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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읽어주는 아빠-한문학자 정민 교수 [좋은엄마 2003년 5월호] 어딘지 모르게 딱딱하고 고루하게 느껴지는 고전문학, 그중에서도 한시를 다룬 책이라면 더욱 까다로울 것 같은 선입견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러나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보림)를 읽다 보면 한시에 대한 서먹함은 어느덧 사라지고, 시 속에 펼쳐지는 오밀조밀한 정경에 푹 빠지고 만다.아이들을 위한 한시 입문서라곤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정민(42) 교수의 책은 단연 눈길을 끈다.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1996년 한시의 아름다움을 정갈하게 풀어 쓴 《한시미학산책》(솔)으로 고전 읽기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한시 속에 숨은 보물찾기 한양대학교 인문관 4층에 위치한 정민 씨의 연구실은 삼면이 책으로 빼곡히 차 있다. 공저와 역서를 포함해 .. 2003. 5. 1.
어둠 속으로 겹쳐지는 사고의 체계들-스탄 형제'빛의 흡수'전 Apr. 25. 2003 | 청담동에 위치한 박영덕 화랑에서는 4월 30일까지 쌍둥이 사진작가로 유명한 마이크 & 더그 스탄 형제의‘빛의 흡수’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0년 이후 스탄 형제가 제작한 신작들을 중심으로 ‘사고의 체계’, ‘블랙 펄스’, ‘빛의 매혹’, ‘교키’ 등 네 가지 소 주제를 선보인다. 조각낸 인화지를 재조합한 작품으로 관람자들에게 익숙해진 스탄 형제는 이번에 소개되는 신작에서 입체작품을 배제하고 사진의 기본적 형태를 고수한 작품들을 선보였다. 조각난 이미지들이 재조합될 때 일어나는 경이로운 이미지의 탄생 작품활동 초기인 20대부터 인화지를 자르거나 새롭게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해온 스탄 형제는 단순히 사진만 선보이는 것이 아니라 설치미술, 영상미술과 결합한 입체적 작품제.. 2003. 4. 25.
동물의 생로병사 속에서 인간을 본다 - ‘동물우화집’전 Apr. 18. 2003 | 우화나 동화를 보면 유난히 동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예컨대 이솝우화 중 ‘여우와 신포도’편에 등장하는 여우는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흔히 빠지기 쉬운 자기합리화의 전형으로 인용된다. 한국 동화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님달님’의 호랑이는 죄 없는 엄마를 잡아먹는가 하면, 아이들에게 거짓말도 서슴지 않는 교활한 모습이다. 때로는 더없이 순박하고 솔직하지만, 때로는 잔인하고 비열한 동물들은, 실은 인간의 내면에 숨은 성향을 은유적으로 보여주는 대상물이다. 삶과 죽음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 반영해 이러한 동물들의 모습을 이야기 대신 사진 속에 담은 흥미로운 전시가 열린다. 통의동 대림미술관에서 6월 22일까지 열리는 ‘동물우화집’ 사진전이 그것이다. 본 전시에서는 샌.. 2003. 4. 18.
유리조각으로 태어난 그리스 신화 - ‘메두사의 눈’전 Apr. 11. 2003 | 부드럽게 유영하는 해파리의 모습을 보면, 십중팔구 그 유연함과 우아함에 매료되기 마련이다. 얇은 베일처럼 하늘거리는 투명한 몸은 물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 이렇듯 멀리서 바라볼 때는 매혹적이기까지 하지만, 바다수영을 하다 만나는 해파리 떼는 소름끼치는 공포의 대상이다. 방금 전까지 천사의 날개처럼 하느작거리던 촉수가 몸에 닿으면 순식간에 죽음의 춤을 추는 사자의 낫으로 변한다. 쏘인 살갗이 따끔한 정도로 그치기도 하지만, 독성이 강한 몇몇 종류에 쏘이면 1분 이내에 사망할 수도 있다. 메두사를 연상시키는 해파리를 작품 모티브로 평창동 갤러리세줄 1, 2층 전시장에서 4월 27일까지 열리는 미셀 블롱델의 설치조각전 ‘메두사의 눈’전은 해파리의 모습에서 그리스 신화의 괴물.. 2003. 4. 11.
이중그림의 시각적 즐거움 - 한수정전 Apr. 04. 2003 | 화장대 앞에 앉아 몸단장을 젊은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애인을 만나러 가는 준비를 하는 것일까, 육감적인 몸매를 더욱 돋보이게 할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화장에 여념이 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다가 거울에 비쳐지는 형상을 주목하면 어느새 눈에 띄는 해골의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여인의 모습에 시선을 두고 있으면 알 수 없지만, 화장대의 거울을 보고 있으면 여인의 뒷머리와 거울에 비친 앞 얼굴은 해골의 눈 모양이 되고 화장대는 앞턱 모양으로 보이게 된다. 배니타스를 암시하는 이 그림은 한 장면에 두 가지 이야기를 담은 일종의 이중그림이다. 서교동 아티누스갤러리 2층에서 4월 9일까지 열리는 한수정 개인전도 이와 같은 이중그림을 다루고 있다. 다만 앞서 언급한 이중그림들의 장.. 2003. 4. 4.
가장 친숙한 동화의 아버지-안데르센 동화와 원화전 Mar. 28. 2003 |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는 국제아동도서협의회 한국위원회 주최로 4월 6일까지 ‘안데르센 동화와 원화’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엄지공주,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미운 오리새끼, 벌거숭이 임금님 등 1백30여 편에 달하는 주옥같은 동화를 남긴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1805∼1875)의 탄생 2백주년을 기념하는 해외순회전의 일환이다. 참여작가로는 이브 스팡 올센, 스벤 오토, 리즈벳 쯔베르커 등 안데르센상 수상작가와 더불어 구로이 켄, 에릭 블레그바드, 코미네 유라, 고미 타로, 마샤 브라운, 홍성찬, 류재수 등 국내외 그림책작가 21명의 작품 2백30여 점이 소개된다. 같은 이야기도 작가에 따라 재해석되는 매력 그림과 글이 묶여 그림책으로 출간되기 전 단계에서 완결.. 2003. 3.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