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숲고양이가 만난 도심 숲 길고양이 누군가 내 이름을 어떻게 불러주는가에 따라 내 삶의 방향이 바뀌기도 합니다. 길고양이가 사는 도심 숲을 찾아가 한참을 말없이 지켜보고 돌아오던 무렵 제가 즐겨 쓴 닉네임은 ‘숲고양이’였습니다. 2002년 여름, 처음으로 행운의 삼색 고양이를 만나 사진을 찍은 것도 숲처럼 조성된 도심 숲에서였고, 2005년쯤 다음넷 블로그를 만들 무렵엔 블로그 주소에도 forestcat이라는 단어를 넣을 만큼 그 단어를 좋아했지요. ‘숲고양이님’ 하고 불릴 때면, 저도 한 마리 고양이가 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블로그에서 실명을 그대로 쓰기 시작하면서 이제 거의 쓰지 않게 된 닉네임이지만, 아직도 어딘가에서 숲고양이님 하고 부르면 내게 하는 얘긴가 착각할 때가 있습니다. 고양이 품종 중에는 ‘노르웨이 숲고양이’라는 품종.. 2011. 12. 20.
바위산을 타는 길고양이 단풍이 아직 지기 전의 바위산 사이로 꼬물꼬물 움직이는 동물이 보여 눈길을 돌리니 노랑점박이 고양이가 열심히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완만한 경사의 바위산이라 고양이걸음으로도 총총 오를 수 있습니다. 혹시나 등산을 하던 사람이 실족사고를 당할까 우려해서 보호철책을 세워놓았지만, 길고양이의 길은 안전한 철책 안쪽이 아닙니다. 사람 눈으로 보기에는 위태위태해보이는 바윗길이지만, 이곳을 걸으면 사람에게 쫓길 일은 없으니 훨씬 안심입니다. 경사는 완만하다고 해도 제법 높이가 높아, 자칫해서 발이 미끄러지면 어쩌나 싶기도 한데, 고양이 발걸음에 워낙 여유가 있어 큰 걱정이 되지는 않을 정도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고양이가 사는 풍경을 멀리서 한눈에 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너무 가까이 가서는 보지 못하는 모습들이.. 2011. 12. 19.
흑백영화의 주인공 같은 고양이 창문 여는 드르륵 소리만 나면 어디에 있든 알아차리고 번개처럼 뛰어오는 스밀라. 갈기를 날리며 폴짝 뛰어오르는 모습은 작은 흰사자처럼 용맹합니다. 창문이 닫히기 전에 얼른 그 자리에 엉덩이를 끼워놓아야 인간이 춥다고 문을 닫아버리는 상황을 모면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날이 추우니 창문을 열어도 서리가 끼어 바깥이 잘 보이지 않는데, 스밀라는 상관없이 그저 창문턱 자리만 주어진다면 만족이라는 얼굴입니다. 뿌옇게 변한 창 아래를 향해, 열심히 고개를 주억거려가며 구경하려 합니다. "응? 내 얘기 했냐옹?"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돌아봅니다. 사실 이 시간에는 바깥을 봐도 그다지 보일 게 없기 때문에 이제 슬슬 딴청을 부리기 시작합니다. 가을에는 그나마 서리가 끼지 않아 볼만 했는데, 갑자기 추워지면서 일어.. 2011. 12. 17.
사다리도 잘 오르는 똘똘한 길고양이 철제 사다리 난간 위로 길고양이 한 마리가 조심조심 올라갑니다. 폭이 좁고 경사가 가팔라서 작은 길고양이 발로도 오르기에는 쉽지 않을 듯한데, 한 다리씩 올려가며 조금씩 위로 이동합니다. 드디어 마지막 칸, 인기척이 나서 힐끔 돌아보는 길고양이 얼굴에 '들켰다;' 하는 표정이 언뜻 비칩니다. 잠시 고민하던 길고양이, 삼색 얼룩무늬가 선명한 뒷다리에 힘을 줍니다. 사다리 길은 끊겼지만, 위를 향해 올라가기로 결심한 모양입니다. 평지라면 이만한 높이야 뛰어올라도 무서울 것 없지만, 잘못 발을 헛디디면 사다리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 '응차' 기합을 넣으며 폴짝 뛰어올라 무사히 난관을 넘어간 고양이는 담벼락에 난 고양이길을 따라 안전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조바심내며 뒤에서 바라만 보고 있던 구경꾼도 .. 2011. 12. 16.
길고양이 발가락, 까만 골무 하나  언뜻 보기엔 비슷해보여도 하나하나 개성적인 고양이의 털옷 무늬에 새삼 놀라게 되는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아주 작은 얼룩무늬 하나가 웃음을 불러울 때가 있습니다. 콧털 자리나 애교점 자리에 묻은 얼룩도 그렇지만, 이렇게 발가락 하나에 딱 한 방울 검은 얼룩이 묻어있을 때입니다. 오른쪽 앞발에는 완장을 차고, 왼쪽 앞발에는 까만 골무를 낀 것처럼 발가락 하나가 까맣습니다. 뒷발은 가지런히 모아 나란히 누이고 앞발은 식빵 굽다 만 자세로 살포시 들어 딴청을 부리는 고양이에게, 가볍게 건네는 눈인사로 인사를 보냅니다. 2011. 12. 15.
만사가 귀찮은 고양이의 '수달 자세' 잘 준비를 하려고 이불을 깔고 누우면, 이때다 싶어 의자로 폴짝 뛰어오른 스밀라는 수달 자세를 하고 있습니다. 앞발을 접어 몸 옆으로 붙이고, 의자 쿠션의 기울어진 각도에 턱을 맡기는 자세입니다. 앞발을 접으면 불편하지 않나 싶은데, 곧잘 저런 자세를 취하는 걸 보면 나름 편안한 모양입니다. 다른 고양이들보다 코가 낮고 이마가 동그란 스밀라는 수달의 얼굴 윤곽과도 많이 비슷해서, 세상에는 없는 은회색 수달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모른척 딴청부리는 모습이 귀여워서 일부러 다가가 사진을 찍으면, 눈을 마주치지 않고 저를 투명인간 취급합니다. 하지만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어도, 알고 있어요. 어차피 스밀라의 크고 동그란 눈동자에는 제가 하는 행동이 하나하나 다 입력되고 있을 거라는 사실을요. 눈이 커서 .. 2011. 12.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