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온 날, 길고양이 마음은 소금밭이다 폭설 내리는 날이면 떠오르는 책이 있습니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 -지금은 절판된 문학평론가 이명원의 책입니다. 질 나쁜 소금을 입에 털어넣으면 입속을 가득 채우는, 텁텁하고 씁쓸하고 찝찌름한 맛. 마음이 그런 기운으로 가득 찰 때, 글쓴이는 도서관에 가서 마음을 달랩니다. 마음이 소금밭인데 도서관에 가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소금밭 같은 마음이란, 벌어진 상처에 뿌린 소금처럼 따갑고 아린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상처 입어 아리고 쓰린 자리에 또 다시 따가운 소금을 뿌려대는 일. 폭설 내린 날 길고양이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고양이 등에 사뿐사뿐 내려앉는 눈송이는 달콤한 설탕이 아니라, 뾰족뾰족 네모나게 각이 진 소금입니다. 겨울이 다 지나갔나 하고 방심했던 길고양이들에게.. 2010. 3. 10. 물을 찾아 헤매는 어린 길고양이 어린 길고양이가 산더미처럼 쌓인 계란판 앞을 서성이고 있습니다. 어디론가 배달될 듯, 혹은 어딘가의 음식점에서 쓰려고 막 주문해놓은 듯, 꽤 많은 양의 계란입니다. 배고픈 고양이가 싱싱한 계란 냄새를 맡고 찾아온 것일까, 혹시 계란을 노리려나...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발톱만은 제법 날카로우니 계란 하나 구멍내어 쪽쪽 빨아먹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잖게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어린 길고양이는 눈앞의 '신선한 먹을 것'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어린 길고양이가 이곳까지 온 목적은, 갈증을 해소해 줄 한 방울의 물뿐이었습니다. 몹시 목이 마른 듯, 고작 한 줌도 안될 고인 물을 허겁지겁 핥아먹습니다. 길고양이로 살면서 겨울 내내 먹기 힘든 것은 밥보다도 깨끗한 .. 2010. 3. 9. 신비한 빛깔의 삼색털 길고양이 보통 삼색털 고양이는 흰색, 황토색, 고동색(혹은 검은색) 얼룩이 조화롭게 섞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독특한 빛깔을 띤 삼색털 고양이를 만나기도 합니다. 화단 난간 뒤로 몸을 숨기고 있던 길고양이는 신비로운 빛깔의 삼색 고양이였습니다. 은회색 털과 밀크티 빛깔의 얼룩이 흰 바탕에 점점이 섞여 있습니다. 고양이는 보이는데 창살 너머로는 머리를 집어넣을 수 없어, 카메라만 쏙 들여보내서 찍었습니다. 등 뒤에는 친구 고양이가 가만히 식빵을 굽고 있습니다. 한적한 봄날 오후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드디어 제 인기척을 느끼고 도끼눈을 뜨는 삼색털 고양이입니다. 한껏 세운 마징가 귀가 안테나를 대신합니다.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좋은지, 눈치를 봐서 잽싸게 도망가야 할지... 삼.. 2010. 3. 8.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소품판매전 기부완료 1300K , 텐바이텐, 바보사랑 판매중(사이트명 클릭하면 이동합니다^ㅅ^) 지난 2월 2일부터 27일까지 열린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출간기념전 부대행사로 진행한 소품판매전에서 제작 실비, 포장 배송비 등 제반 경비를 제한 수익금 1,013,450원을 오늘자로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기부했습니다. 길고양이들을 위해 힘쓰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 달간이나 전시공간을 선뜻 내어주신 갤러리146Market 박지민 큐레이터님, 전시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아트북스 출판사에 감사드리고, 사진 속 길고양이들을 보러 와주신 분들께 특별히 감사드립니다. 방명록 이벤트 당첨자 5분께는 개별연락을 드렸고, 소정의 선물을 월요일에 발송하겠습니다. (당첨자 중 아래 글을 남겨주신 song-ee Mom.. 2010. 3. 6. 일광욕을 즐기는 고양이 스밀라가 아침 급식을 마치면 꼭 앉아있는 자리가 있습니다. 베란다 창 아래 기댈 만한 곳이 있거든요. 오전 9시, 햇빛이 블라인드 너머로 슬며시 들어왔다 사라지는 시간, 스밀라는 가만히 그 빛을 받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일광욕을 즐길 줄 압니다. 특히 비타민D를 합성하기 위해서는 햇빛 쬐는 게 좋다고 하네요. 어머니와 함께 눈맞춤을 하느라 고개를 쭉 위로 들어보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습니다. 만약 어머니가 빛이 들어오는 방향에 서 계셨더라면, 비켜달라고 항의했을지도 모르죠. 아침 햇살을 받으며, 노골노골 몸을 녹입니다. 눈앞의 빛이 서서히 사그러들어 가느다란 빛줄기가 되고, 마침내 실오라기처럼 가늘어질 때까지 스밀라는 눈을 떼지 않습니다. '햇빛과 함께 놀기'란 고양이의 명상법 중 하나인가 봅니.. 2010. 3. 6. 갤러리를 지키는 식객 길고양이 갤러리 146Market에서 열린 '고양이, 만나러 갑니다' 사진전 마지막 날, 갤러리 앞에 상주하는 식객 길고양이를 만났습니다. 약간 이른 시간에 도착한지라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전경 사진을 찍고 있는데, 인기척, 아니 묘기척이 느껴집니다. 눈을 왼쪽으로 돌려보니, 식객 고양이 한 마리가 정좌한 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갤러리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는 것은 저뿐만이 아니었던 거죠. 갤러리 146Market에서는 갤러리 근처로 찾아오는 식객 길고양이 여러 마리를 돌보고 계신다고 합니다. 길고양이 치고는 입성이 깔끔합니다. 옆구리의 무늬로 보아, 아메리칸 숏헤어 종의 피를 물려받은 듯합니다. 특유의 골뱅이 무늬가 선명합니다. 아무래도 기다리는 사람이 빨리 오지 않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드는지, 아니.. 2010. 3. 4. 이전 1 ··· 132 133 134 135 136 137 138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