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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과녁 짧은 꼬리를 휙휙 흔들며 사라졌던 '행운의 삼색 고양이'는 이듬해 새끼를 가진 어미 고양이가 되어 나타났다. 새끼를 낳고 젖을 먹일 때가 되면 가슴도 부풀어 오르고, 젖꼭지 근처에 동그라미를 친 것 같은 무늬가 생긴다. 꼭 과녁 같다. 털속에 파묻혀 잘 보이지 않으니, 여길 보고 알아서 찾아먹으라는 신호일까. 새끼들에게는 달콤한 '사랑의 과녁'인 셈이다. 딱히 먹일 만한 것이 없어서, 근처 구멍가게에서 천하장사 소시지를 사다줬더니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바닥에 소시지의 잔해 한 점을 남기고, 못내 아쉬운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올려다본다. 새끼 거둬 먹이느라 다리며 얼굴은 예전보다 홀쭉해졌는데, 젖이 고여 부풀어오른 몸이 못내 무거워 보인다. 2003. 7. 8.
작은 것들의 스펙터클 - 서도호전 Jul. 04. 2003 | 소격동 아트선재센터에서는 9월 7일까지 설치작가 서도호(41) 개인전을 개최한다. 작가는 2001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서펜타인 갤러리, 시애틀미술관 전시를 거치며 주로 국제미술계에서 활동해왔지만, 한국에서 열리는 개인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 전시에서는 7만여 개의 군대 인식표를 이어 붙여 속이 텅 빈 갑옷을 만들었던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 ‘SOME/ONE’(2001)을 비롯해 2003년 신작인 ‘PARATROOPER-1’, ‘KARMA’등 총 6점의 설치조각을 선보인다. 서도호의 작품을 보면, 아버지 서세옥 씨의 뒤를 이어 한때 동양화를 전공했던 작가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공간을 다루는 솜씨가 치밀하다. 특히 하나의 개체만 동떨어져 있었다면.. 2003. 7. 4.
돌아온 '아우성 아줌마' -성교육 강사 구성애 [좋은엄마 2003년 7월호] 돌아온 '아우성 아줌마' 구성애 아이들의 성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1998년 공중파 방송을 통해 파격적인 강연을 펼쳤던 구성애(47) 씨를 기억하리라. 음지에 머물렀던 성 담론을 ‘아름다운 우리들의 성’이야기로 탈바꿈시킨 그의 강연은, 자녀들의 성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당혹스러우면서도 반가운 정보였다. 상담사이트 ‘구성애닷컴’(www.9sungae.com)을 운영하면서 최근 두 번째 책 『니 잘못이 아니야』(올리브)를 펴낸 ‘아우성 아줌마’ 구성애 씨를 만났다. 유아기의 성적 놀이를 자연스럽게 인식하자 클릭 한번만 하면 볼 수 있는 포르노물이 인터넷에 난무하고 연일 유아성폭행 관련 내용이 기사화되는 요즘, 자녀의 성교육에 대해 민감하지 않은 부모.. 2003. 7. 1.
참여예술 속에 전달되는 긍정의 메시지 - 오노 요코전 June 27. 2003 | “나에 대한 반감은 적어도 세 종류입니다. 반아시아, 반페미니즘, 반자본주의적 반감이지요.” 오노 요코의 이 말은 그를 평가해온 세간의 시선이 어떤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1960년대 조지 마키우나스, 존 케이지 등 플럭서스 초기 멤버들과 교류해온 그였지만 개념미술과 퍼포먼스, 영화, 설치미술, 음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형식을 섭렵했고, 존 레논과 침대 속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퍼포먼스 ‘베드-인’을 비롯해 반전운동에도 앞장섰지만, 정작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평가는 오랫동안 유보돼왔다. ‘두 번의 이혼에다 존 레논보다 일곱 살 연상인 검은머리 마녀가 비틀즈를 해체시켰다’는 선입견이 너무나 강해서였을까. 존 레논의 명성에 가려진 플럭서스 예술가 그런 의.. 2003. 6. 27.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 - ‘집’전 June 20. 2003 | 경제한파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취업률이 바닥을 치는 요즘처럼 가정의 따뜻함이 절실한 시절은 드물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내 가족, 내 집에서만큼은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생활고를 탓하며 이혼하거나 자녀를 나 몰라라 하고 버리고 떠나는 몰지각한 가정, 심지어는 친딸을 성폭행하고 구타하는 매정한 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이 펼쳐지는 곳 역시 집이다. 가장 안락하면서도 폐쇄적인 공간, 작은 듯 하면서도 거대한 의미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집’이라는 공간은 연구해볼 만한 대상이다. 이에 한강로2가에 위치한 가갤러리에서는 7월 12일까지 개관기념전으로 ‘집’전을 개최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하.. 2003. 6. 20.
안경 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 황주리전 June 13. 2003 | 테가 굵직굵직하고 고급스러운 수입 선글라스, 할머니의 손때 묻은 안경집에서 막 나왔음직한 아담한 철제 안경, 박정희 전 대통령이 쓴 것처럼 고전적인 형태의 ‘라이방’선글라스, 김구 선생이 즐겨 썼던 동그란 뿔테 안경, 아이들의 앙증맞은 컬러안경…수많은 안경들이 하얀 벽에 다닥다닥 붙어 있다. 마치 하늘을 검게 뒤덮은 수많은 나비 떼처럼 벽에 달라붙은 안경들의 모습은 광고효과를 노린 안경점의 독특한 디스플레이인가 싶지만, 실은 6월 28일까지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서양화가 황주리(46) 개인전 ‘안경에 관한 명상’전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세상을 보는 창으로서의 안경 통산 23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황주리는 기존에 보여주었던 이미지 콜라주 형식의 대형 회화작품과 .. 2003. 6.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