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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 더위를 이기는 고양이의 요령 후덥지근하고 습한 장마철이 돌아오면, 사람도 고양이도 모두 진이 빠지고 방바닥에 늘어집니다. 스밀라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든 시원한 곳으로 찾아들어갑니다. 책꽂이가 있는 베란다 방은, 차가운 시멘트 벽에 등을 대고 있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베란다 타일바닥을 찾아 엎드리고 있을 때보다는 나은 것 같아서, 스밀라가 책꽂이 있는 방으로 가겠다고 조르면 올려보내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제 마음이 바뀌어 붙잡을까 싶어 그러는지, 허둥지둥 책꽂이 위로 뛰어올라 자리를 잡고 눕는 스밀라입니다. 벽에 등을 대니 냉장고처럼 시원합니다. 곧 체온에 데워지겠지만 일단은 더위도 사라지고 견딜 만합니다.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누워 있으면, 눈이 스르르 감기고 잠이 옵니다. 한쪽 앞발 위로 걸쳐두었던 앞발을 .. 2011. 7. 3.
배고픈 길고양이, ‘장애물 넘기’도 척척 주차장 고양이 일족을 만나러 가다가, 이미 담벼락 위에 올라 햇볕을 쬐고 있는 길고양이 찰리를 만났습니다. "오옷~" 하는 눈으로 저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찰리입니다. 주차장 담벼락 반대쪽은 막다른 골목길이라, 찰리와 다른 친구들을 만나려면 막힌 담 너머로 다시 돌아가야만 합니다. 그러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만난 김에 담벼락 위로 먹을 것을 올려 보냅니다. 그때 찰리 뒤에서 어슬렁어슬렁 나타나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나도, 나도" 하는 얼굴로 기웃거려 보지만, 좁은 담벼락 위를 이미 선점한 찰리는 딱 가로막고 서서 비켜주지 않습니다. 먹을 것을 확보하면 자연스레 엉덩이가 무거워지는 찰리입니다. 애가 탄 호순이는 그만 찰리를 뛰어넘어 반대편으로 가기로 마음먹은 모양입니다. 뒷다리만으로 번쩍 일어섭.. 2011. 6. 30.
병원 다녀온 날, 심기가 불편한 고양이 스밀라가 신부전 진단을 받고 투병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2년이 다 되어간다. 치료를 시작하면서 여러 수치가 안정적인 범위로 접어들었고, 병원 검진도 3개월 간격으로 하게 되면서 한동안 투병일지 적는 걸 걸렀는데, 최소한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만이라도 기록해놓아야겠다 싶었다. 미미한 변화라고 해서 기록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기억을 못해서 후회할 수도 있으므로... 어제가 스밀라의 정기검진 예약일이라 병원에 다녀왔기에 기록해둔다. 병원 예약 날짜를 잡을 때만 해도 이렇게 비가 많이 올 줄 몰랐는데, 예고도 없이 이른 장마가 시작되어 이동장을 가지고 병원에 가는 길이 힘들다. 이동장과 스밀라 무게를 합하면 6kg 정도인데 혼자 들고 가는 게 힘드니 동생이 스밀라가 탄 이동장을 들어주곤 한다. 병원에 즐겁게 가는 .. 2011. 6. 26.
새끼를 지키는 엄마 길고양이의 눈빛 공격 냉장창고로 쓰는 듯한 시설 아래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스며들듯 숨어들어갑니다. 가면서도 어쩐지 불안한 듯 여러 번 돌아봅니다. 길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늘 그렇듯 갈 수 있는 데까지는 따라가 봅니다. 아, 창고 밑에는 아기 고양이들이 있었습니다. 세상 모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바깥 세상을 말똥말똥 지켜보고 있습니다. 완전히 펴지지 않은 약간 찌그러진 삼각형 귀로 보아 아직은 엄마젖을 더 먹고 자라야 하는 어린 고양이입니다. 그런 아기 고양이의 세상 구경을, 엄마 고양이는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혹시 인간에게 해코지는 당하지 않을까, 엉뚱한 길로 나서지 않을까. 어린 자녀를 바라보는 사람 엄마의 마음과, 새끼를 바라보는 길고양이 엄마의 마음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제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고.. 2011. 6. 24.
고양이와 함께하는 '충전 놀이' 스밀라가 캣타워 대신 즐겨쓰고 있는 수납상자 위에 심드렁히 누워있습니다. "에잉~ 뭐 재미난 일도 없고 마감 때문에 바쁘다고 자주 놀아주지도 않고..." 하며 불만에 잠긴 듯합니다. 그런 스밀라를 보고 있으면 피곤함도 잊게 됩니다. 스밀라를 향해 슬그머니 장난을 걸어봅니다. "이건 어때? 너 손가락 맞대면서 노는 거 좋아하잖아." 가만히 손가락을 내밀어 봅니다. 평소 같으면 손가락 끝에 제 입술을 비빌 텐데, 오늘은 앞발 끝으로 꾸욱~ 제 손가락을 눌러봅니다. 이어지는 야근에 방전된 마음의 배터리가, 조금씩 충전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부터 스밀라와 함께하던 '이티 놀이'가 아니라, '충전 놀이'가 되었습니다. 앗, 오늘은 왠일인지 그루밍까지 해주는 스밀라입니다. 오래 해주는 건 아니고 한두 번, 맛보듯 .. 2011. 6. 18.
“둘보다 셋이 좋아” 사이좋은 길고양이 길고양이 찰리와 호순이가 담벼락 위에 사이좋게 누워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뉘엿뉘엿 해가 질 무렵의 나른하고 기분 좋은 시간,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휴식시간이지만, 저를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들의 표정을 보니 뭔가 재미난 일이 일어나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앗, 그런데 찰리의 등 뒤에서 뭔가 꼬무락거리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끄트머리가 뾰족한 자그마한 삼각형 두 개. 갈순이가 얼굴을 쏙 내밉니다. 입 옆에 하얀 줄무늬가 있는 것까지 호순이와 너무도 닮았습니다. ‘순한 호랑이’라는 뜻으로 지어준 호순이의 이름처럼, 털빛이 갈색인 갈순이는 ‘갈색 순한 호랑이’라는 뜻에서 순자 돌림으로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남자 고양이인데 갈순이라고 부르는 걸 본묘가 알면, 좀 껄끄러워 하려나요. 좁은 자리에 세 마리가 굳이 다.. 2011.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