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길고양이의 분홍 때수건 어쩐지 몸이 가려운 듯한 순간, 아기고양이에게도 목욕이 필요한 때입니다. “밥 먹고나면 얼굴도 깨끗이 닦아야지.” 꼬리부터 얼굴 끝까지, 그루밍이 서툰 새끼의 몸단장을 대신해주는 카오스 대장을 보면 사람이나 고양이나 엄마 마음은 다 똑같구나 생각이 듭니다. 고양이가 누군가에게 편안히 몸을 맡길 때는, 옆구리 한쪽을 바닥에 털썩 던지면서 드러눕는데, 노랑 아기고양이도 엄마가 때수건으로 닦아주는 것이 기분 좋은지 가만히 받고 있습니다. 엄마 고양이 혓바닥의 까끌까끌한 감촉도, 넓적한 모양도 모두 때타올을 닮았어요. 어렸을 적 목욕탕에 가면, 어머니가‘이태리타올’이라 불리는 때수건을 가지고 때를 박박 밀어주곤 하셨는데, 그때 생각도 나네요. 아기 노랑이의 세수가 끝난 다음에는 이마에 은행잎 모양의 금빛 무늬가.. 2011. 7. 27. 가죽부대처럼 늘어진 마음 매월 3~4주는 잡지 마감 때문에 한참 정신이 없습니다. 이번 달 마감하는 도중에 갑자기 선배 기자 한 분이 다른 팀으로 차출되면서 마음이 무겁네요. 단순히 사람 한 명 빠지는 거라고 치부하기에는 아쉬운, 헛헛한 마음이 듭니다. 월요일 출근해서 막 인쇄된 견본 잡지를 받아놓고 나니, 이제야 한숨 돌립니다. 그나마 한숨 돌릴 틈도 없이 곧바로 9월호 기획을 준비해야 되네요. 부쩍 덥고 습한 날씨에 몸도 축축, 마음도 축축 늘어지는 때, 스밀라도 털북숭이 가죽부대가 되어 늘어져 있습니다. 스밀라 소식, 길고양이 소식 전해야 하는데 마음에 여유가 없다보니 글에도 칭얼칭얼, 투덜투덜 무거운 이야기만 담길 것 같아 스밀라를 쓰다듬 쓰다듬하며 지냈습니다. 얼른 이 여름이 지나가서 날도 서늘해지고 폭염에 몸과 마음이.. 2011. 7. 26. 사진 찍을 때 '고양이 키스' 받은 이유 베란다에는 스밀라의 지정석이 있습니다. 층층이 쌓아 둔 공간정리함 2층, 적당히 높아 거실에 앉아 있는 가족들과 눈맞춤을 할 수 있고 또 제 방을 몰래 엿볼 수도 있는 명당자리가 이곳입니다. 가끔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멀리서 스밀라가 제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보고 있었던 것일까, 알 수 없습니다. 제 방을 염탐하는 스밀라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해서 베란다로 나와보면, 저렇게 고개를 쭉 빼고 안쪽을 기웃거리는 모습입니다. 사람이 곁에 있어도 늘 그리운 듯한 눈으로 바라보는 스밀라의 옆모습에 빠져듭니다. 동그랗게 뜬 눈을 찍으려고 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면 자꾸만 실눈을 감는 스밀라. 자꾸만 꿈뻑꿈뻑 실눈을 감는 모습에, 처음에는 '사진 찍는 게 귀찮아서 그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2011. 7. 10. 감기 걸린 길고양이, 콧물이 대롱대롱 지붕 위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은신처에서 길고양이 보름이가 휴식을 취합니다. 반가운 마음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보름이 코끝에 맑은 물방울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습니다. 아마도 콧물감기에 걸린 모양입니다. 길 생활이 험하다보니 길고양이는 때때로 잔병치레를 하게 됩니다. 감기도 그중 하나입니다. 콧물이 매달려 있거나 말거나 개의치않고, 원래부터 콧물과 함께 존재해온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쉬고 있는 보름이입니다. 앞발로라도 쓰윽 닦아버리면 시원할 텐데 싶네요. 급기야 콧물방울을 대롱대롱 매단 채 얕은 고양이잠에 빠져듭니다. 병원에 데려가기 어려운 길고양이의 가벼운 감기 증상에는 엘라이신을 밥에 약간 섞어 먹이면 차도가 있습니다. 멀리 있는 고양이에게는, 사료에 약간 물을 넣고 개어 주먹밥으로 만든 .. 2011. 7. 8. 아기 길고양이의 서툰 발톱갈이 카오스 대장의 아기 고양이들 중에, 고동이를 꼭 닮은 아기 고양이가 숲 밖으로 나와 살며시 눈치를 봅니다. 아직 낯가림이 많아, 사람을 발견하면 용수철처럼 안 보이는 곳으로 달아나지만 금세 잊고 또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가 다시 숨고 하는 일이 무한반복됩니다. 아기 고양이들에게 위협감을 주지 않으려면, '나는 사람이 아니고 카메라 삼각대다' 하는 느낌으로 얼굴을 카메라에 붙인 채로 눈을 떼지 않고 가만히 있습니다.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 보면 살며시 얼굴을 내미는 어린 고양이입니다. 엄마 옆 나무 기둥에 두 앞발을 턱 걸치고, 기지개를 시원하게 켜 봅니다. 그러다가 본연의 목적을 잊고 발톱을 벅벅 갈아봅니다. 기지개를 켜는 것인지, 발톱을 가는 것인지 모를 묘한 자세가 되었습니다. 어른고양이들이 하는 스크.. 2011. 7. 6. 숨은 길고양이, ‘묘기척’을 느낄 때 골목길에서 어슬렁거리는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담벼락 너머로 빼꼼 쳐다보고는 잽싸게 몸을 감춰 시야에서 멀어집니다. 하지만 눈앞에서 사라졌다고 해서 고양이도 증발된 것은 아닙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돌아보면, 길고양이는 그 근처에 머물고 있습니다. 고양이가 사라진 방향의 반대편으로 돌아가 봅니다. 멀어서 잘 안 보이기는 하지만 낡은 건물과 건물 사이, 30cm쯤 “떨어져 있을 법한 건물 사이의 틈 뒤로 아까 그 고양이가 보입니다. 숨바꼭질이라도 하듯 좁은 틈 사이로 몸을 숨겼지만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보이지 않아도 인기척이 느껴지듯이, 길고양이가 가까이 있을 때도 ‘묘기척’이 느껴집니다. 그 기척을 따라 눈을 돌리면 근심스러운 눈빛으로 저를 보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낯선 곳에서 처음 .. 2011. 7. 4. 이전 1 ··· 47 48 49 50 51 52 53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