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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현실 깨고 아토마우스 랜드로- 이동기의 ‘CRash’전 Sep. 17. 2003 | 9월28일까지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는 한국 팝아트의 선도주자로 주목받는 이동기(36)의 ‘CRash’전을 개최한다. 통산 여덟 번째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이동기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아토마우스 그림을 집약한 아토마우스 랜드(1층)와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만화 형식을 차용한 퍼블릭 다큐멘터리(2층) 등 두 섹션으로 나눠 작품을 소개했다. 아톰 머리에 미키마우스의 코와 눈을 쏙 빼 닮은 아토마우스는 외모만 보면 ‘미키마우스의 여자친구와 아톰이 불륜으로 낳은 자식인가’ 생각될 만큼 두 캐릭터의 특징을 골고루 담았다. 아톰 역시 기획 당시에는 독창적인 캐릭터라기보다 미키마우스 캐릭터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오사무 자신도 “머리에 두 개의 뿔(실은 삐친 머리카락)을 단 아톰 .. 2003. 9. 17.
흙에서 빚어낸 초월의 형상 - 권진규 30주기전 Sep. 05. 2003 | ‘지원의 얼굴’. 제목만 봐서는 어떤 작품인지 감이 오지 않겠지만,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교과서에서 누구나 한번쯤 보았을, 조각가 권진규의 테라코타 초상조각이다. 이목구비가 또렷한 단아한 얼굴, 속세를 떠나 영원을 응시하는 듯한 초연한 시선, 길쭉한 목 아래 어깨를 가파르게 깎아 더욱 가냘파 보이는 몸매…. 마치 고귀한 정신성의 구현과도 같아 인상깊은 작품 중 하나이다. 9월 15일까지 인사동 인사아트센터 2, 3층에서 열리는 권진규 30주기전은 대표작 ‘지원의 얼굴’을 비롯해 테라코타, 건칠, 석조, 목조 등 대표작 70여 점, 초기 스케치 30여 점, 작가 사후 남겨진 석고틀에서 재현한 ‘여인’ 등 미공개작 20여 점을 포함해 총 1백20여 점이 전시되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2003. 9. 5.
문신을 향해 던지는 예술가들의 질문 - 문신가게전 Aug. 29. 2003 | 지난 6월 말 방영된 KBS 시사프로그램 ‘취재파일 4321’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문신 인구는 50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문신이 의료행위로 규정되고 일반인이 시술하는 것이 불법으로 규정된 한국 현실에서라면 50만 명의 범법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의료인만 문신을 할 수 있다고? 하긴 의대에선 해부학 공부를 열심히 시킬 테니 문신의 단골메뉴인 해골을 정교하게 새기는 데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진료과목에 비하면 밥벌이도 제대로 하기 힘들지 모를 문신을 전공하라고 한다면 다들 “나 의사 안 해!”하면서 병원을 뛰쳐나갈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서든 문신을 하는 사람은 분명 존재하지만, 어디에서도 문신을 인정하는 곳은 없다. 굉장히 이.. 2003. 8. 29.
가난해도 행복했던 그 때 그 시절 - ‘추억으로…’전 Aug. 22. 2003 | 요즘 ‘TV쇼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이 은근히 인기를 끈다고 한다. 문화재를 충분한 검토 없이 금전적 가치로만 평가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집구석 어딘가에 먼지를 뒤집어쓰고 처박혀 있던 구닥다리 물건들이 숨겨진 가치를 지닌 물건일 수 있다는 건 충분히 흥분되는 일이다. 몇 백년 전 조상들이 썼던 일상적인 물건도 오랜 세월이 지나면 그 가치가 새로워진다는 걸 보여주니, 비록 오락프로그램이긴 하지만 낡고 오래된 것은 무조건 버려야 할 것은 아니라는 교훈만큼은 남겨준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20세기 초의 물건들만 해도 이제 찾아볼 수 없는 것들이 수두룩하다. 쥐덫, 양철로봇 장난감, 불에 달궈 쓰는 구식 다리미, 오래된 만화책과 교과서…가까운 과거의 생활을 증거하는 자료들.. 2003. 8. 22.
푸른빛 환상의 세계 - 마르크 샤갈전 Aug. 15. 2003 | 동트기 직전 어둠이 걷힐 무렵의 대기의 빛깔을 닮은 옅은 푸른빛이 지붕을 덮으면 마법이 시작된다. 무중력 상태에서처럼 허공으로 둥실 떠올라 다정하게 껴안은 두 연인, 사랑의 환희와 결실을 상징하는 풍성한 꽃다발, 시골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탉과 암소, 서커스를 하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이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구체화되는 곳, 바로 마르크 샤갈(1887∼1985)의 그림 속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렇듯 온통 푸른빛 환상으로 뒤덮인 샤갈의 그림을 실물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인사동 선갤러리에서 9월 30일까지 열리는 마르크 샤갈전이 그것이다. 뉴욕 메리디안 파인아트센터 협조로 열리는 본 전시에서는 샤갈의 유화·템페라·과슈 작품과 더불어 폭 4m에 달.. 2003. 8. 15.
엄마가 된 '행운의 삼색 고양이' 한 생명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처럼 경이로운 일도 없을 것이다. 같은 장소에서 꾸준히 길고양이 사진을 찍다 보면, 마냥 까불며 놀기만 할 것 같던 어린 고양이가 어느새 어엿한 엄마가 된 모습을 볼 수 있다. 밀레니엄 타워에서 만난 ‘행운의 삼색 고양이’ 역시 1년 뒤에 네 마리의 새끼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어린 고양이답게 토실토실하던 몸이 자라서 늘씬해지고, 얼굴 살도 홀쭉하게 빠져서 그런지 처음에는 행운의 삼색 고양이라는 걸 몰라볼 정도였다. 하지만 집에 와서 찍은 사진을 훑어보는데 얼룩무늬가 어쩐지 낯익어, 1년 전 사진과 대조해보니 그 녀석이 확실했다. 새끼 네 마리를 홀몸으로 건사하는 일이 쉽지 않았던 걸까. 하얗게 빛나던 콧잔등에도 때가 묻고, 찹쌀떡처럼 폭신하게 보이던 발등의 털도 듬성.. 2003.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