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떼로 그린 그림-이중재의 '로망스'전 [미디어다음/2004.12.4] 예술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는 대개 쾌적하고 밝은 분위기다. 전시된 그림은 흔히 '화이트 큐브'라는 말로 대변되는, 눈부시게 흰 벽에 걸려 따뜻한 할로겐 조명을 받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설치작가 이중재(39)의 ‘로망스’ 전이 열리는 청담동 유아트스페이스에 들어서면, 어딘지 모르게 음산한 풍경이 펼쳐진다. 전시공간 내부는 온통 어두컴컴하고, 검은색 대형 봉투가 샌드백처럼 공중에 줄지어 매달려 있다. 전시장 바닥에 깔린 유리판을 밟으며 2층 계단으로 올라가면, 파리 한 마리가 날개 소리 요란히 눈앞을 스치고 지나간다. ‘전시장에 웬 파리?’ 궁금해하며 발길을 옮기면, 거대한 방충망과 마주치게 된다. 동물 우리처럼 4면을 두른 방충망 속에는 조그만 점을 찍어 그린 가족 그림이.. 2004. 12. 4. 백수총각 '나물이'와 함께 만드는 행복한 부엌 장이라도 한번 볼라치면 어느새 가벼워진 지갑에 한숨만 나오고, 산더미 같은 설거지에 질려 “이래서야 도무지 부엌에 들어올 맛이 안 난다”고 외치고 싶을 때 이 청년을 한번 눈여겨보자. 불과 2~3천원의 재료비로 맛난 음식을 뚝딱뚝딱 해먹고 『2천원으로 밥상 차리기』(영진닷컴)란 ‘서민용 요리책’까지 낸 김용환 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자취하는 백수 노총각의 처지이면서도 행복한 부엌, 맛있는 부엌을 꾸려가는 김용환 씨의 비법은 뭘까?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2천원으로 요리가 가능하다고? 자신이 해먹은 요리를 디지털카메라로 일기처럼 매일 찍어 홈페이지 ‘나물이네’(www.namool.com)에 올리면서 유명해진 김용환 씨는 원래 미술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미술학도였다. 어린이 그림책에 그림도 그.. 2004. 11. 2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팝업북 최근 발행된 팝업북을 구경해 볼까 싶어 느지막하게 영풍문고에 들렀다. 폐점 30분 전의 서점 풍경은 고즈넉하다. 그다지 분주한 맛은 없고, 그림책 코너에 주저앉아 떼를 쓰던 아이들도 집에 가고 없다. 계산대의 직원들도 슬금슬금 '다른 계산대를 이용해 주십시오'란 안내문을 내놓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책을 훔쳐 도망가는 사람들을 잡아내기 위해 입구에 서서 감시의 눈초리를 빛내는 아저씨만 혼자서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서점을 나가는 사람들의 행색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있다. 그 아저씨를 볼 때마다 늘 궁금하다. 관상 보는 특별한 눈이 있어서 용케도 책 도둑을 잡아내는지 아니면 책 도둑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불안해 보이는 것인지. 사설이 길어지는데, 일단 그림책 서가 쪽으로 가서 앨리스 책을 찾아보았다. 출판계.. 2004. 11. 14. 화보로 보는 2004광주비엔날레 《ZOOMIN》2004년 11월호 | 광주에서 2년마다 펼쳐지는 한국 최대의 현대미술축제, 2004광주비엔날레가 11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광주비엔날레 사상 최초로 작가와 일반인의 공동작업을 유도한 ‘참여관객제도’를 도입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디지털사진 콘테스트를 개최하는 등, 기존의 예술 현장에서 소외됐던 대중의 존재를 부각시키고자한 시도가 눈에 띈다. 2004광주비엔날레의 핵심이라 할 주제전은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이란 대주제 하에서 다시 네 가지 소주제로 나뉜다. 존재의 소멸을 상징하는 ‘먼지’(제1전시실), 생성의 힘을 상징하는 ‘물’(제2전시실),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 새로운 탄생을 예고하는 ‘먼지+물’(제3, 4전시실), 작가뿐 아니라 관람객이 직접 완성해 가는 ‘.. 2004. 11. 1. 이중그림 속 숨은그림찾기의 즐거움-《장난기 많은 눈》 Oct. 26. 2004 | 무심코 벽에 묻은 얼룩을 바라보다가, 그 얼룩이 어떤 형태를 많이 닮았다고 느낄 때가 있어요. 또 하늘에 둥실 떠가는 흰 구름을 언뜻 보면 양떼 같기도 하고, 보드라운 깃털 같기도 합니다. 이처럼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똑같은 사물이 이렇게도 보이고 저렇게도 보이는 건, 모두 우리 눈이 부리는 조화랍니다. 《장난기 많은 눈》(줄리안 로덴스타인·멜 구딩 엮음|보림)은 이처럼 흥미로운 시각유희나 착시 현상을 다룬 이색적인 그림만 골라 엮은 책입니다. 180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국에서 그려진 이중그림 70여 점에는 저마다 독특하고 기괴한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책장을 펼치면 이중그림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흑백그림 ‘아내와 장모’(1870)가 떡 버티고 서서 독자들.. 2004. 10. 27. 고미 타로의 그림책-헬리콥터의 여행 Oct. 16. 2004 | 아이들은 비행기나 헬리콥터, 자동차처럼 움직이는 기계 종류를 유난히 좋아하죠. 특히 헬리콥터는 윙윙 신나게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잠자리를 연상시키는 까닭에 아이들에게 더욱 친근합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 높이에 맞춰 헬리콥터를 의인화한 책이 고미 타로의 《헬리콥터의 여행》(김난주 옮김, 베틀북)입니다. 비록 현실세계에서는 딱딱한 금속 비행물체에 지나지 않을 뿐이지만, 그림책 속에서 헬리콥터는 초록색, 분홍색의 앙증맞은 생명체로 다시 태어납니다. 아주 오랫동안 혼자서 외로웠던 남자 헬리콥터가 짝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긴 모험을 떠나게 되거든요. 대개 어린이책 속의 모험은 환상으로 포장되거나 악당과의 대립구조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편이지만, 고미 타로의 헬리콥터들이 벌이는 모험은 조.. 2004. 10. 27. 이전 1 ··· 260 261 262 263 264 265 266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