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구에 몸을 숨긴 길고양이 오래간만에 길고양이를 만나러 마실을 갑니다. 낙엽이 진 계곡에도 길고양이의 흔적이 있습니다. 폴짝폴짝, 등산이라도 하듯 열심히 산을 오르는 모습이, 뭔가 바쁜 볼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걸음을 재촉합니다. 흰색 털에 노란 점박이무늬라서 어두운 계곡에서 금세 눈에 띄는 길고양이입니다. 아마도 목이 말랐던지, 굳이 물이 흘러내려가는 하수구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옵니다. 고인 물 쪽으로 머리를 가까이하고 다가가 냄새를 킁킁 맡습니다. 하수가 흘러내리는 통로로 얼굴을 쑥 내밀고 갸웃해봅니다. 윗집 사람들이 쓰고 버린 생활하수가 흘러나가는 통로이지만, 길고양이에게는 시냇물이 흘러내리는 신기한 터널처럼 보이는 듯합니다. 하수 통로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낮잠에 빠져듭니다.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는데 뜻밖입니다. 털이 젖어.. 2011. 11. 28. 스밀라가 사랑하는 고양이 전망대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오고 나서 한 달, 살아보니 몇 가지 장단점이 보입니다. 다른 방은 오래 쓰지 않으니 잘 모르겠고, 제 방만 일단 살펴보면 예전에 있던 베란다방이 없어지고, 바로 아파트 외벽과 유리창이 이어져 있어서, 겨울이 되니 빈틈으로 바람이 솔솔 들어오네요. 방바닥은 난방을 해서 따뜻한데 공기는 차서 호되게 감기에 걸렸습니다. 감기와 마감 때가 겹치는 바람에 고생을 하고, 간신히 나았네요. 그런데 스밀라는 이런 방 구조가 좋은가 봅니다. 예전 제 방에서는 베란다 창문을 잘 열어주지 않았거든요. 유리창 자체가 이중창이라, 창 다음에 바로 모기장이 있는 구조여서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창문을 닫아두고 지내곤 했어요. 모기장은 고양이가 체중을 실으면 떨어져나갈 수도 있으니까요. 창을 닫으면 스밀라가 앉.. 2011. 11. 26. 놀잇감 본 길고양이 반응, 개성따라 달라요 바닥에 뒹굴던 전선 코드를 발견한 길고양이, 표정이 달라집니다. 장난감으로 딱이다 싶었던지 두 손에 그러모아봅니다. 집고양이는 사람이 주는 놀잇감을 갖고 놀지만, 길고양이는 자연에서 발견한 물건을 스스로 놀잇감으로 만들어 갖고 논답니다. 같은 놀잇감을 보아도 고양이마다 반응이 조금씩 다른 것이 재미있습니다. 점박이는 휙휙 앞발을 휘두르지만, 몸을 일으키지는 않고 귀차니스트의 자세를 유지합니다. 앞발만 쭉 내밀어 놀잇감을 움켜쥔 모습이, 향을 피우며 제단에 기도를 올리는 듯하네요. 바닥에 남은 흰색 무늬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똑같은 청소년 고양이이지만, 고등어의 반응은 또 다릅니다.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고 갸웃하는 분위기이다가... "에잇! 먹는 게 남는 거다" 하고 물.. 2011. 11. 25. 고양이 눈곱 잘못 떼면 피눈물 본다 이사를 하고 나서 스밀라가 아직 짐을 다 채우지 않은 옷장이나, 오래된 옷을 넣어두었던 상자에 들락날락하기를 좋아해서 치우는 동안 들어가 놀라고 놓아두었더니, 눈물을 자주 흘려서 ‘이젠 좋아해도 못 들어가게 해야겠다’ 하고 막아둔 참이었습니다. 눈물을 흘리면 그때그때 닦아준다고 하지만 눈곱이 되기도 하는데 말랑할 때는 닦아내며 떼어주면 되니 괜찮지만, 딱딱하게 굳었을 때 무심코 떼어주었다가는 자칫하면 고양이의 눈 아래 연한 살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전날 밤에 눈곱이 보이기에 살짝 떼어주고 다음날 퇴근해서 스밀라를 쓰다듬어주는데, 눈곱이 끼는 부분인 눈머리에 빨간 눈곱이 보입니다. 깜짝 놀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 부분의 살갗이 날카롭고 딱딱한 눈곱에 조금 베었는지 빨갛게 되었습니다. 눈물을 살짝 두드려.. 2011. 11. 24. 마릴린 먼로 닮은 애교점 길고양이 12월 특집기사를 취재하러 다니던 길에, 눈앞에서 뭔가 황급히 툭 뛰어내리는 그림자와 마주칩니다. 젖소무늬 길고양이가 인기척을 느끼고 주차된 차 밑으로 다급히 도망가는 모습입니다. 반가운 마음에 가까이 다가가 봅니다. 자동차 밑에 공처럼 도사리고 있는 녀석. 겁이 많은가 봅니다. 앗, 그런데 차 밑에는 두 마리 고양이가 숨어있습니다. 아까 달아났던 젖소무늬 고양이와, 어둠 속의 또 한 녀석이군요. 젖소무늬 고양이는 입술 옆에 마릴린 먼로의 애교점까지 붙이고 있었습니다. 오대오 가르마도 아니고, 감각 있게 옆으로 비스듬히 탄 가르마에 독특한 매력이 있는 길고양이입니다. 아까 자동차 밑에 있던 녀석은 뭐하고 있나 봤더니, 이렇게 공을 만들어 가만히 관망하고 있네요. 친구 길고양이에게 관심이 쏠리는 틈을 타서.. 2011. 11. 23. "놀아줘요!" 끈질기게 발목 잡는 길고양이 "아잉, 가지말고 나랑 좀 놀아줘요!" 길고양이 갈순아저씨의 뒷다리를 덥석 잡으며 놓지 않는 손길이 있습니다. "그냥 가면 콱 물어버릴라고요" 무력 시위에 들어갑니다. 발목 잡힌 갈순씨, 어쩔 줄 모릅니다. "헛 참...이거 힘으로 이길 수도 없고." 마지못해 발길을 멈추고 쓰러지는 갈순씨 표정이 난감합니다. 그새를 놓칠까, 고등어는 갈순씨 뒷다리를 꾸욱 누릅니다. "자, 됐지?" 발라당 놀아주는 갈순씨, 역시 어른입니다. 2011. 11. 21. 이전 1 ··· 35 36 37 38 39 40 41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