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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위 길고양이, '180도 목 돌리기' 신공 지붕고양이 일족 중 하나가 식빵 자세로 몸을 둥글게 웅크리고 멍하니 앉아있습니다. 눈앞에 특별히 움직이는 대상이 없는 것을 보면 뭔가 관찰하기보다는 가만히 앉아 지켜보는 모습입니다. 인기척이 나자 몸은 그대로인채 목만 180도쯤 돌려 뒤로 휙 돌아보고는, 자기를 관찰하는 사람의 시선이 아무래도 신경 쓰였던지 스티로폼 합판 아래로 몸을 숨깁니다. 사람이라면 불가능할 자세도, 몸이 유연한 고양이는 아무렇지 않게 해냅니다. 가끔 고양이를 보면, 몸과 목이 따로 노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답니다. 몸 전체를 재빠르게 돌려 쳐다보기보다, 머리만 스윽 돌려 보는 편이 고양이에게는 편리할지 모릅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지붕에 길고양이를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을 리 없지만 길고양이는 그 허술한 공간 안에서도 .. 2011. 10. 5.
햇살에 윙크하는 고양이, 스밀라 베란다 명당자리에 가만히 또아리를 틀고 앉은 스밀라의 등 위로 햇살이 내립니다. 사선으로 툭툭 떨어지는 햇빛이 빛살이 되어 눈가를 간지럽힙니다. 하늘 한번 쳐다보고 눈을 반짝이다가, 눈이 부셔 슬며시 눈을 감아도 봅니다. 그윽한 얼굴, 만족스러운 표정이 오늘은 기분이 좋아 보입니다. 해맑은 눈동자가 동글동글 빛났다가 살며시 가늘어집니다. 그냥 감아보는 눈동자겠지만, 제게는 어쩐지 윙크처럼 보이는 스밀라의 햇빛 쬐기입니다. 2011. 10. 4.
무한의 세계를 탐험하는 고양이, 이경미 개인전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3년 전, 마음을 치유하는 고양이의 매력-고양이 화가’ 이경미를 만나다라는 리뷰에서소개해드렸던 이경미 작가 개인전이 10월 14일까지 열린다고 해서 다녀왔습니다.무한을 상징하는 바다와 우주로 모험을 떠났던 고양이 '나나'의 모습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함을 안고 찾아간 카이스갤러리에서 입체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난 나나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지하 1층에 전시된 설치작품 부터 먼저 살펴봅니다.   크고 작은 유리병 위에는 각종 동물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병 위에 그려진 탓에, 마치 동물들이마법에 걸려 병 속으로 쏙 들어간 것 같은 느낌마저 주는데요. 수집한 것들을 담는 수장고이기도 하지만 마치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포르말린에 담긴 동물들의 육신을 보는 것 같은 .. 2011. 10. 3.
길고양이는 안중에도 없는 동네 개들 삼색이 길고양이 한 마리가 비탈진 동네 길을 뚜벅뚜벅 걷고 있습니다. 아직 한낮의 태양이 뜨거운 때, 고양이 등에도 후끈후끈한 햇살이 무겁게 내려앉지만 개의치 않고 제 갈 길을 가고 있습니다. 사람의 큰 보폭으로도 숨이 차는 비탈길이지만, 고양이는 타박타박 한 걸음씩 발을 내딛으며 올라갑니다. 비탈 많은 산동네에는 길고양이만큼 개가 많습니다. 요즘처럼 험한 세상에 개를 풀어놓으면 누가 데려갈지 몰라, 동네 사람들은 개를 묶어놓습니다. 목줄을 끊고 개를 데려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목줄이 이 동네에서는 유효한 듯합니다. 때문에 한창 뛰어놀고 싶은 개들은, 길목을 오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게 낙입니다. 길고양이가 지나가면 얼른 큰 소리로 짖을 법도 하건만, 타박타박 느린 걸음으로 길고양이가 제 .. 2011. 9. 30.
뭐가 그리 우습니? 요란한 길고양이 기지개 길고양이를 만나면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관찰을 시작합니다. 처음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던 무렵에는 우연히 길고양이와 만나면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그 앞으로 쪼르르 달려가기 일쑤였지만, 사람의 갑작스런 움직임이 길고양이에게는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걸 안 다음부터는 무심한 듯 슬금슬금 다가가서 멀찍이 앉는 쪽을 택합니다. 달아나면 달아나는대로, 그 뒷모습을 찍으면 되지요. 저를 묵인하고 제 할 일을 하는 고양이를 만나면, 그때부터 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관찰 단계로 들어갑니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각자의 할일을 하는 이 시간, 서로가 서로에게 무심한 이 시간이 저는 좋습니다. 그렇게 가만히 앉아 바라보다 보면, 길고양이가 보여주는 여유로운 모습도 만나게 되거든요. 두 팔을 쭉 펴고 있는 .. 2011. 9. 29.
골목에서 태어나고 자라는 어린 고양이들 가끔 나도 모르게 낯선 골목으로 흘러들어갈 때가 있습니다. 아무 이유도 모른 채 어쩐지 그쪽으로 가고싶어져서 골목을 따라 접어들다보면, 달팽이 껍데기 맨 안쪽의 주름진 좁은 골방처럼 깊숙한 곳에, 길고양이의 안식처가 눈에 띄곤 합니다. 오늘은 어린 길고양이 네 마리가 서로의 몸에 턱을 기대고 있다가, 깜짝 놀라 낯선 방문객을 바라봅니다. 후다닥, 소리와 함께 방금 전까지 스티로폼 위에 누워있던 녀석들은 순식간에 사라져버립니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알고 있습니다. 큰일났다, 인간이다 하고 달아난 것을요. 그래도 달아났던 한 녀석은 호기심에 다시 얼굴을 내밀고 이쪽을 바라봅니다. 어딘가에서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져, 문득 카메라에서 눈을 떼어 보니, 이 모든 것을 가만히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길고양이.. 2011. 9.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