, 계단이 단독주택 안쪽으로 나 있고 담벼락에 가려져 가까이 갈 수는 없습니다. 아쉬운대로 담벼락 옆으로 돌아가 봅니다. 엇, 그런데 어쩐지 길고양이 엉덩이가 여느 고양이보다 좀 더 길어 보입니다. 바로 곁에 노랑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두 마리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마주친 길고양이 뒤에 숨어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번쩍 드니 바로 뒤에는 또 다른 노랑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었습니다. 세 마리가 옹기종기 좁은 자리에 누워 추위를 견디고 있었네요. 한겨울 길고양이에게, 서로의 체온은 가장 좋은 난방도구가 됩니다. 제일 어린.. 2012. 1. 2. 흰털에 짝눈, 더 고단한 길고양이의 삶 골목을 걷다 보면 '인기척' 아닌 '묘기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영역을 침범당한 길고양이의 묘하게 경계하는 듯한 목청의 우웅~ 하는 울음소리, 혹은 배고파 엄마를 찾는 새끼고양이의 빽빽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릴 때면 십중팔구 그곳에 고양이가 있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집 지붕 틈새로 얼굴을 돌리니, 젖소무늬 엄마 고양이가 놀란 눈으로 휙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작고 하얀 새끼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흔히 '오드아이 고양이'라 부르는 짝눈 고양이입니다. 푸른빛 눈과 황금빛 눈을 동시에 갖고 있지요. 여느 가정에서 집고양이로 태어났다면 예쁨받고 건강하게 지냈겠지만, 이렇게 온 몸이 하얀 길고양이는 길에서 살아남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하얀 외투의 색깔 때문에 위장복을 입는 다른 친구들과.. 2011. 12. 30. 길고양이 찰리와 그의 '오른팔, 왼팔' 길고양이 호순, 갈순, 찰리 씨가 오래간만에 한 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을 만났습니다. 호순 씨는 여전히 애교많은 모습으로 부비부비에 여념이 없네요. 담벼락 위 세상에서 당당하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찰리 씨입니다. 땅밑에 있을 때는 솜바지 입은 동네 아저씨처럼 어수룩하게 보이더니, 저 먼 곳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찰리의 모습은 마치 이 동네를 제패한 1인자 왕고양이처럼 보입니다. 좌우로 보필한 고양이 두 마리의 모습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요. 찰리의 오른팔, 왼팔이라고 했더니만 금세 또 딴청을 부리는 호순, 갈순 씨입니다. 다른 고양이들이 얼굴을 돌려도, 의연한 자세로 끝까지 저와 눈을 맞추는 찰리입니다. 같은 도시 안에 살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해 살아가는 그들. 그렇게 서로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안.. 2011. 12. 29. "힘주면 나도 몸짱!" 길고양이의 1초 변신 계단을 오르기 전, 몸을 길게 뻗어 스트레칭하는 길고양이 모습은 마치 운동삼매경에 빠진 것처럼 보입니다. 보통 때의 계단 오르는 모습과 달리, 꼭 한손으로 푸시업을 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몸을 일으켜보니 영 헐렁헐렁한 솜바지 모습입니다. 엉거주춤 선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엉뚱하기도 하죠? "흐읍!" 힘을 주니 금세 근육맨으로 변신합니다. 단모종 고양이의 매력은 이렇게 온몸의 근육이 고스란히 보인다는 점이겠지요. 뭐든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되네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의연한 표정으로 먼 곳을 바라봅니다. 내년엔 나도 몸짱! 하고 결의를 다지는 듯하네요. 지금도 멋있습니다만. 2011. 12. 28. 비탈길 오르다 숨 고르는 길고양이 좁은 도로를 가로지르는 삼색 길고양이를 따라 걸음을 옮겨봅니다. 꽤 경사가 있는 비탈이지만 성큼성큼 잘 오르는 삼색냥이입니다. 비탈길이 끝나니 평지입니다. 끝이 날 것 같지 않던 언덕에도 끝은 있고, 그 뒤로 또 다른 길이 이어집니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겠지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는 고양이를 따라 저도 숨 돌리고, 다시 2011년의 마지막 남은 며칠을 부지런히 걸어봅니다. 올 한해도 이렇게 저물어 가네요. 2011. 12. 27. 길고양이 가족, 사랑스런 박치기 한 판 청명한 겨울하늘 아래 지붕길이 한없이 펼쳐집니다. 사람은 가지 못하고 오로지 동물들만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전용 도로입니다. 이 길 위에서 까치도 참새도 쉬다 가지만, 아무래도 지붕길을 가장 마음 편히 여기는 이들은 길고양이입니다. 아무도 가로막지 않는 길 지붕길 위로, 담양이와 일호가 뚜벅뚜벅 걸음을 옮깁니다. 잰걸음으로 앞서 가던 담양이가 일호의 느린 속도에 답답했는지, 돌연 발길을 돌려 일호 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갑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서 가는 담양이는 종종걸음으로 걷는데, 일호는 지붕 위에서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발밑 세상을 구경하기 바빴거든요. 지붕 위에 있을 때만큼은 이 세상의 고양이의 것 같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아, 왜 이리 늦어? 얼른 따라오라고.” 잠시 저와 눈을 마주치며.. 2011. 12. 26.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 1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