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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예술도 결국은 착란일 뿐 - 성능경전 Nov 15. 2001 |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미술회관은 11월 9일부터 25일까지 ‘한국현대미술 기획초대전’ 다섯 번째 작가로 중진작가 성능경을 선정해 ‘예술은 착란의 그림자’전을 개최한다. 성능경은 1970년대 전위미술집단 ST(space & time)그룹에서 활동하면서 신문, 사진 등 매체를 이용한 개념미술과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실험적인 작품경향 때문에 그 위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1970년대 초기작인 ‘1974년 6월 1일 이후’를 비롯해 ‘망친 사진이 더 아름답다’, ‘착란의 그림자’, 후배작가 전용석씨가 촬영한 다큐멘터리 ‘S씨의 하루’등 최근작까지 망라한 대규모 회고전이다. 신문을 도려내듯 권력을 상징적으로 해체한 전위미술 1세대 성능경을 한국 전위미술 1세대로 각인시킨.. 2001. 11. 15.
독자적인 고대 동아시아 세계 재구성한 《만들어진 고대》 Nov 13. 2001 | 언제, 어떤 시점에서 관찰하느냐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역사다. 특히 고대 동아시아사는 근대 국민국가의 정치적 민족적 위상을 반영하기 때문에 민감하게 취급돼왔다. ‘왜 왕권’이 한반도 남부를 약 2백년 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 설의 근거가 된 광개토왕 비문의 해석 차이는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에는 일본교과서 역사왜곡 문제로 한·일 관계가 미묘해지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 출간된 재일교포 역사학자 이성시 교수(49, 와세다대학교)의 저서 《만들어진 고대》(박경희 옮김, 삼인)는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 근대사가 ‘타자를 인식해 만들어진 역사’라는 점에 주목해 눈길을 끈다. 이성시 교수는 전통이 권력과 지배관계 등 정치적 의도와 밀접한 관계를.. 2001. 11. 13.
죽음을 초월해 남편 지킨 아내의 사랑-《하얀 개와 춤을》 Nov 12. 2001 | 죽음은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숙명적 사건이다. 지인들이 하나 둘씩 주변에서 사라지고, 동창회 명부에서 공란으로 남겨진 이름들이 늘기 시작할 때, 죽음은 점점 선명해진다. 그러나 죽음의 그림자가 가장 강력하게 잠식해오는 건, 평생을 해로한 배우자가 세상을 떠났을 때다. 흐려져 가는 정신과 쇠약해진 몸을 매몰차게 후려치는 이때의 상실감은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럽다. 그러나 소설 《하얀 개와 춤을》(최인자 옮김, 북@북스)은 노년을 죽음의 두려움이 지배하는 시간 아닌,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시간으로 묘사해 안도감을 준다. 글쓴이 테리 케이가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이 소설은 1991년 출간돼 미국 사우스이스턴 도서관 협회에서 수여하는 ‘최고의.. 2001. 11. 12.
다층적 호주문화 담은 기억의 보관소 -‘증인들’전 Nov 09. 2001 | 11월 7일부터 12월 2일까지 인사아트센터 3층 인사미술공간에서는 호주 연방정부수립 1백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한국호주 큐레이터 교류전-증인들(indicium)’전이 개최된다. 이 교류전은 2001년 11월 호주 작가들이 방한해 한국의 인사미술공간에서 전시하고, 2002년 9월 한국 작가들이 호주 시드니의 펜리스 갤러리에서 전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캐서린 로저, 마이클 라일리, 린델 브라운 & 찰스 그린 등 호주 사진작가 4인이 참여해 듀라클리어, 디지털 합성, 파노라마 사진 등 다양한 기법을 도입한 사진작품 35점을 선보인다. ‘증인들’로 번역된 ‘인디시엄(indicium)’은 표시나 징후, 흔적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원주민문화와 백인문화가 교차하고,.. 2001. 11. 9.
해부대 위에 올려진 가짜들의 그로테스크한 매력-장희정전 Nov 02. 2001 | ‘멀리서 보았을 때 꽃인가 싶었다가, 가까이서 보니 아름다운 여인이었더라’는 이야기는 언뜻 듣기에 낭만적이지만, 그 여인의 몸이 조각조각 해체된 모습이라면 묘한 모순을 느낄 수밖에 없다. 10월 16일부터 11월 11일까지 쌈지스페이스 1, 2층에서 열리는 장희정전은 해체된 인형의 신체를 오브제로 사용하거나, 가짜 꽃 그림 등을 등장시킨다. 사용한 소재들로 봐서는 페미니즘 계열 전시가 아닐까 싶지만, 장희정이 관심을 갖는 것은 아름다운 가짜들이 지닌 그로테스크한 매력이다. 그녀는 대상을 분해하고 다시 새로운 형태로 재조립하면서, 아름답게 보이는 외관 속에 숨은 실체를 해부하듯 파헤쳐 보인다.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과 보여지는 사물 사이의 간극 전시장 2층에 마련된 꽃무늬벽지 방은.. 2001. 11. 2.
기원과 욕망 담은 전통조각의 참 멋 - 조선후기조각전 Oct. 26. 2001 | ‘전통조각은 딱딱하고 재미도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끗이 불식시킬 전시가 로댕갤러리에서 열린다. 삼성문화재단 호암미술관 주최로 9월 28일부터 11월 18일까지 개최되는 ‘새로운 발견! 조선후기 조각전’은 17세기 후반부터 19세기 까지 제작된 불교조각, 능묘조각, 토속신상 등 70여 점을 선별해 기존 미술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전통조각의 다양한 양상을 부각시킨 전시다. 불교적 경궤의 영향 벗어난 다채로운 조각 선보여 전시된 작품 면면을 보면 불교의 의례적인 제작양식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불·보살상을 전시목록에서 최소화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암굴 속에서 수도하는 나한상, 시중을 드는 동자상과 동녀상, 불교적 상징으로 자주 등장하는 사자형 법고대와 코끼리형 좌.. 2001. 10.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