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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 인간을 구원하는 힘, 사랑-《자기 앞의 생》 Sep. 24. 2001 | 모든 사람은 어린 시절과 작별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그 시절을 보냈느냐에 따라 아름다운 추억이 될 수도 있고, 회복하기 힘든 고통으로 남을 수도 있다.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지정숙 옮김, 문예출판사)은 삶을 증오하고 마음을 닫는 대신 타인에 대한 사랑으로 견디며 암울한 어린 시절을 떠나보내는 고아소년 모모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이다. 1975년 메르뀌르 드 프랑스에서 출간된 이 책의 표지에는 초현실적인 드로잉이 그려져 있는데, 상상계와 암울한 현실을 오가는 모모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얼굴도, 따뜻이 안아줄 두 팔도 없는 여인의 다리 한편에 걸터앉은 어린아이의 옆모습은 담담하지만 쓸쓸하다. 여인의 모습이 불완전한 것은 한번도 어머니를 본 .. 2001. 9. 24.
삶의 불연속성 주목한 반예술-‘독일 플럭서스 1962∼1994’전 Sep. 20. 2001 | 9월 7일부터 10월 28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열리는 ‘독일 플럭서스 1962∼1994’전은 반예술을 표방하며 1960년대 초 독일에서 시작된 플럭서스를 회고하는 대규모 국제순회전이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를 아우른 이번 전시는 플럭서스의 진두지휘자 격인 조지 마키우나스를 비롯해 요셉 보이스, 존 케이지, 백남준, 볼프 보스텔, 조지 브레히트 등 26명의 작품 3백50여 점을 선보인다. 특히 플럭서스 공연의 각종 홍보물, 영화, 출판물 등 다큐멘트 1백여 점은 플럭서스의 태동기와 전성기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다. 삶의 불연속성을 반영한 반예술적 전위운동 1962년, 조지 마키우나스가 비스바덴시립미술관에서 ‘플럭서스-국제 신음악 페스티벌’을 개최한.. 2001. 9. 20.
‘자연인’ 김수영의 삶 재조명한 《김수영 평전》 Sep. 17. 2001 | 최하림 시인이 1981년 펴낸 《김수영 평전》이 김수영 탄생 80주년을 맞아 재출간됐다. 20년 만에 증보된 평전의 분량은 사진자료 30여 컷, 아포리즘 ‘시와 말과 자유’를 포함해 4백32쪽에 달한다. 재발간된 평전은 김수영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모친의 증언에 많은 비중을 뒀다. 또한 만주 길림에서 함께 연극활동을 했던 임헌재, 거제포로수용소 동료 장희범, 서강에서 이웃에 살았던 김경옥, 그밖에도 박순녀, 김영태, 염무웅, 김철, 김우정 등의 증언이 보강됐다. 평전 속에 묘사된 김수영은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으며, 선린상고 재학시절에는 영어실력이 뛰어난 말없는 외톨이였다. 동기들 사이에서 ‘고독한 산보자’, ‘쇼펜하우어’ 등으로 불린 김수영은 집에서도 어두운 다락방에서 혼.. 2001. 9. 17.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실비 플러리전 Sep. 13. 2001 | 9월 8일부터 11월 11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는 스위스 작가 실비 플러리의 개인전 ‘O ’를 개최한다. 랑콤의 향수 로고를 전시 제목으로 삼은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실비 플러리는 유명 브랜드 제품, 상품 광고, 패션쇼, 의상 디자인 등을 순수예술과 결합시킨다. 이번 전시에서는 패션 잡지에 실린 유명 브랜드의 광고 문구와 전시 타이틀을 이용한 네온사인 작업, 월페인팅, 설치작업 및 영상작업이 소개된다. 실비 플러리는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 초청작가로 국내에 선보인바 있지만, 그녀의 개인전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산 물건이 나의 정체성을 대변한다 1980년대 뉴욕 언더그라운드 예술무대에서 활동해온 실비 플러리는 1990년대 초 쇼핑한 물건과 쇼핑.. 2001. 9. 13.
바다의 세로축을 찾기 위한 도전의 역사 - 《경도》 Sep. 11. 2001 | 항해술과 해도가 발달하지 않았던 17, 18세기까지만 해도 선원들에게 위도와 경도의 두 선은 생명선이었다. 특히 경도를 모른 채 항해한 당시 선원들은 매일 목숨을 내건 모험을 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지구는 24시간에 360도 회전하므로 경도 15도는 1시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배가 위치한 곳의 시각과 이미 경도를 알고 있는 다른 한 곳의 시각을 알면 시차를 거리로 환산해 현 위치의 경도를 파악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정확한 해상시계가 없다는 점이었다. 당시의 시계는 배의 흔들림, 온도와 기압 등의 변수에 따라 속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1714년 영국 의회가 경도법을 제정해 현 화폐가치로 수백만 달러에 상당하는 2만 파운드를 상금으로 내걸었고, 갈릴레이에서 뉴턴까지 당시 과학자.. 2001. 9. 11.
베네치아의 빛, 보헤미아의 보석-‘유럽 유리 5백년’전 Sep. 07. 2001 | 물인 듯 하면서 얼음과 같고, 깨지기 쉬운 거품인가 하면 영원한 보석이 되며, 돌인가 싶으면 빛이 되는 것. 유리의 아름다움은 이처럼 다채롭다. 경기도박물관 제1, 2전시실에서 8월 18일부터 10월 28일까지 열리는 ‘빛의 보석, 모래의 화신-유럽 유리 5백년’전은 유럽 유리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전시다. 2001세계도자기엑스포 특별기획전의 일환으로 열린 이번 전시에는 체코 북보헤미아 박물관 소장품 2백 점, 일본의 가라스노모리 박물관 소장품 30점, 일본 가라스 공예연구소 소장품 65점 등 총 2백95점의 유리작품이 선보였다. 15세기 베네치아 유리부터 20세기 현대 유리까지 전시장에는 15∼16세기 베네치아 유리, 17∼19세기 보헤미아 유리, 19세기 말∼20세.. 2001.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