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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테스크 리얼리즘 회화로 그려낸 한국근현대사 - 신학철 Dec 03. 2003 | 암울한 한국근현대사의 현장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듯 정밀한 시각으로 포착해온 민중미술가 신학철의 통산 4번째 개인전 ‘우리가 만든 거대한 상(像)’ 전이 열린다. 12월 21일까지 동숭동 한국문화예술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대표작인 한국근현대사 연작은 물론, 196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에 심취했던 미술학도 시절의 오브제 작품부터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한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총 120여 점을 아우른 대규모 회고전이다. 영적인 불꽃처럼 솟구치는 민중의 힘 이름 없는 일개 필부는 물론 동학농민전쟁의 전봉준, 군부독재정권의 수장, 민주화투쟁 열사 등 한국근현대사의 부침을 담은 수많은 얼굴이 때로는 뒤엉켜 반목하고, 때로는 살을 섞으며 인간의 탑을 쌓는 신학철의 한국.. 2003. 12. 3.
나는야 신명나는 아줌마 부흥사-전문MC 최광기 [2003. 12] 보통 대중매체를 통해 비쳐지는 사회자들은 연예인만큼이나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시청자의 눈을 압도한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거리공연에서 오히려 빛을 발하는 사람이 있다. 부와 명예 대신, 소외된 사람들이 보내는 희망을 먹고 달리는 그의 이름은 최광기(36) 씨다. 1993년부터 10년 넘게 시민운동 현장에서 활동해온 최광기 씨는 노동, 인권, 여성문제를 다룬 굵직굵직한 공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사회자로 유명하다. 2003년 12월, 제15회 인권콘서트가 열린 장충체육관 리허설장에서 아줌마의 저력을 한껏 발산하는 사회자 최광기 씨를 만났다. 소외된 곳 비추는 ‘진짜 아줌마’의 빛 ‘양심수를 위한 시와 노래의 밤’에서 지난해 이름을 변경한 인권콘서트의 초대손님은 매.. 2003. 12. 1.
소박한 헝겊인형의 숨은 매력 - 발도르프 인형전 Nov 26. 2003 | 청담동에 위치한 복합미용공간 엔프라니 애비뉴에서는 12월 6일까지 인형작가 백혜순 개인전을 개최한다. 회화, 사진, 공예, 패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중인 작가를 선별해 전시공간을 제공해온 엔프라니 애비뉴의 9번째 실험문화인으로 선정된 백혜순은 이번 전시에서 아기, 청소년, 동자승, 할머니와 손녀, 엄마와 딸 등 다양한 모습의 인형들을 선보였다. 전인교육을 표방하며 1919년 설립된 독일 발도르프 학교에서 유래한 발도르프 인형은 감자처럼 둥글둥글 수더분한 얼굴, 조그만 점으로 표시된 눈, 통통한 몸통 등 그 겉모습이 지극히 단순해 보인다. 대량생산된 플라스틱 인형과 달리 헝겊으로 피부를 만들고 솜을 단단하게 채워 넣어 만들기 때문에, 적당한 무게감이 있고, 안으면 안정감이 생.. 2003. 11. 26.
소설과 그림의 행복한 만남 - 임옥상 삽화전 Nov 19. 2003 | 11월 22일까지 사간동 갤러리편도나무에서 ‘한바람 임옥상의 가을이야기’ 전이 열린다. 1980년대부터 민중미술 현장에서 활동한 임옥상은 1999년부터 4년 간 매주 일요일마다 대중참여예술프로그램 ‘당신도 예술가’를 진행해왔다. 통산 14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는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예술을 지향하는 작가의 의도가 일련의 삽화작업으로 표현된 결과물을 보여준다. 전시된 작품은 유경환의 그림동화 〈빗방울〉 삽화 16점, 황석영의 장편소설 〈심청, 연꽃의 길〉 삽화 51점, 전태일의 삶을 모티브로 한 김정환의 소설 《남자, 여자, 그리고 영화》(웅진북스) 삽화 35점 등 총 102점이다. 흔히 삽화라면 종이 위에 그려진 조그만 그림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가 선택한 것은 닥 펄프로 만.. 2003. 11. 19.
초상화, 가장 친숙하고 매력적인 세계 - 김상우 ‘인물회화연구’전 Nov 12. 2003 | 19세기 들어 사진이란 막강한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그 입지가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과거로부터 변함 없이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장르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 초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르네상스 이후 개인 존재에 대한 자각이 깊어지면서 본격적으로 부흥한 초상화는 현대미술의 유형이 다양하게 세분화된 오늘날에도 그 매력을 쉬 잃지 않는다. 특히 사실주의적 초상화는 개념미술처럼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끊임없이 머리를 굴리거나, 추상회화처럼 난해한 형상의 미로에서 헤매지 않아도 될 거라는 확신을 주기 때문에, 대중에게 꾸준히 인기를 누리는 분야 중 하나다. 세대 속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인간 유형 탐구해 이처럼 가장 친숙한 초상화를 소재로 했으면서도, 형식면에서 새로움을 추.. 2003. 11. 12.
사진으로 소원을 이뤄주는 마법의 지니 - 정연두전 Nov 05. 2003 | 아직 전시 오픈 전인데 잘못 들어왔나 싶을 정도로, 서교동 대안공간루프에서 11월 19일까지 열리는 정연두 개인전의 첫인상은 썰렁하기 그지없다. 발 밑이 제대로 보이지 않을 만큼 캄캄한 지하 전시장에는 어떤 작품도 걸려 있지 않고, 슬라이드 프로젝터에서 흘러나오는 영상만 한쪽 벽에 비칠 뿐이다. 어둠에 눈이 약간 익은 뒤에야 눈에 띈, 등받이 없는 의자들은 마치 소극장 무대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는 끝, 정연두는 아무 설명도 없이 ‘작품’을 감상하러 온 관람객의 허를 찌른다. 단순한 마술의 원리가 보는 사람의 눈을 홀리듯, 그의 이번 작품 역시 형식은 간결하지만 그 메시지만큼은 가볍지 않다. 시공간을 훌쩍 뛰어넘은 마술적 상상력 지난 2001년 ‘보라매댄스홀’전으로.. 2003.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