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언덕을 지키는 망부석 고양이 설 연휴 첫날 아버지가 뇌출혈로 입원하셔서 한동안 경황이 없었습니다. 중환자실에 계시다가 다행히 일반실로 옮겼지만 아직 퇴원은 하기 힘든 상태라서 가족들이 돌아가며 24시간 간병을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병실에 계시는 동안 어머니와 동생이 번갈아가며 병원을 지키는지라, 제가 퇴근하고 돌아와보면 스밀라만 텅 빈 집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에 마음이 울적해져서 현관에 서서 들어오지 않고 스밀라를 빤히 보고 있으니, 저를 맞이하러 나온 스밀라가 의아한 얼굴로 보고 있다가 꼬리로 제 다리를 툭, 툭 두 번 쳐 줍니다. 마치 꼬리로 '힘내라' 하고 격려해주는 것 같아 마음의 위안이 됩니다. 안방에 이불보에 싸 둔 겨울 솜이불이,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스밀라의 언덕이 되었습니다. 저 자리가 안방에서 가장 .. 2012. 2. 4. 길바닥에 잠든 고양이의 겨울방석 한겨울 전철역을 기다리며 승강장 의자에 앉아보면 차가움에 화들짝 놀라 일어섭니다. 실외역은 아무리 지붕이 있다고 해도 냉기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그나마 얇은 목도리 하나만 깔아도 냉기가 좀 덜한데요, 길고양이에게도 바닥에 깔린 스티로폼 방석이, 겨울나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바닥에서 올라오는 냉기를 조금이나마 막아줄 수 있으니까요. 한때 냉동식품을 담았을 스티로폼 상자뚜껑을 방석 삼아 길고양이 한 쌍이 잠을 청합니다. 엉덩이 아래도 따뜻하고, 앞뒤로 친구와 함께 몸을 맞대고 있으니 소르르 잠이 옵니다. 바스락 소리에 한 친구는 눈을 뜨지만, 다른 한 친구는 졸음을 못이겨 살짝 눈을 떴다 다시 감아버립니다. 하지만 역시 그대로 있는 것은 불안했던지, 아까부터 눈을 뜨고 이쪽을 주시하던 친구는 물탱크.. 2012. 1. 17. 고양이가 옷장산 정상을 정복한 날 새 옷장이 들어온 뒤로 호시탐탐 뛰어오를 높이를 재며 옷장 위쪽을 노리던 스밀라. 어제 드디어 정상 정복을 하고 말았답니다. 어떻게 올라갔나 했더니 옆에 있는 책꽂이랑 박스를 계단처럼 디디고 단계별로 올라간 모양입니다. 흐뭇한 얼굴로 아래를 바라보는 스밀라입니다. 옷장산 정상은 가로 세로 1미터가 되지 않는 좁은 면적이지만, 고양이 한 마리가 네 다리를 뻗고 누울 만큼의 공간은 넉넉합니다. 스밀라도 저렇게 편한 얼굴로 눈을 붙입니다. 책꽂이 위에 올려둔 과자통과 옷장산 정상 너머 바위틈으로 흘깃 내려다보는 스밀라. 기분이 좋아 몇 번이고 눈을 꿈뻑꿈뻑합니다. 오랫동안 노리던 옷장산을 드디어 정복한 것에 대한 만족감이 고양이를 흐뭇하게 합니다. 의자를 놓고 옷장산 정상으로 올라가 봅니다. 옷장 너.. 2012. 1. 13. 콧잔등 인사에 풀리는 길고양이 마음 쌍둥이처럼 꼭 닮은 길고양이 한 쌍이 오두마니 앉아있습니다. 몸을 동그랗게 움츠리면 겨울의 한기를 조금은 막을 수 있습니다. 식빵 자세로 겨울 햇볕을 쬐는 길고양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입니디 껌딱지처럼 가만히 앉아있기는 심심했는지, 앞발을 들어 괜히 툭툭 건드리며 장난을 걸어 봅니다. 하지만 뭐가 심통이 났는지, 옆자리 녀석은 장난을 받아주지 않고 그만 외면해 버립니다. 단단히 화가 난 듯한 표정입니다. '장난이었는데...' 당혹스런 마음에 무슨 일이든 해서 마음을 풀어주고 싶습니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친근감을 표시합니다. 길고양이들의 콧잔등 인사는 안부를 묻고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데 좋답니다. 그제야 눈을 지그시 감는 친구의 모습. 열심히 냄새를 맡으며 사과를 구하는 친구의 모습에 마음.. 2012. 1. 10. 아기 길고양이들의 훈훈한 우애 아기 길고양이 몸속에는 아무래도 스프링이 하나씩 들어있는 모양입니다. 어른 고양이들이 달아날 때는 ‘뛴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기 고양이들은 ‘통통 튀어오른다’는 느낌이 더 강합니다. 흔히 ‘도망간다’는 말을 속되게 부를 때 ‘튀다’라고 하지만, 그 말과는 또 다른 느낌이 아기 고양이의 도망가는 몸짓에 있습니다. 저와 눈이 마주치고 몇 번 움찔움찔 튀어 오르길 반복하다, 조금은 마음을 놓았는지 조심스레 담벼락 끝으로 다가오는 젖소무늬 아기냥입니다. 담벼락 아래로 내려오는 건 무서워하고 있어서, 기와 위로 간식캔을 덜어 올려줍니다. 그랬더니 혼자만 와구와구 먹으려고 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숨어있는 형제를 부릅니다. 겁을 먹고 눈이 동그래진 푸른눈의 아기 길고양이, 어떻게 해야 하나 갈등하는 얼굴로 이쪽.. 2012. 1. 9. 옷장 속 은신처가 흐뭇한 고양이 1월로 접어들면서 옷집에서 할인판매를 합니다. 곧 다가올 봄옷 판매에 주력을 하려는지,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해서인지도 모르겠네요. 사무실 절전지침을 시행하고 있어서 한낮에도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드는지라, 털 안감이 달린 웃옷을 한 벌 사두었습니다. 옷장에 걸어놓으려 옷장 문을 여는데, 의자에 앉아있던 스밀라가 옷장 문 열리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든 듯, 허둥지둥 옷장 앞으로 달려옵니다. 특별히 저지를 하지 않았더니, 냉큼 옷장 속으로 은신처를 만들어 그 안에 몸을 숨깁니다. 자기만의 은신처를 만들어 기분이 좋아졌는지, 그윽한 눈으로 이쪽을 쳐다보는 스밀라입니다. 고양이의 은신처 욕심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조명을 따로 치지 않아도 옷장 안이 하얗다보니 반사가 되어 스밀라 눈이 초롱초롱합니다. 덕.. 2012. 1. 8. 이전 1 ··· 29 30 31 32 33 34 35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