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오스 대장 길고양이, 흥겨운 부비부비 카오스 대장이 스크래처로 쓰고 있는 나무토막 위에 올라 킁킁 냄새를 맡습니다. 자기 냄새가 안전하게 배어있는지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살며시 뒤통수를 갖다대어 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부비부비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오른쪽으로 비비고~ 왼쪽으로 비비고~ 열심히 턱밑을 부벼댑니다. 고양이가 부비부비를 하는 이유는 입 근처에 냄새 분비선이 있어서 자기 냄새를 뭍혀서 자기 소유를 표시하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 동작이 너무 열렬한 까닭에 사람이 보기에는 좀 당혹스러운 행동이지만, 부비부비를 할 때의 고양이 표정은 너무 시원하고 즐거워보여 차마 말릴 수 없습니다. 급기야 보이지않는 뒤통수까지 기둥에 문질문질하는 것을 보면...뭔가 단순히 자기 냄새를 뭍히려는 것보다 가려운 곳을 대신 긁는 용도도 있지 않을까 .. 2011. 10. 27. 장미꽃 선물하니, 떨떠름한 고양이 반응 회사에 행사가 있어서 꽃다발을 얻어왔다가, 스밀라에게 장미꽃을 선물해보았습니다. 예전에 꽃다발을 보면 킁킁 냄새를 맡으며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에도 좋아하리라 믿으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스밀라 반응이 영 떨떠름합니다. 예전과 달리 별로 반기지 않는 모습이에요. 처음 품에 안겨주었을 때는 냄새를 몇 번 킁킁 맡기는 하지만, 시큰둥합니다. 심지어 "이런 걸 왜 나한테 줬느냐"는 표정까지 지어보입니다. 아예 외면하는 모습까지...급기야 꽃을 앞에 두고 딴청을 부립니다. 다시 한번 안겨줘보아도 별 차이는 없습니다. 사실 스밀라가 좋아한다면 포푸리 공처럼 발로 차고 놀면서 갖고 놀 수 있게 하려고 말려둔 건데... 아무래도 스밀라의 취향은 말린 꽃보다는 생화 쪽인 모양입니다. 2011. 10. 26. 사람의 길, 길고양이의 길 사람이 다니려고 놓은 길이지만, 가만히 눈길을 돌려보면 그 길을 길고양이도 함께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수구 아래에서 뭔가 맛있는 냄새라도 흘러나오는지... 머뭇거리며 가만히 서 있습니다. 저를 가만히 돌아다보던 길고양이, 말없이 물끄러미 보고 있다가 걸음을 돌립니다. 오래 전 길에 별다른 주인이 없었을 때, 동물과 인간이 함께 길의 주인이었을 때, 그 시절을 길고양이도 그리워하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2011. 10. 25. 노랑아줌마 길고양이의 소소한 행복 노랑아줌마 길고양이가 뒷발로 목 아래를 긁고 있습니다. 그윽하게 감은 두 눈이 무척이나 기분 좋은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별 것 아닌 동작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굉장한 몰입력으로, 긁는 그 순간에만 집중합니다. 노랑아줌마의 그윽한 표정을 마주할 때가 저에게도 마음 편해지는 순간입니다. 마음 복잡한 날, 노랑아줌마가 느끼는 소소한 행복을 저도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2011. 10. 24. 오래된 건물 틈새, 길고양이 은신처 오래된 건물 벽 틈새, 길고양이 한 마리 드나들 만한 좁은 통로가 생겼습니다. 그 틈새로 몸을 숨기려고 잠시 걸음을 멈춘 길고양이 한 마리가 우뚝 서 있습니다. 혹시나 해서 눈을 꿈뻑꿈뻑 하며 '고양이 키스'를 날려 보니, 저를 향해 넌지시 눈을 감아 보입니다. 길고양이가 보내는 '고양이 키스'입니다. 사진을 찍으라는 듯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잠시 포즈를 취해 주던 길고양이. 바로 옆 녹슨 철판과 고양이의 얼룩무늬 색깔이 마치 색깔맞춤이라도 한 듯 잘 어울립니다. 저를 기다려준 길고양이 덕분에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답니다. 갈라진 건물벽 틈새로는 버려진 페트병이 이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는 약간 몸을 비켜 슬그머니 자리를 잡고 식빵 자세를 취합니다. 앞발은 보이지 않지만, 도톰한 앞가슴털 .. 2011. 10. 23. 목 빠져라 기다리는 고양이 마음 아침에 눈을 떠 보면, 스밀라가 저렇게 의자 위에 올라와 있습니다. 몸은 의자 위에 올려야 하니, 대신 목을 길게 빼고 아래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발치 쪽에 의자를 두었던지라 만약 머리를 의자 쪽을 향해 누이게 된다면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스밀라와 눈이 마주칠 지도 모릅니다. 스밀라의 잠자리는 원래 거실에 두었습니다. 화장실과 물그릇을 모두 제 방에 두기에는 너무 좁기도 해서 스밀라가 먹고 싶을 때 물도 마시고, 화장실도 갈 수 있도록 잠자리도 거실에 둔 것인데, 한밤중에 다들 잠이 들었을 때는 스밀라도 거실에 있다가, 새벽마다 제 방으로 스르륵 들어와서 의자에 누워 기다리는 것이지요. 잠결에 털뭉치 꼬리가 스르르 옆을 지나가는 기척이 느껴지면 스밀라가 들어온 것입니다. 잡지 마감을 하느라 어제까지 며.. 2011. 10. 22.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