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사람이 두려운 길고양이 '꼬마' 아버지 병세에 차도가 보이면서 한숨 돌리기 시작한 지 며칠. 오래간만에 호순, 갈순씨와 찰리를 만나러 갔다. 찰리는 어디로 마실 갔는지 보이지 않고, 찰리를 꼭 닮은 길고양이 '꼬마'만 담벼락 위에서 낯선 방문객을 의심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른 어른 고양이들이 일찌감치 먹이 흡입에 나설 때까지도, 녀석은 그저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동네에는 동네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밥을 챙겨오셨다는 '점득이'라는 길고양이가 있는데, 점득이의 후손 중 하나가 찰리이고, 이후로 최근의 꼬마에게까지 점득이의 핏줄이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점득이, 찰리, 꼬마 모두 콧수염 같은 얼룩이 있다는 점에서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눈앞의 사람이 지나가기를 느긋하게 기다리는 꼬마. 그 기다림이 모든.. 2012. 2. 8. 길바닥에 잠든 고양이의 겨울방석 한겨울 전철역을 기다리며 승강장 의자에 앉아보면 차가움에 화들짝 놀라 일어섭니다. 실외역은 아무리 지붕이 있다고 해도 냉기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얇은 목도리 하나만 깔아도 냉기가 좀 덜한데요, 길고양이에게도 바닥에 깔린 스티로폼 방석이, 겨울나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조금이나마 막아줄 수 있으니까요. 한때 냉동식품을 담았을 스티로폼 상자뚜껑을 방석 삼아 길고양이 한 쌍이 잠을 청합니다. 엉덩이 아래도 따뜻하고, 앞뒤로 친구와 함께 몸을 맞대고 있으니 소르르 잠이 옵니다. 바스락 소리에 한 친구는 눈을 뜨지만, 다른 한 친구는 졸음을 못이겨 살짝 눈을 떴다 다시 감아버립니다. 하지만 역시 그대로 있는 것은 불안했던지, 아까부터 눈을 뜨고 이쪽을 주시하던 친구는 물탱크.. 2012. 1. 17. 콧잔등 인사에 풀리는 길고양이 마음 쌍둥이처럼 꼭 닮은 길고양이 한 쌍이 오두마니 앉아있습니다. 몸을 동그랗게 움츠리면 겨울의 한기를 조금은 막을 수 있습니다. 식빵 자세로 겨울 햇볕을 쬐는 길고양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입니디 껌딱지처럼 가만히 앉아있기는 심심했는지, 앞발을 들어 괜히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걸어 봅니다. 하지만 뭐가 심통이 났는지, 옆자리 녀석은 장난을 받아주지 않고 그만 외면해 버립니다. 단단히 화가 난 듯한 표정입니다. '장난이었는데...' 당혹스런 마음에 무슨 일이든 해서 마음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길고양이들의 콧잔등 인사는 안부를 묻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데 좋답니다. 그제야 눈을 지그시 감는 친구의 모습. 열심히 냄새를 맡으며 사과를 구하는 친구의 모습에 마음.. 2012. 1. 10. 아기 길고양이들의 훈훈한 우애 아기 길고양이 몸속에는 아무래도 스프링이 하나씩 들어있는 모양입니다. 어른 고양이들이 달아날 때는 ‘뛴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기 고양이들은 ‘통통 튀어오른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흔히 ‘도망간다’는 말을 속되게 부를 때 ‘튀다’라고 하지만, 그 말과는 또 다른 느낌이 아기 고양이의 도망가는 몸짓에 있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고 몇 번 움찔움찔 튀어 오르길 반복하다, 조금은 마음을 놓았는지 조심스레 담벼락 끝으로 다가오는 젖소무늬 아기냥입니다. 담벼락 아래로 내려오는 건 무서워하고 있어서, 기와 위로 간식캔을 덜어 올려줍니다. 그랬더니 혼자만 와구와구 먹으려고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숨어있는 형제를 부릅니다. 겁을 먹고 눈이 동그래진 푸른눈의 아기 길고양이,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하는 얼굴로 이쪽.. 2012. 1. 9. 사랑스럽고 귀한 인연, 길고양이 귀연이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다보면, 유독 사람을 반기는 녀석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귀연이라 부르는 길고양이도 그중 하나입니다. 처음 길고양이를 찍던 무렵, 나를 반가워하는 길고양이를 만나면 '내게 길고양이 페로몬이라도 나오는 건가' 하고 신기해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고양이의 곁에는 길고양이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녀석이 모든 사람에게 친근한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걸 안 것은,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지나갈 때면 걸음을 빨리해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것을 본 다음부터였습니다. 아마 아저씨 공포증이 있는 것인지 그 아저씨가 무섭게 대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길고양이를 사람 손에 길들이는 대신, 길고양이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닌 사.. 2012. 1. 6. 엄마를 찾는 아기 길고양이 전주 한옥마을을 들렀다 돌아오는 길, 어린 고양이의 빽빽 울음소리가 들려 골목길로 들어가봅니다. 어둠을 틈타 엄마 길고양이가 고인 빗물을 마시러 나온 모습과 맞닥뜨렸습니다. 아기고양이는 보이질 않네요. 아기 고양이가 잠자다 일어나보니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서둘러 비탈을 내려오는 모양새가, "엄마, 어디 갔었어요, 빨리 와요" 하는 듯해요. 느긋한 엄마와 달리, 아기 고양이의 마음은 바쁩니다. 성큼성큼 비탈길을 내려오다 저와 눈이 딱 마주칩니다. 질겁해서 다시 은신처로 들어가는 아기 길고양이입니다. '히잉...사람은 무서운데...엄마 빨리 와요!' 아기 고양이가 울상을 짓습니다. 그제야 엄마가 어슬렁어슬렁 발길을 옮깁니다. 아기고양이 마음이 바빠, 앞발이 먼저 엄마를 맞이합니다... 2012. 1. 3.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 14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