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벽 타는 길고양이, 거침없는 등반 실력 배를 드러낸 채 뒹굴뒹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길고양이와 눈이 마주칩니다. 녀석은 땅에 등을 붙인 자세로 눈동자를 굴리며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몸을 일으켜 바로 앞 암벽 위로 폴짝 뛰어오릅니다. 그저 달아날 의도였다면 아랫길로 가면 그만인데, 굳이 암벽 쪽으로 올라선 걸 보면 저 인간에게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마음인 것도 같고, 궁금증이 앞섭니다. 인간이 따라올 수 없는 길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아는 길고양이는 달아나면서도 여유가 넘칩니다. 턱을 시원하게 긁기 좋은 나뭇가지를 발견하고는 그새 턱을 치켜들어 봅니다. 가지가 가늘면서도 탄력이 있어, 부비적 부비적 턱 긁개로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먼 하늘을 그윽하게 바라보는 고양이의 눈동자에 폭 빠져듭니다. 다른 고양이의 모습도 사랑스럽지만, 턱 밑을.. 2011. 12. 13. 이중섭 거리에서 만난 아기 길고양이 제주 서귀포시에는 한국전쟁 중 이중섭이 피난살이를 하며 잠시 머물렀던 주거지가 있습니다. 그 주거지 인근에 이중섭을 기리는 거리가 생겨나고, 옛 주거지 복원과 미술관 건립이 순차적으로 이뤄지면서 관광명소가 되었지요. 거리 자체는 작지만 이중섭 작품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도상을 가로등 기둥 따라 세워두어 한 가지씩 구경하며 걷는 맛이 있고, 이중섭을 테마로 한 금속공방이나 화가의 이름을 딴 식당도 있습니다. 이중섭 그림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들과 민화를 접목시켜놓은 벽화가 눈에 띄어 사진을 찍으려는데, 발치에서 작은 털뭉치 하나가 쭈뼛쭈뼛 다가섭니다. 노란 카오스 무늬의 아기 길고양이입니다. 이제 겨우 5~6개월쯤 됐을까, 작은 덩치에 굼뜬 몸놀림으로 또박또박 걸어 벽화 뒤 담벼락으로 몸을 옮깁니다. 저도 다른.. 2011. 12. 12. 새 옷장은 고양이도 두 발로 서게 한다 중고생 시절 쓰던 옷장을 이사온 집까지 가져오긴 했는데, 이제 못 쓰겠다 싶어 틈새옷장을 주문했답니다. 폭 60cm의 양문형 옷장에 서랍이 두 개 있어서, 자주 입는 옷만 꺼내놓고 입기에 적당한 크기입니다. 배송비가 추가로 붙지 않고 서랍이 두 개 달린 틈새장을 찾으려고 쇼핑몰을 며칠 뒤지고 해서 비교적 싼 가격에 구할 수 있었지요. 새 가구 냄새도 별로 안 나긴 하는데, 일단 물걸레로 한번 닦고 말리려 서랍 먼저 열어두었더니, 스밀라가 "또 뭘 샀나?" 하고 어슬렁어슬렁 걸어들어옵니다. 새 물건이 들어오면 스밀라에게 검수를 받아야 한다는 걸 깜빡하고 있었습니다. 옷장 문을 열어주니 좋다고 뛰어들어, 위층 서랍 검사도 꼼꼼하게 시작합니다. 가운데에 중간 옷봉 거는 자리가 있는데, 튼튼한지 툭툭 건드려도 .. 2011. 12. 11. 캣맘들이 만든 ‘2012길고양이 달력’ 매년 12월이 되면 찾아오는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1년 내내 길고양이의 사랑스런 모습을 보며 응원할 수 있는 ‘길고양이 탁상달력’이 나올 때거든요. 탁상달력 판매 수익금은 길고양이를 위해 쓰인다고 하니 더욱 반갑습니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서 매년 만드는 길고양이 달력에 저도 사진 기부로 참여했는데요, 길고양이의 희망찬 내일을 기원하면서, 시원한 하늘과 함께한 사진을 골라봤어요. 사진을 함께 보는 분들도 가슴이 탁 트이는 느낌을 받으셨으면 좋겠네요. 달력은 아직 실물 사진이 올라오지 않아서, 현재 고보협에 올라있는 디자인 시안을 올려봅니다. * 달력 이미지가 길어서 스크롤 압박이 좀 있습니다.^^ 달력 속에 등장하는 사진들은 모두 길고양이를 응원하는 분들이 직접 찍어 보내준 사진이기에 더욱 뜻깊습니다... 2011. 12. 9. 진퇴양난, 길고양이의 정면돌파 골목길을 걷다 길고양이를 만나면 반가운 마음에 다가서지만, 속 모르는 고양이는 인기척을 느끼면 잽싸게 달아나곤 합니다. 인간과 눈맞춤하며 한가롭게 독심술을 펼치고 있을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일단 튀고 보자'는 게 길고양이의 생존방식입니다. 온몸에 고동색 털무늬옷을 입은 이 녀석도 예외는 없습니다. 잠시 먼 곳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어 황급히 반대편 길로 내달립니다. 꺾어지는 골목에서 계단을 향해 전력질주하던 길고양이가 뜻밖의 복병을 만납니다. 계단을 천천히 올라오던 아저씨와 눈이 딱 마주친 것입니다. 아까 왔던 계단으로 올라가느냐, 아니면 아저씨를 지나쳐 가느냐. 잠시 고민하던 길고양이는 결심한 듯 다시 앞으로 내달립니다. 정면돌파를 선택한 거죠. 꽁지가 빠져라 뛰어내리는 가슴은 두근두근 뛰었을 겁니다.. 2011. 12. 8. 고양이 단잠을 깨울 수 없는 이유 출퇴근 생활을 시작하면서 평일에는 스밀라의 일과를 내내 지켜볼 수 없지만, 가족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한낮에는 베란다 전망대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이나 새를 구경하고, 저녁이면 거실이나 제 방에서 제가 오기를 기다리다가 엘리베이터 소리가 땡 하고 들리면 도도도 뛰어나온다고 하네요. 그리고 제가 잘 준비를 하면 옆에서 어슬렁어슬렁 배회하고 있다가 빈 의자로 잽싸게 뛰어오릅니다. 다른 집 고양이들은 한 이불에서 잠들기도 한다는데 오래 안겨있는 것을 귀찮아하는 스밀라는 절대 그런 법이 없습니다. 이불에 누워 폭 안아주면, 이게 무슨 짓이냐며 토끼 같은 뒷발로 힘껏 밀치고 뛰어나가지요. 대신 제가 앉던 의자에 앉아 잠드는 건 참 좋아해요. 문제는 제가 할 일이 남아서 잘 시간이 되지 않았는데도, 의자만 비면 스밀라가.. 2011. 12. 6. 이전 1 ··· 33 34 35 36 37 38 39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