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집 고양이의 근황 지난 가을쯤, 안국동 고양이집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고양이집은 안국동 아름다운가게 맞은편에 있는 구멍가게에 대해 내 마음대로 이름붙인 것이다. 제일 나이를 많이 먹은 듯한 삼색고양이 한 마리, 그리고 좀 더 어린, 비슷한 또래의 황토색 얼룩고양이 세 마리-이렇게 네 마리가 뒹굴뒹굴 하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곤 했는데, 간혹 구멍가게에서 천하장사 소세지를 사다 먹이는 사람들로 구멍가게의 매출도 조금은 올라갔을지 모른다. 아마도 고양이집 주인과 네 마리의 고양이는 암묵적인 동의 하에 화목하게 살고 있었던 것 같다. 어쨌든 지난 겨울 내내 그 고양이들이 보이지 않아서 궁금했는데, 오늘 정독에 갔다가 돌아가는 길에 고양이집 고양이들의 소식을 들었다. 원래는 다섯 마리가 있었는데, 누군가 쥐약을.. 2005. 3. 28. 3D 일러스트레이션의 대부-벤 도미타의 종이로봇전 [미디어다음/2005. 3. 26] 흔히 일러스트레이션이라면 종이 위에 그려진 그림만을 상상하기 쉽다. 하지만 신촌 아트레온 13층 다목적홀에서 3월 31일까지 열리는 ‘벤 도미타’ 개인전에서는, 정교한 종이로봇, 기계와 동물의 유기적 결합을 묘사한 입체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날 수 있다. 평면 위에 그려지는 일러스트레이션을 3차원의 현실세계로 불러낸 3D 종이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를 화보로 먼저 만나본다. 벤 도미타(Ben tomita)는 3D 종이 일러스트레이션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일본 작가로, 사실적이면서도 기괴한 사이보그 이미지의 오브제가 눈길을 끈다. 그의 작품은 작가 자신도 “편의점 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작품을 만든다”고 할 만큼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이번 전시에.. 2005. 3. 26. ☆다시 밀레니엄 고양이 밀레니엄 타워 뒤에 고양이가 많은 것은 화단을 잘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키 작은 나무와 큰 소나무가 골고루 자라고, 흙 바닥에 잡풀들이 수북해 생쥐들도 어딘가 숨어 살 법하다. 상업용 건물로 가득한 종로 한복판에서 고양이들이 야생의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인 셈이다. 게다가 밀레니엄타워 하단부는 갑옷 비늘 같은 금속 재질로 둘렀기 때문에, 그 비늘이 건물 면과 맞닿는 부분은 비스듬히 경사가 생겨 고양이가 숨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고양이들은 주로 낮에는 이 공간에서 지내고, 밤이 되면 바깥으로 나온다. 물론 건물 관리인들로서는 별로 달갑지 않겠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동물원을 구경하는 것과 비슷한 감정으로 밀레니엄타워 뒤뜰을 찾는 것 같다. 야생고양이에 대한 여러 가지 박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열심히 살.. 2005. 3. 20. 소금으로 만든 투명 십자가-‘세계의 십자가’전 [미디어다음/2005. 3. 15] 흔히 십자가라고 하면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묘사한 카톨릭 교회의 ‘십자고상’이나, 순수한 형태의 십자가만 강조하는 개신교의 십자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이런 십자가도 국가 별로, 또 시대 별로 살펴보면 그 형상과 재료가 다채롭게 변화함을 알 수 있다. 감리교신학대학교 백주년기념관 1층에서 3월 11일~19일까지 열리는 ‘세계의 십자가’전에서 십자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십자가 50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일반적인 형태의 십자가 상 외에도, 폴란드 소금광산의 소금으로 만든 투명 십자가, 베를린 분단 철조망으로 만든 십자가, 유쾌한 민족성이 드러난 엘살바도르의 분트 십자가, 총알 탄피를 깎아 만든 십자가 등 흔히 볼 수 없는 십자가들이 선보인다.. 2005. 3. 15. 밀레니엄 고양이에게도 봄이 왔는가 최근 밀레니엄 고양이가 다시 눈에 띄기 시작했다. 며칠 전에는 잿빛 고등어무늬 고양이를 만나 한참을 놀았다. 5백원 짜리 천하장사 소세지를 3분의 2 정도 먹으면 '이제 먹을만큼 먹었다'는 듯이 무관심한 얼굴로 훌쩍 떠나버리던 녀석인데, 그날은 웬일인지 자리를 뜨지 않고 내 주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벤치 위로 올라오더니 내 다리 위에 슬그머니 앉는 게 아닌가. 딱히 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차가운 바닥에 앉기 싫어서 따뜻한 곳을 찾아든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반가웠다. 한동안 고양이를 안고 있다가 슬그머니 내려놓을 때는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을 정도니까. 2005. 3. 6. 사이보그와의 대화-노진아의 ‘나는 오믈렛입니다’전 [미디어다음/2005. 2. 16] 현대인은 점차 키보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익숙해져 간다. 메일로 업무를 처리하고, 미니홈피와 블로그에서 상대의 근황을 확인한다. 친구가 메신저에 접속했다면 근무 중에도 몰래 온라인 수다를 떨 수 있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메신저와 일대일 대화를 할 수 있는 ‘심심이’ 류의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이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런 현상들을 사이보그와의 대화로 풍자한 이색 전시가 열린다.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에서 3월 4일까지 열리는 인터랙티브 전시 '나는 오믈렛입니다' 전에서는 키보드로 휴머노이드와 대화하면서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되새겨볼 수 있다. 내가 접속해 말을 걸 때 비로소 존재 의미를 갖는 인간형 사이보그, 휴머노이드와 함께 인터랙티브 아트를 체험해본다. 작.. 2005. 2. 16. 이전 1 ··· 257 258 259 260 261 262 263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