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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놀이 베란다 방에 놓아둔 큰 가방 속으로 스밀라가 쏙 들어갔다. 한동안 탐색하는가 싶더니 가방 바닥을 벅벅 긁는 소리가 난다. 얼른 꺼낼까 하다가, 변변한 장난감도 없는데 저렇게라도 놀아야지 싶어서 그냥 뒀다. 그랬더니 2시간 넘게 저 안에서 놀고 있다. 너무 좋아하는거 아닌가( 'ㅅ')? 2006. 10. 4.
고양이 동굴에서 고양이에게는 몸을 숨길 수 있는 자기만의 동굴이 필요하다. 야생의 고양이라면 어떤 동굴을 선택하는지 모르겠지만, 도시의 고양이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활용해 동굴로 삼고 '이건 동굴이야' 하고 자기암시를 건다. 그러니 길고양이와 만나려면, 주택가 골목에 주차된 자동차 아래, 혹은 길가에 있는 네모난 소화전 상자 아래, 아니면 키 작은 나무를 빽빽하게 심은 화단 근처를 유심히 보아야 한다. 고양이가 늘 있는 건 아니지만, 평소 보이던 고양이가 눈에 띄지 않는다면, 적어도 다른 곳보다는 그 근처에 숨어있을 확률이 높다. 새끼 고양이가 '동굴 입구'에 나와 있다. 코 끝에 흙이 묻어 꼬질꼬질하다. 험하게 살아온 동물에게는 흔적이 남는다. 아직은 그저 흙먼지나 조금 몸에 묻히는 정도겠지만, 조만간 어른 고양이들과 .. 2006. 9. 30.
도망치는 고양이 새끼 고양이 있는 곳을 들여다보니, 빈 두부 그릇과 햇반 그릇이 눈에 띈다. 사람 손이 타지 않는 곳이라서 이곳에도 밥을 놓아두는 모양이다. 새끼 고양이는 어미보다 경계심이 강하다.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조금이라도 내가 움직이는 기미를 보이면 달아날 기세다. 하지만 대낮에 이렇게 큰 소리로 울어대서는, 아무리 몸을 숨겨도 소용없지 않나. 내가 가지 않고 계속 얼쩡거릴 것처럼 보였는지, 새끼는 더 이상 그곳에 앉아 있지 않고 자리를 옮겼다. 잡동사니가 쌓인 통로는 담을 따라 뒷문과 이어진 것 같다. 새끼 고양이가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머리만 빼꼼 내밀어 주변이 안전한지 확인한다. 담 바로 옆에 주차된 차 밑으로 숨어들어갈 모양이다. 후다닥 뛰어 갈 수 있을지, 거리를 가늠해본다. 후다닥~ '차 밑에 숨기.. 2006. 9. 30.
정을 떼는 고양이 오래간만에 매점 앞을 지나면서 혹시 고양이가 있을까 기웃거려본다. 멀리 삼색 고양이의 엉덩이가 보인다. 얼마 전에 새끼와 함께 아름다운가게 사무실 근처에 누워 있던 어미 고양이다. 에웅에웅, 고양이 울음소리도 들린다. 가까이 가 보니 삼색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아니었다. 뭔가 열심히 주워먹고 있어서 울 겨를도 없어 보였다. 플라스틱 통에는 참치나 소시지가 아닌, 고양이 사료가 담겨 있다. 매점 아주머니께 "사료를 사서 주시는 거예요?" 하고 여쭤 보니, 자주 오는 고양이들 주라고 누가 사료를 맡기고 갔단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끼들을 살갑게 챙기던 어미 고양이가 요즘은 쌀쌀맞게 군다고 한다. 제 먹을 것만 챙기니 이상하다고. 새끼들이 다 자랐으니 정을 떼려나 보죠, 애매한 답을 하고 다시 울음소리.. 2006. 9. 30.
목을 빼고 바라본다 스밀라가 방충망에 매달리다가 추락할까 싶어서 대개 창문을 닫아둔다. 그래도 환기는 시켜야 하니까 가끔 열긴 하는데, 창문 여는 소리가 나면 휙 뛰어올라서 최대한 방충망 쪽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다시 닫을 때까지 저렇게 망부석처럼 앉아 있다. 가끔은 창문을 닫으려고 하면, 못 닫게 하려는 것처럼 기를 쓰고 머리를 디밀어서 당혹스럽다. 평소에는 고집스런 면을 못 느끼겠는데, 자기 주장을 할 일이 있으면 꼭 하고야 만다. 그래봤자 몸이 작으니까, 두 팔로 번쩍 안아서 옮겨버리면 꼼짝 못하지만. 내가 고양이였다면, 매번 목적 달성을 제대로 못하고 끌려내려오는 상황이 내심 억울할 것 같긴 하다. 지금 스밀라가 앉은 자리는 예전에 소형 캐비닛을 놓았던 자리다. 한동안 스밀라의 전망대로 썼던 물건이지만, 책꽂이 꼭대.. 2006. 9. 25.
아름다운가게 고양이 가족 아름다운가게 사무실 근처에 사는 삼색 고양이와 새끼들. 어미 고양이에게 배를 채우라고 천하장사 소시지를 줬더니, 곧바로 먹는 게 아니라 입에 물고 어디론가 총총 발걸음을 옮긴다. 따라와보니 바로 여기다. 원래 이 근처는 황토색 얼룩 고양이와 다리가 불편한 삼색 고양이가 살던 곳이지만, 몇달 전에 가게 앞 도로를 갈아엎는 공사를 한 뒤부터 녀석들이 보이지 않았다. 어쨌거나 새끼와 함께 있는 어미 길고양이를 본 것도 오래간만이다. 가게 사무실로 들어가는 철문은 닫혀 있었지만, 철문 아래로 고양이가 드나들 틈은 넉넉했다. 고양이가 허리를 구부리고 철문 밑으로 스륵 들어가버리면, 담을 넘지 않는 한 철문 안쪽으로 따라들어갈 방법이 없다. 어미는 영 신경이 쓰이는지, 자꾸만 내 쪽을 힐끗힐끗 쳐다보면서 경계하는 .. 2006.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