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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절모를 쓴 현대미술의 샤먼 - 요셉 보이스 ‘샤먼과 숫사슴’전 Oct. 29. 2003 | 현대미술의 샤먼, 펠트와 비계덩어리의 작가, 해프닝의 창시자, 행동하는 정치예술가… 전방위예술가 요셉 보이스를 설명하는 수식어는 그 작품성향만큼이나 다양하다. 긴 코트를 입고 중절모를 눌러쓴 채 난해하고 기상천외한 해프닝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한 요셉 보이스는, 품에 안은 죽은 토끼의 귀에 대고 예술을 설명하거나, 펠트천을 뒤집어쓰고 코요테 무리와 함께 지내는 등 기상천외한 퍼포먼스로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당혹케 하곤 했다. 1986년 사망한 그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대신 그의 작품들과 조우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11월30일까지 열리는 요셉 보이스의 ‘샤먼과 숫사슴’전에서는 설치 및 조각작품 14점, 드로잉 43점 등 총 50여 점의 작품이 .. 2003. 10. 29.
마법의 손처럼 힘차게 뻗어나가는 여성의 힘 - 윤석남전 Oct. 22. 2003 | 히딩크 감독이 어눌한 한국어로 “하늘만큼 땅만큼” 하고 외치는 한 CF를 보면, 그가 손을 한껏 뻗어 휘젓는 궤적을 따라 커다란 동그라미가 생겨나는 걸 볼 수 있다. 광고 자체는 좀 어색했지만, 덕분에 손을 뻗는 행위의 상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됐다. 마음을 몸짓으로 나타낼 때 가장 넓은 영역을 표현할 수 있는 건, 바로 손을 둥그렇게 내 뻗는 일 아닐까? 손을 내밀어 확장되는 심리적 영역은, 가만히 서 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폭으로 넓어진다. 닫힌 마음을 열어 상대방이 내게로 오는 길을 터주는 건, 손을 한껏 뻗는 단순한 동작만으로 충분히 가능하다. 침묵을 깨고 타인과 연대하는 여성의 잠재된 힘 이처럼 손을 뻗는 행위의 상징성에 대해 공감하는 사람.. 2003. 10. 22.
사루비아다방에서 추억의 다방커피 한잔, 어때요? Oct. 15. 2003 | 우리 주변의 공간은 저마다 특유의 냄새를 갖고 있다. 찻집만 해도, 이를테면 전통찻집에서는 은은한 계피향이,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에선 갓 간 원두 향이 떠오른다. 하지만 다방이라면 눅눅한 아저씨 냄새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어딘지 모르게 낙후된 공간처럼 느껴지는 다방은, 그러나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청춘남녀가 북적였던 문화공간이었다. 담배연기 자욱한 다방에서 시 낭송회가 열리는 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니었다. 삼삼오오 둘러앉은 사람들은 김민기나 한대수의 금지곡에 귀를 기울이거나, 외국 가수들의 노래를 ‘빽판’으로 들으며 쪽지에 신청곡을 적어냈다. 이종환이 종로 쉘부르 다방의 간판스타였던 시절, 가수들은 음반을 내면 방송국보다 영향력이 컸던 음악다방을 돌며 틀어달라고 부탁하.. 2003. 10. 15.
기발하고 깜찍한 동심의 세계 - 고미 타로 원화전 Oct. 08. 2003 | 춘천 남이섬 내 안데르센홀에서는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 주최로 10월 20일까지 ‘고미타로 그림책 원더랜드 원화전’을 개최한다. 산업디자이너로 일하다 그림책 작가로 전향한 고미 타로(五味太郞, 58)는 산케이 아동출판문화상, 라이프치히 도서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상, 볼로냐 어린이국제도서상 등 다수의 수상 경력으로 독특한 작품세계를 입증해온 작가다. 본 전시는 《헬리콥터의 여행》《누구나 눈다》《밤의 정류장》등 그림책 원화와 포스터, 만화, 콜라주, 도자기 그림 등 180여 점을 선보여 고미 타로 작품세계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개인전이다. 닮은꼴 그림들과 흥겨운 숨바꼭질 아기자기한 풍경, 단순하고 귀여운 캐릭터, 밝고 명쾌한 색으로 채색된 고미 타로의.. 2003. 10. 8.
따뜻하고 정겨운 골목 안 풍경 - 김기찬 사진전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Oct. 01. 2003 | 서울 대림미술관에서는 10월 19일까지 사진가 김기찬 초대전을 개최한다. 김기찬은 1960년대 말부터 도시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골목 안 풍경을 평생 주제로 삼아온 작가다. 그가 30여 년 간 찍어온 ‘골목안풍경 ’연작 중 대표작 120여 점을 엄선한 이번 전시는 ‘친구야, 그거 기억나’라는 전시부제가 말해주듯, 이젠 도심에서 보기 힘든 골목길 특유의 따뜻하고 정겨운 풍경을 사진 속에 되살렸다. 얼굴도 모르는 낯선 외부인이 들이대는 카메라는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카메라 앞에서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내거나 사진 찍히는 걸 거부한다. 김기찬 역시골목 풍경을 찍기 시작한 초창기 1, 2년 간은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2003. 10. 1.
화장품과 예술품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 - 크로매틱 센세이션전 Sep. 24. 2003 | 계절이 바뀔 때마다 여러 화장품 회사에서 새로운 색깔을 내세우며 얼굴을 캔버스 삼아 펼치는 색채의 향연을 보고 있으면 그 기발함에 놀라게 된다. 라운지 카키, 허니 브라운, 프리즘 바이올렛, 크렌베리 스쿼시 등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지만 새롭게 조합해낸 색깔 이름 역시 당대의 유행코드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흥미롭다. 이처럼 미에 대한 인간의 욕망을 다채로운 색채로 대변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화장품은 예술의 창조적 성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헤라’ 주최로 9월 30일까지 열리는 ‘크로매틱 센세이션’전은 화장품 회사가 예술 마케팅의 일환으로 현대미술과 손을 잡은 대표적 사례다. 이번 전시에는 영국현대미술의 선도주자로 손꼽히는.. 2003.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