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 같은 눈망울의 길고양이, 반달이 반달가슴곰처럼 앞가슴에 무늬가 있는 검은 고양이를 흔히 턱시도냥이라 부르지만 때론 반달냥이라고 부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턱시도라기엔 너무 육중한 몸매가 아기곰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무엇보다 절반만 뜬 것처럼 게슴츠레한 두 눈이 딱 반달 모양이기 때문이랍니다. 개미마을에 사는 길고양이 반달이도 그런 ‘반달곰’과‘에 드는 고양이입니다. 저번에 만났을 땐 두세 마리 고양이 무리 속에 끼어 있던 반달이가 오늘은 혼자 트럭 밑에 나와서 가만히 앉아있습니다. 트럭을 엄폐물로 삼아 가만히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모습. 사람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친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 모습에 궁금증이 생깁니다. 힐끔 올려다보지만, 다급하게 피하지는 않고 귀찮은 듯 옆 트럭으로 자리를 옮깁니다. 낯선 사람에게 살갑게 굴지 않는 .. 2011. 12. 5. 장모종 고양이, 발바닥 이발하는 법 스밀라는 장모종이라 발바닥 이발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합니다. 길고양이라면 거친 땅에 맨발로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발바닥 털이 쓸려 짧아질법도 하건만, 장판이 깔린 집안에서는 발바닥 털이 늘 길게 자라기 마련이니까요. 잘라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쑥쑥 자란 털, 깔끔하게 잘라주면 고양이도 속시원해한답니다. 장모종 고양이 발바닥 털을 잘라주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고양이는 착지할 때 발바닥을 쿠션 삼아 뛰어내리는데, 발바닥에 긴 털이 자라 있으면 바닥과 접지하는 발바닥면이 미끄러워 고양이도 발을 헛디디기 쉽습니다. 고양이의 낙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발바닥 이발은 꼭 필요합니다. 발바닥 육구 사이로 삐죽삐죽 난 털을 자르려면 요령이 필요합니다. 스밀라의 이발에는 짧은 빗을 이용합니다. 보통 밥먹고 .. 2011. 12. 4. 길고양이 골목에 선 카오스 대장, 의연한 모습 겨울을 준비하러 볼살을 찌웠는지, 아니면 차가운 날씨에 털을 부풀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올 여름보다 한층 얼굴이 동그래진 카오스 대장을 만났습니다. 대장이 가끔 이용하곤 하는 샛길 너머로 그윽한 눈을 하고는 이쪽을 바라봅니다. 모른척 지나치기보다 슬그머니 다가오는 대장입니다. 2006년 1월, 부비의 새끼였던 카오스 대장을 처음 만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내년이면 햇수로 7년째를 맞이하는 카오스 대장과의 시간입니다. 사람에게 완전히 곁을 주지는 않지만 길고양이다운 경계심을 유지하면서 저를 지켜보는 카오스 대장. 카오스 아기냥이에서 어느새 의젓한 엄마의 모습이 되고, 지역의 고참 고양이가 되어 대장의 호칭을 받았습니다. 한해를 정리하는 12월, 카오스 대장과의 인연이 내년에도 이어지길 기원하면서 겨울 .. 2011. 12. 2. 이불보를 사랑한 고양이, 스밀라 스밀라가 베란다에도 제 방에도 보이지 않아서, 또 숨바꼭질 놀이를 시작했나 싶어 찾아봅니다. 잘 가지 않는 안방에 가 있습니다. 겨울 이불을 꺼내느라 이불보자기를 풀었더니, 그속에 쏙 들어가 자기 자리라며 나오지 않고 있네요. 이건 원래부터 내 방석감인데 왜 호들갑이냐는 표정입니다. 고양이는 폭신폭신 방석도 좋아하지만, 이렇게 약간 질감이 있는 헝겊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베란다에도 스밀라를 위한 전망대에 부직포 가방을 깔아놓았답니다. 자기 냄새가 배어 떠날 줄을 모릅니다. 그 가방을 치우고 아크릴 담요를 깔아줘봤는데, 시무룩해서 이리저리 찾아다니는 모습에 결국 다시 부직포 가방을 깔아줘야 했지요. 급기야 부직포로 된 이불보를 두 팔로 꼭 껴안고 내놓지 않는 모습입니다. 혹시나 빼앗아갈까 하는 .. 2011. 12. 1. 길고양이, 요란한 오줌세례 남긴 이유 보통 고양이는 자기 냄새를 숨기기 위해 대소변을 보고 깔끔하게 파묻곤 합니다. 적에게 자기 존재를 들키지 않기 위해서이지요. 그러나 가끔 그런 고양이의 본능과 상반된 모습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마치 개들이 오줌으로 영역 표시를 하는 것처럼, 길고양이도 자기 영역임을 오줌으로 표시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카오스 대장 역시 그런 행동을 보입니다. 보통 암고양이는 엉덩이를 내려 정좌한 자세로 소변을 보지만 카오스 대장은 한껏 엉덩이를 치켜올려 멀리까지 소변을 날려보냅니다. 벽을 정조준하는 것이지요. 대장이 머물렀다 간 자리엔 이렇게 흔적이 남습니다. 좀 더 영향력이 있는 길고양이의 경우에는 이렇게 자기 과시를 하는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보통은 땅에 누고 파묻곤 하거든요. 어린 노랑이, 미노도 엄마를 따.. 2011. 11. 30. 길고양이, 놀잇감 앞에선 애어른 없다 고등어가 갖고 놀던 전선코드에 갈순 아저씨의 예리한 눈이 꽂힙니다. 통통하고 길쭉한 게 꽤 탐나 보입니다. 이미 자기 거라고 방심했던 고등어가 뒤늦게 다가가보지만 늦었습니다. 아니, 게다가 갈순아저씨는 고등어의 장난감에 침까지 묻히는 게 아닙니까. 이미 고등어가 다 침발라놓은 건데... 갈순아저씨 곁에 껌딱지가 되어 붙어앉아보지만, 아저씨는 모른척 딴청만 부릴 뿐 왼손에 꼭 쥐고 도무지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미련이 남아 아저씨의 손을 가만히 보는 고등어의 눈총이 따가운지 외면하는 아저씨 표정이 귀엽습니다. 토라진 고등어가 돌아누워도, 꿋꿋한 갈순아저씨. 그래도 곧 놀잇감을 양보해 주겠지요? 놀잇감에 대한 관심은 오래 가지 않으니까요. 2011. 11. 29.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