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담배꽁초와의 한판 승부 호랑이를 꼭 빼닮은 모습 덕분에 호순이라 부르고 있는 길고양이가 바람에 나뒹구는 담배꽁초를 발견하고 슬금슬금 다가갑니다. 주먹 쥐고 꿀밤을 때리려는 사람처럼 왼쪽 앞발을 들더니, 담배꽁초를 한 대 칠 기세입니다. 호순이는 왼손잡이였나 봅니다.^^ "꾸욱~" 발톱을 꺼내 담배꽁초의 통통한 부분을 공격하는 호순이, 회심의 일격을 합니다. 담배꽁초가 '으악!' 하고 비명을 지를 것 같은 순간입니다. 하지만 오래된 담배꽁초도 밟으면 꿈틀합니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제풀에 놀란 호순이가 움찔 뒤로 물러납니다. '죽었나, 살았나?' 다시 한번 담배꽁초의 납작한 부분을 지긋이 눌러보는 호순이입니다. 담배꽁초와의 한판 승부, 호순이의 일방적인 공격으로 끝난 싱거운 승부지만 바닥에 나뒹구는 꽁초 하나에도 호기심을 느끼는 .. 2011. 6. 14. 카오스 대장의 아기 길고양이 상견례 카오스 대장이 아기 고양이들을 데리고 상견례를 나왔습니다. 대장과 노랑아줌마를 만나러 가는 길에 빼꼼 얼굴을 내민 녀석들을 언뜻 마주쳐도, 화들짝 놀라 잽싸게 달아나곤 해서 사진으로 담기는 어려웠는데, 오늘은 엄마의 응원 덕분에 용기가 난 모양입니다.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세상에서 제일 든든한 건 역시 엄마입니다. 아기고양이 특유의 통통거리는 걸음으로, 아직 빛깔이 정해지지 않은 청회색 눈을 빛내며 바깥 나들이에 나섭니다. 바짝 수그린 몸에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두근두근 흥분이 되는지 코끝도 살짝 딸기 분홍색이 되었네요. 세상이 좀 무섭기는 하지만, 그래도 엄마 그늘 아래 있으면 조금 안심이 됩니다. 흰색 턱받이를 하고, 이마에 황금빛 은행잎 무늬를 새긴 갈색 얼룩이가 한 마리. 이 얼룩고양이의 이름은 .. 2011. 6. 13. 아침저녁으로 물 먹는 스밀라 스밀라가 자발적으로는 물을 잘 먹지 않다보니, 혹시 모를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아침저녁으로 25ml 정도 물을 먹입니다. 먹다 흘리는 걸 제하면 한번에 20ml정도 먹겠네요. 움직이지 않게 무릎담요로 한번 감싸주고, 목 뒤로 담요에 빨래집게를 살짝 꽂아주면 가만히 있습니다. 물 먹는 시간이라는 걸 스밀라도 아나 봐요. 도리질을 하면 물이 흐르기 때문에 아무래도 바닥에 휴지를 깔고 먹이는 것이 좋습니다. 담요로 감싸놓고 보면, 스밀라 몸집이 얼마나 작은지 실감하게 돼요. 스밀라 간병에는 동생이 큰 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피하주사도 척척 놓을 줄 아는 고양이 간병인이 다 되었습니다. 스밀라도 물 먹을 때는 귀찮아하지만, 자기를 아껴주는 동생을 많이 따릅니다. 말없이 다가와 꼬리를 탁 치고 가는 스밀.. 2011. 6. 11. 유리병 속에 숨은 아기 길고양이들 매실주 담는 커다란 유리병에 아기 길고양이 두 마리가 숨었습니다. 어디선가 삐약삐약 어린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나서 돌아보니, 고양이의 조그만 눈동자가 빼꼼 비칩니다. 입구가 날카롭게 깨져 있어 위태로워 보이지만, 다행히 어린 고양이들은 몸집이 작아 입구에 부딪치며 들어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조심스런 삼색 아기고양이는 살짝 한쪽 눈만 내밀었다가 유리병 속 깊은 곳으로 쏙 들어가버려 더이상 만나지 못합니다. 좀 더 대범한 검은 고양이가 있는 쪽으로 옮겨가 봅니다. 아직 푸른 눈빛이 형형한 아기 고양이. 얼룩무늬를 보아하니 검정색 턱시도 무늬일까요? 눈동자에 청회색 기운이 도는 것을 보면, 아직 눈 색깔이 잡히지 않은 어린 고양이입니다. 유리병 옆에서 바라본 검정 고양이의 모습. 미동도 않고 바깥을 경.. 2011. 6. 10. “아이고 다리야” 기마자세로 쉬는 길고양이 담을 주 무대로 살아가는 길고양이 담양이를 만나러 가면, 가끔 독특한 기마자세로 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 가랑이를 떡 벌려 담벼락을 말 타듯 걸터앉은 모습이 엉뚱하기도 하고 귀여워서, 처음에는 웃음이 났습니다. “담양아, 뭐해? 그 자세가 편하니?” 하며 조심조심 다가가 보았습니다. 그런데 담양이의 앉은 모습을 자세히 보니, 담 저편으로 넘어가 잘 보이지 않던 오른쪽 뒷다리는 사실 담벼락 위에 그대로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세 다리는 담벼락 위에 그대로 두고, 한쪽 다리만 담벼락 아래로 늘어뜨린 것입니다. ‘음...저 자세는 편하지 않은 것 같은데.’ 하고 생각하며 가만히 보니, 담 아래로 늘어뜨린 왼쪽 뒷다리는, 평소 담양이가 살짝살짝 절며 다니던 그 다리입니다. 그제야 담양이가 왜 기마자.. 2011. 6. 9. 길고양이 보름이, 노장은 살아있다 밀레니엄 지붕셋방 고양이 가족인 보름이가 오래간만에 얼굴을 드러냅니다.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아 더욱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는 보름이는 자주 만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우연히라도 먼 발치에서나마 살아있는 모습을 보는 날이, 저에게는 운이 좋은 날입니다. 번쩍 일어나 하품을 커다랗게 하는 모습이 마치 "노장은 살아있다!"하고 외치는 것 같아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한쪽 눈이 불편하면 한쪽 귀도 따라가는 것인지, 보름이의 귀 한쪽은 늘 쳐져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잘 보이는 다른 쪽 눈을 들어 먼 곳을 바라볼 때의 보름이는, 당당한 고양이의 모습을 잃지 않습니다. 꼿꼿한 자세로 어딘가를 그렇게 응시합니다. 보름이의 까만 동공에도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이 비칩니다. 때론 혹독하지만, 때론 따사로운.... 2011. 6. 7. 이전 1 ··· 49 50 51 52 53 54 55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