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길고양이와 삐친 담양이 일란성 쌍둥이처럼 꼭 닮은 길고양이 일호, 이호가 지내는 지붕 쉼터에, 오늘은 웬일인지 일호가 보이지 않습니다. 노랑둥이 담양이가 담담한 얼굴로 이호의 곁을 지킵니다. 살포시 팔짱 낀 모습이 앙증맞은 담양이입니다. 그때 언제 내 이야기를 했느냐는 듯, 일호가 슬그머니 엉덩이를 붙이며 끼어듭니다. 원래부터 여기는 내 자리였다는 듯, 이호 옆을 지킵니다. 오래간만에 이호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담양이, 약간 놀란 눈빛으로 일호를 바라봅니다. 조금은 마음이 불편한 것일까요? 급기야 자기에게 가장 익숙한 담장 위로 뛰어내리고 마는 담양이입니다. 일호, 이호와 담양이는 서로 무늬는 다르지만 평소 사이 좋게 지냅니다. 이날도 지붕이 그리 좁지 않으니 세 마리가 함께 있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인간의 마음으로 .. 2011. 8. 19. 아기 길고양이가 겁을 상실한 이유 아기 길고양이 망토를 만난 날, 웬일인지 눈이 마주쳐도 달아나지 않고 가만히 관망 자세를 취합니다. 망토가 겁을 상실한 데는 이유가 있었네요. 바로 자기 등 뒤의 어둠 속에 엄마 길고양이가 있었기 때문이죠. 가만히 있어도 묵직한 무게감이 풍겨나는 카오스 대장을 믿고 그렇게 있었나 봅니다. 부비부비~ 엄마가 좋아 뺨을 부비며 인사를 합니다. 든든히 지켜주는 엄마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입니다. 몸을 숙여 포복 자세로 주위를 경계하지만, 믿는 구석이 있으니 자연스레 식빵 자세가 나옵니다. "아무리 그동안 알고 지냈어도 혹시 내 자식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을 테야!" 매서운 카오스 대장의 눈빛이 모든 것을 말해줍니다. 든든한 엄마의 엄호에 신이 나는 아기 길고양이 망토입니다. 2011. 8. 17. 망토 두른 길고양이, 탐스러운 뒷모습 카오스 대장의 세 마리 아기고양이들 중에는 '망토 고양이'가 있습니다. 고동이를 꼭 닮은, 반짝반짝 윤이 나는 호피 무늬 망토를 등에 두르고 있지요. 망토도 이젠 많이 자라서 어엿한 중고양이 크기가 되어 갑니다. 인기척이 나면 "으앗, 무서워!" 하며 꽁지를 빼던 때와 다르게, 요즘은 슬그머니 눈치를 먼저 보고 안전거리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상황을 가만히 관망합니다. 어릴 적 작은 일에도 화들짝 놀라 달아나던 '새가슴 고양이'에서 조금 더 담대해지는 것. 몸이 커지는 것뿐 아니라, 마음도 커지는 것이 어른 고양이가 되어간다는 증거겠지요. 식빵 굽는 길고양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뒷다리가 통통한 것이 튼실한 통닭 같기도 하고 꼬리가 밖으로 나와있을 때는 코끼리 얼굴 같기도 해서 여러 가지 연상을.. 2011. 8. 15. 놀아달라는 스밀라의 표정 연기 원래 쓰지 않고 치워두었던 TV장 자리에 놓았던 고가구인데, 짐을 싸면서 걸리적거려 나란히 붙여서 창가 쪽에 놓아두니, 스밀라가 냉큼 올라가 좋은 자리를 차지합니다. 세로로 길게 놓았던 때와 달리 양 옆으로 넓어진 바람에, 예전보다 더 눕기 편한 캣타워가 되었네요. 스밀라의 표정이 "이건 내 거야!"하고 주장하는 듯 심각합니다. 하지만 자기 땅으로 차지했다 해서 마낭 좋기만 한 건 아니지요. 내 것이 된 그 자리에서, 함께 놀아줄 사람이 있어야 더 즐거워지는 것이니까요.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성채는 내 것이어도 쓸쓸할 테니까요. 급기야 '고개 갸우뚱' 기술을 선보이며 무언의 압박을 합니다. '나 심심한데...안 놀아줄 거야?' 하는 표정이라는 걸 알지요. 처음에만 열광하고 한동안 심드렁했던 털뭉치 장.. 2011. 8. 14. 노랑아줌마 길고양이를 따르는 미노 카오스 대장의 아기 고양이지만, 어린 노랑이는 노랑아줌마를 무척 좋아하는 듯합니다. 노랑아줌마가 앉은 자리 언저리에는, 대개 어린 노랑이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아기 노랑이가 노랑아줌마에게 종종 장난을 거는 모습도 봅니다만, 아줌마는 카오스 대장과는 친근해도 어린 노랑이에겐 약간 까칠하게 구는 모습이 보입니다. 한번은 앞발질, 한번은 하악질로 아기 노랑이를 혼내는 모습을 보았거든요. 사람 안 보는 곳에서 잘해주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노랑아줌마가 몸을 일으키자 그 뒤를 쭐래쭐래 따라가는 아기 노랑이. 언뜻 보기엔 부모 자식 같은 모습입니다. 노랑아줌마의 줄무늬보다 아기 노랑이의 줄무늬가 좀 더 선명해서, 연필로 점선을 또박또박 그은 것처럼 옆구리의 무늬가 드러난 것을 제외하면, 둘의 털 색깔은 꼭 .. 2011. 8. 5. 이사를 앞두고도 한가로운 고양이 마음 이사를 준비할 시간이 주말밖에 없는지라 마음이 바빠집니다. 생각해보니 1997년 여름 이 동네로 이사와서 14년을 쭉 살았네요. 중간에 한번 다른 동으로 이사가긴 했지만 내내 같은 아파트 단지에서 살았으니까요. 이 집에서 산 지는 올해로 6년째로 접어듭니다. 스밀라도 이곳에서 처음 맞이하게 되었으니 스밀라에게는 첫 집의 기억이 담긴 곳인데, 아직 곳곳에 스밀라의 흔적이 남아있는데 다른 곳으로 떠나려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드네요. 십수 년간 쌓인 살림이 한가득이라 정리가 쉽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이것도 저것도 버리고 가면 좋겠는데 며칠째 버리기 작업에 진전이 없네요. 거실 구석에 놓아두었던 장식장을 꺼내서 어떻게 할까 고민합니다. 어머니는 버리지 않는다고 하시고, 이걸 또 다른 집으로 갖고 갈 걸 생각하니.. 2011. 7. 31. 이전 1 ··· 46 47 48 49 50 51 52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