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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고냥 잰걸음으로 인사동 사거리를 횡단하는 고등어무늬 고냥. 뒤도 안 돌아보고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차 밑으로 들어가 버렸다. 도시 고양이들의 은신처 중 1순위가 주차된 차 아래일 것이다. 깜빡 잠이라도 들었다가 차가 움직이면 큰일인데 하고 걱정한다. 2005. 9. 20.
★홍제동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홍제동 대양서점에 들렀다가 만난 길고양이. 하관이 빠르고 몸이 마른 게 새침한 아가씨같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이더니, 내가 가까이 다가가니까 흠칫 놀라면서 잽싸게 도망을 간다. 성큼성큼 빠른 걸음으로 달려가는 옆모습이 날렵하다. 골목에서 사진을 찍을 땐 몰랐는데, 계단을 정면에서 보니 마치 외줄타기하는 고양이처럼 보인다. 길고양이답게 조심성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무리 해도 잡을 수 없도록 안전거리를 확보했다고 생각했는지, 여유있게 뒤돌아서서 나를 바라본다. 몸을 쭉 늘이고. 뒷다리를 쭉 뻗은 채로 저렇게 한동안 서 있었다. 2005. 9. 12.
온-오프라인 세계의 기묘한 접속-김상길 ‘OFF-LINE’전 [미디어다음/ 2005. 9. 9] 같은 물건을 모으거나 비슷한 취향을 지닌 온라인 커뮤니티 회원들을 한 자리에 모아 촬영하면 어떻게 될까? 똑같은 물건을 들고 있거나 단체복을 입고 함께 찍은 사진은 그 소유자의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줌과 동시에 기이한 풍경을 만들어낸다. 관훈동 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에서 30일까지 열리는 사진가 김상길의 ‘OFF-LINE’전을 찾아가 본다. 김상길은 흔히 영화에서 이야기의 맥락과 상관없이 순간적으로 끼어드는 간접광고(PPL)처럼, 자연스러움을 가장하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연출 하에 완성되는 이미지를 사진으로 구현한다. 작가는 이와 같은 작업을 ‘리코딩 프로그램’이라는 개념 하에 일련의 연작 사진으로 전개해왔다. 주로 재연배우에 의해 연출된 장면을 촬영한 ‘Motion .. 2005. 9. 9.
우리네 인생 담은 올망졸망 돌멩이그림-황주리 ‘세월’전 [미디어다음/ 2005. 9. 5] 명색이 문화의 거리인 인사동. 정작 붐비는 곳은 찻집과 호떡집뿐이라지만, 요즘 사람들이 유독 발걸음을 멈추고 쉬 자리를 뜨지 못하는 곳이 있다. 바로 황주리 개인전이 열리는 갤러리 아트사이트 앞이다. 전시장 바닥에 올망졸망 놓인 100여 개의 돌멩이가 저마다 아기자기한 그림을 품고 있으니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오는 13일까지 열리는 황주리의 25번째 개인전 ‘세월’ 출품작 중 ‘돌에 관한 명상’ 연작을 만나본다. 흔히 입체작품은 높은 좌대 위에 올려져 전시되기 마련이지만, 황주리의 돌 그림은 자연의 모습 그대로 소박하게 바닥에 놓여있다. 미술작품이 갖는 권위를 벗어던지고, 흔연스럽게 바닥에 철퍼덕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돌멩이 그림들은 오손도손 정겹다. 그 속에 담긴.. 2005. 9. 5.
과일가게 고양이 아파트 상가 앞 과일가게에 고양이가 종종 출몰하는데, 몇달 전에 새끼를 낳았는지 두 마리가 밥을 먹고 있었다. 카메라를 꺼내니 삼색이는 스르륵 사라지고, 고등어 녀석만 남아 모델이 되어 주었다. 흰 양말을 신은 고등어다. (고양이들의 양말을 볼 때마다, 어첨 저렇게 흰 물감에 퐁당 담갔다 꺼낸 것처럼 저런 모습을 하고 있을까하는 생각만 든다.) 과일가게에서도 약간 방관자적인 자세로 고양이를 대하는지라 정식으로 만든 사료를 사다줄 리 만무하고, 그저 사람 먹는 것과 똑같은 밥이다. 그래도 과일가게다 보니 남는 게 과일이라고, 포도 한 알이 덩그러니 담겼다. 앞발이 대야 속으로 쏙 들어간 모습이 귀엽기 그지없다. 2005. 9. 1.
유럽자기박물관 18세기부터 21세기에 이르기까지, 유럽 자기의 역사를 아우르는 명품 도자작품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 유서 깊고 화려한 테이블 웨어, 아기자기한 도자기 인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 부천 유럽자기박물관을 찾아가 본다. 2003년 5월 부천 종합운동장 1층에 개관한 유럽자기박물관은 복전영자(福田英子) 관장이 1998년 11월 서울 평창동에 개관했던 셀라뮤즈 자기박물관을 모태로 삼아 부천에 150평 규모로 이전 개관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18~20세기 유럽 도자사 담은 아름다운 그릇 유럽자기박물관에는 18세기부터 시작되어 세계 도자사에 한 획을 그은 독일의 마이센 자기, 화려한 문양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세브르 자기, 영국 왕실로부터 그 품격을 인정받았다는 .. 2005. 8.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