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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와의 대화-노진아의 ‘나는 오믈렛입니다’전 [미디어다음/2005. 2. 16] 현대인은 점차 키보드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익숙해져 간다. 메일로 업무를 처리하고, 미니홈피와 블로그에서 상대의 근황을 확인한다. 친구가 메신저에 접속했다면 근무 중에도 몰래 온라인 수다를 떨 수 있다. 심지어 인간이 아닌 메신저와 일대일 대화를 할 수 있는 ‘심심이’ 류의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이젠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런 현상들을 사이보그와의 대화로 풍자한 이색 전시가 열린다. 서교동 대안공간 루프에서 3월 4일까지 열리는 인터랙티브 전시 '나는 오믈렛입니다' 전에서는 키보드로 휴머노이드와 대화하면서 현대인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되새겨볼 수 있다. 내가 접속해 말을 걸 때 비로소 존재 의미를 갖는 인간형 사이보그, 휴머노이드와 함께 인터랙티브 아트를 체험해본다. 작.. 2005. 2. 16.
밀레니엄 고냥의 근황 설날을 하루 앞둔 어제, 늘 가던 대로 교보문고를 거쳐 영풍문고로 가는 길에 밀레니엄 타워 앞을 지나면서 고양이들이 잘 있는지 들여다 보았다. 최근 출몰하는 녀석은 고동색 고등어 무늬였는데, 어제는 그보다 좀 작은 황토색 토종고양이만 눈에 띄었다. 사람이 없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새떼들이 많이 모여들어 나무 위에 지저귀고 있었는데, 이 녀석이 한참 새들을 바라보다가, 나무를 향해 펄쩍 뛰어오르더니 수직으로 나무를 타는 게 아닌가. 살금살금 2m 정도 기어오르는 품이, 진지하게 사냥을 하려는 자세였다. 시선은 새 쪽으로 두고 한눈 팔지 않으면서. 생전 처음으로 나무 타는 고양이를 직접 본 날이었다. 고양이가 새를 잡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끔 쥐도 잡으니까 아주 불가능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카메라를 들고.. 2005. 2. 9.
《I Don't Mind, If You Forget Me》 교보문고에 새로 나온 책들을 뒤적뒤적. 《작은별 통신》도 드디어 매대에 깔렸길래 실물을 펼쳐봤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케이스에 넣는 방식보다, 케이스에 사용한 그림 표지를 그냥 하드커버로 만들어 붙였으면 더 좋았겠다 싶다. 케이스는 분실되기도 쉽고 역시 번거롭다. 책의 성격은 작가가 그림을 시작해서, 작업하면서 겪은 일과 느낀 이야기를 연대기순으로 적은 것이라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할 것 같지만 그의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도 잘 읽힐 지는 미지수다. 책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작가 에세이란 그런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 때문에 선뜻 내놓기 힘든데, 아무쪼록 좋은 반응을 얻길 바란다. 올해에는 그의 국내 전시도 열릴 예정이라니 기대된다. 그 외 책의 재질이 중간에서 소포용지 같은 재질로 .. 2005. 2. 8.
인형 손동작에 깃든 장인 정신-日 전통인형극 ‘분라쿠’ [미디어다음/2005. 1. 31] 국립국악원에서는 2005년 한·일 우정의 해를 맞이해 1월 29, 30일 양일간 한국의 판소리와 더불어 일본 전통인형극 분라쿠(文樂)를 소개했다. 그동안 한국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분라쿠 공연을 화보로 만나본다. 한국의 판소리와 일본의 분라쿠는 2003년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될 만큼 그 예술성을 인정받은 전통연희 분야다. 특히 분라쿠는 인형 하나를 움직이기 위해 3명이 동원될 만큼 정교한 조작을 자랑하며, 인형극임에도 불구하고 대사가 없는 대신 ‘다유(大夫)’라 불리는 소리꾼의 역할이 중시된다는 점이 독특하다. 분라쿠의 역사는 17세기로 거슬러올라간다. 각자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유랑인형극인, 서사시의 일종인 조루리(淨瑠璃)를 노래했던 다유, 그리고 샤미센(三味線).. 2005. 1. 31.
그림으로 마음 치료했던 대문호 헤세 [미디어다음/2005. 1. 26]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1월 30일까지 ‘헤르만 헤세-화가의 눈을 가진 시인’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서는 헤세의 수채화 소품 50여 점과 판화, 친필 사인본, 안경과 타이프라이터 등의 유품을 포함한 총 150점의 소장품을 감상할 수 있다.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유명하지만, 화가로서의 그의 면모를 잘 아는 사람은 드물다. 단지 만년의 취미생활로 수채화를 그렸다는 정도만 알려졌을 뿐이다. 그러나 헤세에게 그림이란, 혼탁한 세상에서 상처 입은 마음과 정신을 다독이는 과묵한 친구와도 같았다. 40세 무렵부터 아마추어 화가로 활동을 시작해 약 3천여 점의 미술작품을 남겼지만, 현재 헤세의 작품은 1천여 점 .. 2005. 1. 26.
아무 것도 못 버리는 사람 헌책방 다니기를 소일거리 삼아 하다보니 책이 점점 늘어 감당하기 힘든 지경이 돼 간다. 장서가 몇 만 권에 달하는 애서가들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일단 기본적인 개인 공간이 그리 넓지 않고 거기서 책에 할애할 공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들어갈 구석을 찾지 못한 책들이 방 이곳저곳에 쌓이고, 거기에 온갖 잡동사니들이 끼어들면서 거의 디씨폐인 갤러리에 올리면 딱 좋을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차마 사진은 못 올리겠다-_-) 언젠가 TV드라마에서 주인공 여자의 어머니가 무슨 방이 이렇게 어수선하냐고 꾸짖는 장면이 나왔었다. 그 장면을 본 동생과 나는 서로 쳐다보며 "훗훗" 하고 의미심장한 웃음을 나눴다. 우리는 진정 어질러진 방이 어떤 상태인지 알기 때문이다. 아마 염화시중의 미소가 이런 것이리. 부연하자면.. 2005. 1.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