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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한 햇살에 호떡굽는 길고양이 따끈따끈한 햇빛 아래 길고양이가 등을 굽고 있습니다. 짜릿한 느낌이 발가락 끝을 간질간질, 햇빛에 온몸이 충전되는 느낌입니다. 자기도 몰래 발가락 끝에 힘이 들어갑니다. 여세를 몰아 아직 구워지지 않은 하얀 배도 햇살을 향해 내밀어보는 고양이입니다. 마른 땅에 엎드려 있느라 먼지 묻고 땀이 찼던 뱃가죽도 뽀송뽀송 말리고 본격적으로 호떡 굽는 자세에 돌입한 모습이 천진난만합니다. 양 발에 흰 떡을 쥐고, 호떡굽기의 마무리를 하품으로 장식합니다. 따끈따끈 말랑말랑한 고양이 호떡이 완성되었어요. 호떡굽기를 완수한 고양이의 표정에도 만족스러움이 감돕니다. * 제3회 고양이의 날 행사 참석 신청하세요! 2011. 9. 7.
제3회 고양이의 날, 초대합니다 '고양이 목숨은 아홉 개'란 말이 무색할만큼, 거리에서 태어나고 죽는 고양이들의 삶은 짧습니다. 1년에 하루만이라도, 그런 고양이들의 생명을 생각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2009년부터 매년 9월 9일 '고양이의 날' 행사와 전시를 합니다. 이 날짜는 고양이의 강한 생명력을 뜻하는 아홉 구(九)와, 고양이의 무병장수를 기원하는 오랠 구(久)의 음을 따 정한 것입니다. 고양이를 테마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모아 작품을 전시하면서, 고양이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전할 수 있는 전시 중심 행사로 기획하였습니다. '고양이의 날'이라 부른다 해서 거창한 기념일이 되길 기대하진 않습니다. 굳이 날짜를 정한 것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매년 이어가겠다는 다짐을 담은 것입니다. 고양이와 인간.. 2011. 9. 6.
햇빛을 사랑하는 고양이, 스밀라 스밀라가 항상 누워 시간을 보내던 전망대에 없어서,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니 베란다에 있네요. 상자 뒤에 숨어서 이쪽을 살금살금 내다보다가 딱 걸렸습니다. 걸레를 빨아서 잘 마르라고 바닥에 널어놓았는데, 타월 질감이 까실까실하고 톡톡해서 좋은지 방석이며 깔개를 마다하고 저기에 가 앉곤 하네요. 방바닥 닦는 용도로 쓰는 수건이라 그리 더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왜 거기를 고집하는 거니?" 하고 묻고 싶어집니다. "나만 좋으면 됐지, 뭐." 하는 얼굴로 저를 빤히 올려다보는 스밀라입니다. 블라인드 친 베란다는 스밀라가 즐겨 찾아오는 일광욕 자리입니다. 햇빛에 달궈진 공기가 따뜻하기도 하고, 바람에 흔들려 움직이는 블라인드 천을 구경도 하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빛의 움직임을 관찰하기에도 적당하거든요. .. 2011. 9. 3.
길고양이의 애정공세, 멋쩍은 결말 멍하니 앉아있으면, 뒤통수에서 찌릿한 감이 올 때가 있습니다. 필시 누군가가 이쪽을 향해 뜨거운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마음이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는 것이 아니기에 가끔은 서로의 감정이 어긋나곤 합니다. 안타까운 엇갈림은 사람도 고양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애정을 한껏 담은 부비부비에도 전혀 굴함이 없는 꼿꼿한 자세, 난공불락의 고양이 마음입니다. 방해받고 싶지 않다며 훌쩍 자리를 뜨고 마는 매정한 뒷모습을 차마 바라볼 수 없어서 멋쩍은 마음을 담은 두 귀만 뒤로 한껏 젖힙니다. 고양이의 마음은 그렇게 얼굴에, 두 귀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혼자 남은 고양이의 어깨가 더 가냘파 보입니다. 하지만 먼저 자리를 뜬 녀석을 원망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는 것이 고양이니까요. 2011. 9. 2.
고양이꽃이 아름다운 이유 잡초가 자라던 작은 화분에 고양이꽃이 한 송이 피었습니다. 뾰족한 꽃잎 두 장이 위로 봉긋이 솟아오른 모양새며, 물기를 한껏 머금은 동그란 꽃심 두 개가 꽃잎 속에서 반짝반짝, 금세라도 촉촉한 이슬방울이 떨어질 듯합니다. 고양이꽃은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발이 있으니 원하는 곳으로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양이꽃이 사랑스러운 건 다른 꽃과 서로 교감할 줄 안다는 것이지요. 아직 어린 고양이꽃 두 송이, 서로 얼굴을 맞대고 반갑게 인사하는 모습이 정겹습니다. 2011. 9. 1.
아침 꽃단장 마친 고양이, 새초롬한 표정 황급히 부르는 어머니 목소리에 얼른 밖으로 나가봅니다. 한쪽 다리를 들어올리고 그루밍에 여념이 없는 스밀라를 보여주려고 하신 거였지요. 엉거주춤 한쪽 앞발로 땅을 짚고 잠시 쉬는 모습이, 열혈 그루밍에 지쳐 잠시 숨을 고르는 듯합니다. 요즘 들어 어머니의 여름 매트를 부쩍 탐내는 스밀라는, 어머니가 아침 준비를 하는 틈에 얼른 매트 끄트머리에 앉곤 합니다. 사람이 아침에 세수를 하고 이를 닦듯, 스밀라도 부지런히 몸단장을 시작합니다. 혓바닥으로 꼼꼼히 몸 구석구석을 닦고 빗질하는 것이죠. 아침 꽃단장을 끝낸 스밀라에게 장난감을 흔들어 놀아줍니다. 가끔 앞발만 휙휙 휘두를 뿐 적극적으로 달려들지는 않는 스밀라입니다. 기껏 힘들게 빗어놓은 옷(털)의 산뜻함을 구기고 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직은 뽀송뽀송한 .. 2011. 8.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