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던 녀석이 이렇게 처음 보았을 때는 이렇게 비쩍 말라서, 얼굴도 삼각형이고 허리가 굽어보일 지경이었는데 집에 온지 넉 달이 지나고 이렇게 토실토실 살이 올랐습니다. 요즘은 너무 잘 먹어서 좀 걱정이지만... 가끔 '두 발로 서서 어정쩡하게 앞발 들어올리기' 같은 고난이도의 재롱도 보여줍니다. 고양이와 쭉 함께 살아온 분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이겠지만, 저에게는 스밀라의 행동이 늘 새롭군요.^^ 2006. 11. 4. 많이 아쉬운 복간, 카메라 루시다 롤랑 바르트의 가 복간됐다. 9월 말 동문선에서 나왔는데, 친숙한 열화당 판의 제목 대신에 이란 제목을 썼다. 복간된 책은 15000원이니 절판되었을 당시의 책값에 비하면 거의 3배로 값이 뛰었다. 가격이 오르고, 제목이 바뀌고, 동문선 특유의 좀 '덜 세련된' 표지로 바뀌었어도, 이 책을 기다린 사람들이라면 참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열화당 판에 비해 도판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 도판을 스캔해서 쓸 때 두드러지는 망점이 대부분의 사진에서 나타난다. 아마 필름 원본이 아니라, 열화당 판에 수록된 도판을 그냥 스캔해서 사용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 책이 사진에 관한 에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좀 멀더라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열화당 구내서점에 남은 재고를 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2006. 10. 31. 동당동당, 스밀라의 북소리 스밀라는 주로 밤에 노는데, 조용한 밤에는 울음소리도 더 크게 들린다. 거실로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려면 베란다 방과 내 방 사이의 유리문을 닫아야 한다. 스밀라는 나를 볼 수 있지만, 밖으로 나올 수는 없다. 한데 스밀라는 그 상황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유리문 앞에 앉아서 냥-냥- 하염없이 울다가, 나중에는 두 발로 일어서서 앞발로 유리문을 번갈아가며 동당동당 때린다. 스밀라의 도톰한 앞발이 북채 역할을 하는 동안, 유리문도 열심히 둥둥 소리를 낸다. 나를 힐끔 보더니 집요하게 유리문을 두들긴다. 내가 나와서 놀아줄 때까지. 이걸로 "앞발로 유리문을 친다→ 둥둥 소리가 난다→ 엎어져 있던 인간이 부시시 일어난다→ 간식을 주거나 놀아준다"의 과정이 스밀라에게 학습된 듯하다. 2006. 10. 29. 원칙과 책임 새벽이면 스밀라는 몽유병자처럼 방을 어슬렁거린다. 공기가 싸늘해지면서, 베란다 방의 라탄 둥지보다 내가 있는 쪽으로 건너오는 일이 잦아졌다. 작은 털뭉치 같은 몸이 방 안의 소소한 물건들에 부딪칠 때 나는 소리는 작지만, 이상하게도 그 기척에 귀가 쫑긋해지면서 잠을 깨고 만다. 나도 고양이 귀를 닮아가는 건가. 가끔 내가 잠든 이불 위를 토실토실한 발로 즈려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한 발 한 발 무게를 실어 도장 찍듯이 꾹, 꾹, 꾹, 꾹. 오늘 새벽에는 바로 옆에 와서 냄새를 맡고 있기에, 잠결에 등을 쓰다듬어주니 앞발로 번갈아가며 꾹꾹이를 했다. 꾹꾹, 꾹꾹. 밀라의 토실토실한 앞발. 요즘 살이 붙어서 그런지, 저 발이 이불 위를 밟고 지나가면 꽤 무게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이불 위를 밟고 지나가면 잠.. 2006. 10. 15. 둥글고 투명하고 반짝이는 것 고양이가 눈을 들어 허공을 바라본다-이렇게 단순한 행동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홀릴 수 있다니. 2006. 10. 11. 하얀 식빵 스밀라가 잘 보여주지 않는 식빵 자세. 평소에는 털방석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거나, 다리를 쭉 뻗고 널브러져 있기 일쑤다. 고양이가 네 다리를 몸 아래로 접어 넣은 걸 보면, 왠지 다리가 저릴 것만 같다. 아이들이 종종 당하는 체벌 중에 '무릎 꿇기'가 있지 않나. 사람은 두 다리만 꿇으면 되지만 고양이는 다리가 네 개니까, 다리 저림도 두 배일 것 같은데... 고양이가 식빵 자세를 하고 있다가 "어, 다리 저려=( -ㅅ-)=" 하면서 일어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어쨌거나 보는 사람은 불편해도, 고양이는 식빵 자세를 별로 불편해하는 것 같지 않다. 그래도 스밀라는 쿠션 위에서만 식빵을 굽는다. 표정이 좀 심통난 것 같기도 하고^^; 2006. 10. 8. 이전 1 ··· 212 213 214 215 216 217 218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