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두려움이 우리를 구원할 거야-영화감독 민병훈 [문화와나 | 2008년 봄호] 영화감독에겐 예술영화라는 타이틀이 찬사인 동시에 낙인이다. 예술영화라면 손사래부터 치는 투자자, 개봉에 난색을 표하는 극장주, 보나마나 어렵고 지루할 거라며 관심도 갖지 않는 관객들을 떠안고 걷는 길은 멀고 험하다. 그러나 민병훈 감독은 현실을 달콤한 판타지로 포장해 팔아치우는 사기꾼보다, 우직한 싸움꾼이 되길 원한다. 영화의 절대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그의 고집은, 영화 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집요하고 무모한 삽질과 닮았다. 자신을 극한 상황까지 내몰 때조차, 삽 대신 카메라를 든 민병훈 감독의 ‘삽질’은 결코 무겁지 않다. “깃털처럼 가볍게, 머슴처럼 저돌적으로, 하지만 심각하진 않게.” 그가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픈 삶의 태도는 그러하다. 민병훈 감독이 러시아 국립영화.. 2008. 7. 13.
어린 길고양이들 지붕 끄트머리에서 놀고 있던 어린 고양이 발견. 깜짝 놀랐는지 눈이 동그래져서 날 빤히 보면서 얼어붙어 있다가, 내가 움찔움찔 하면서 가까이 다가갈 자세를 취하니 얼른 도망가 버렸다. 지붕 너머 덤불 속에 다시 고양이가 보이기에 당겨 찍어봤더니, 그늘 쪽에 한 녀석이 더 있었다. 마지막 사진에서 앞에 선 녀석의 앞발에 얼룩무늬가 없는 걸로 봐서는, 뒤에 숨은 녀석이 아까 달아난 녀석인 듯. 사진을 찍기 전에 고등어무늬 어미고양이가 앞질러 간 걸로 보아, 아마 그 고양이의 새끼들인 것 같다. 솜털이 뽀송뽀송한 게 이제 서너 달쯤 되었으려나. 똘망똘망한 녀석들. 어른 고양이들은 의외로 사람을 피하지 않고 다가오기도 하지만, 어린 고양이들은 대개 조심성이 많아서 인기척이 나면 잽싸게 도망간다. 뒤에 있는 녀석.. 2008. 7. 12.
^-^ 한 6개월 넘게 걸려있던 타이틀 사진 바꿨다. 이제 여름이니까~ 이전 사진은 기념으로 남겨둔다. * 아래 리플 보고 계산해보니 3개월쯤 썼던 것이었음;; 하지만 느낌은 왠지 꽤 오래된 것 같았다는... + 스킨에 문제가 있어서 원래 스킨으로 복귀했습니다. 근데 타이틀 사진을 수정하려니 안되네요. 위아래 부분도 좀 깨지고.. 덧글이 달려 있어서 일단 이 글은 그냥 둡니다. 2008. 7. 12.
단순한 세계 요즘 블로그가 무슨 '병자일기'처럼 되어가고 있지만;; 어쨌든 기침하느라 밤잠을 잘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약국에 갔다. 어차피 감기약이 치료제도 아니고 증세를 조금 완화시킬 뿐이지만, 기침 소리에 어머니까지 잠을 설치고 고양이도 밤새 서성이는 바람에 미안해서라도 빨리 나아야겠다 싶었다. 동네 약국은 오후 9시까지만 문을 여는데, 오후 8시에 집에 도착해서 대충 씻고 멍하니 앉아있다 보니 어느덧 8시 53분이었다. 오늘 약국 문 닫기 전에 약을 못 사면, 오늘밤은 물론 내일 오후까지도 약국 없는 동네에서 퇴근 시간까지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 마음이 급했다. 상가 건물까지 후다닥 뛰어가니 다행히 불은 아직 켜져 있었다. 주인 약사는 안 보이고, 아마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는 듯한 할머니-어쩌면 한때 약사였.. 2008. 7. 10.
보온 고양이 아침에 눈을 뜨니 스밀라가 또 의자 위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누워 있다. 이제는 내가 자리를 비우기만 하면 훌쩍 뛰어올라 앉는다. 그 자리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나도 일은 해야 하니까 스밀라를 슬슬 밀어낸다. 그럼 스밀라는 못마땅한 듯이 뭉기적거리고 있다가 마지못해 뛰어내린다. 방금 전까지 스밀라가 앉아 있던 자리가, 스밀라의 몸 크기만큼 따뜻하다. 2008. 7. 5.
방심 사고는 방심한 순간 일어난다. 그제도 그랬다. 저녁으로 돼지갈비와 조개구이를 먹고, 회사 사람들과 함께 승합차를 타고 이동하려던 참이었다. 승합차는 9인승인데 타야 할 사람은 그보다 좀 많았다. 기껏해야 10여 분 이동할 예정이었기에 차 1대를 더 부르기도 뭣해서, 불편해도 대충 끼어 앉아 가기로 했다. 앞좌석에 2명이 먼저 올라탔고, 남은 사람들은 뒷좌석에 차례대로 들어가면서 몸을 구겨 넣었다. 나는 행렬의 거의 끝쯤에 서 있다가, 승합차에 한 손을 얹고 차 안을 들여다보았다. ‘티코에 몇 명까지 탈 수 있을까’를 실험하던 모 프로그램이 생각나서 조금 웃었다. 그때 차 앞문이 탁 닫혔다. 오른쪽 넷째 손가락에 둔한 압박감이 느껴졌다. 아픈 것보다 놀라서 가슴이 내려앉았다. 다른 데라면 몰라도, 손가락은.. 2008.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