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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한 길고양이 전망대 노랑둥이 길고양이 한 마리가 담벼락 아래를 조심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발밑에 뭔가 눈길 가는 거라도 있는 모양입니다. 조심조심...목을 쑥 빼고 아래를 기웃기웃합니다. 조그만 벌레의 움직임에도 엉덩이를 들썩들썩하며 달려들 준비를 하는 고양이들이다보니, 담벼락 위에서 뭔가를 주의깊게 바라보는 고양이를 발견할 때면 저도 모르게 마음이 조마조마해집니다. 지대가 층층이 높이가 달라 담벼락 높이가 유독 높습니다. 사진에 나오지 않은 높이까지 감안하면 고양이 스무 마리는 족히 서 있을 만한 높이입니다. 사람 눈에는 아슬아슬해 보이지만 담벼락이 워낙 높다보니 누군가 쉽게 다가올 염려도 없고 위협을 끼칠 일도 적어 마음놓고 내다볼 수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치면 보지 못할 그곳에도 길고양이는 있습니다. 또랑또랑한 .. 2012. 4. 5.
노랑아줌마와 길고양이 미노, 꼭 닮은 한 쌍 밀레니엄 일족의 터줏대감인 노랑아줌마 곁에, 어느덧 부쩍 자란 미노도 살그머니 머리를 내밉니다. 노랑아줌마 뒤를 쫄래쫄래 따라다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노랑아줌마 몸집보다 살짝 커지려고 하네요. 그윽한 부비부비로 아는 척을 해봅니다. 꼬리 크로스! 서로 냄새를 맡고는 의례적으로 하는 몸 인사지만, 마치 사람으로 치면 하이파이브를 날리는 듯한 재미있는 자세가 되었네요. 노랑아줌마의 초록눈과 미노의 금빛 눈동자가 잘 어울립니다. 고양이 동상처럼 떡 버티고 선 미노의 모습이 의젓하네요. 그래도 수컷 어른이라고 노랑아줌마를 지켜줄 모습이 든든해 보입니다. 그렇게 길고양이 동네는 고양이들을 통해서 면면히 이어져 가겠지요. 2012. 4. 4.
올블랙 길고양이의 '반전 애교' 돌담벽 위로 까만 털뭉치 하나가 보입니다. 뾰족한 두 개의 뿔 모양으로 보아 고양이가 틀림없다 싶지만 거리가 멀어 확신할 수는 없으니 조심스레 다가가 봅니다. 한가로이 햇볕을 쬐고 있는 고양이가 맞았네요. 꼼짝않고 이쪽을 가만히 보기만 하고 있습니다. "캬앙~" 하고 입을 크게 벌려 위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품하는 거랍니다. 귀끝까지 쭉 뻗어가는 시원함이 하품 자세에서 느껴집니다. 덩치는 작지만 흑표범 같은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하품을 하고 나서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졌는지 그 자세 그대로 발라당을 시전합니다. 한쪽 눈을 찡긋하며 이쪽을 향해 귀여움을 한껏 쏘아보내는 길고양이. 살짝 보이는 송곳니가 덧니처럼 귀여움을 더합니다. 카리스마 흑표범에서 깜찍한 귀염둥이의 모습으로, 순식간에 '.. 2012. 4. 3.
"놀아주지 않으면 못 가" 문지기 고양이의 엄포 아침을 먹으면 동생방 문 앞에 가서 그루밍을 하고 그 자리에 털썩 눕는 스밀라. 먹기 싫은 약도 순순히 먹었으니 보상을 요구합니다. "놀아주지 않으면 이 방을 못 지나간다"는, 말없는 엄포입니다. 스밀라 하고 앞에서 불러봐도 힐끗 올려다볼 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면 비키지 않겠다는 기세입니다. 털신을 신어 토실토실한 왕발을 내밀며 시위를 합니다. 고양이 딴청에는 이길 사람이 없기 때문에, 놀아주거나 번쩍 들어올려 옆으로 옮겨놓거나 둘 중 하나인데 웬만하면 잠깐이라도 놀아주고 기분을 맞춰주는 것이 서로에게 좋습니다. 앞발을 문쪽에 대고 제 몸을 꼭 끼워 가로막이 된 스밀라의 모습. 사실 동생방의 문은 안쪽으로 밀어 열기 때문에 스밀라가 저렇게 누워있어도 상관없이 열 수 있지만, 그래도 못 이기는 .. 2012. 3. 3.
바쁜 길고양이 붙잡는 '나무의 유혹' 길고양이를 찾아 계단 많은 골목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어느새 무릎이 시큰시큰해지곤 합니다. 계단은 올라갈 때보다 내려갈 때 무릎에 더 큰 하중이 간다고 하죠. 올라갈 때는 조심조심 발끝에 힘을 주고 올라가지만, 내려갈 땐 저도 모르게 타박타박 힘을 풀고 걷게 되어 더 그런 것 같아요. 사람 발에도 높은 계단인데 고양이에게는 어떨까 싶지만, 개의치 않고 통통 뛰어내려갑니다. 그러나 마음 급한 길고양이 앞발을 붙들어놓는 것이 있으니, 계단 한가운데 가로지른 나뭇가지입니다. 입술을 부비부비하며 제 흔적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을 멈추고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얼굴을 열심히 부벼봅니다. 그러다 저와 눈이 딱 마주치고는 이쪽을 의식하며 한동안 동작을 멈추네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모습은 작아서 표정을 잘 .. 2012. 3. 2.
꼬마 길고양이의 해돋이 자세 갈순 아저씨와 함께 염탐에 나선 길고양이 꼬마. 아무래도 어른이 곁에 있어 그런지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과 눈이 마주치지 않았을 때에나 해당되는 말일까요? 저와 눈이 마주치자 금세 고개를 담 아래로 쑥 집어넣습니다. 귀끝까지 쏙 숨겨야 하는데... 아직 그것까지는 모르고 제 눈에 사람이 안 보이면 사람도 저를 못 보겠거니 생각하는 꼬마입니다. 제가 보거나 말거나 갈순 아저씨는 꼼짝않고 이쪽을 보고 있군요. "어, 지금 나가도 괜찮은 거예요?" 하고 묻는 듯 꼬마도 다시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어 봅니다. 올라오는 듯 마는 듯 슬금슬금 머리를 위로 올리는 모습이, 꼭 해돋이 풍경 같네요. 바로 옆에 갈순 아저씨가 있어서인지 꼬마의 얼굴이 더욱 더 작아 보이는 효과가 납니다. 둘이 나란히 .. 2012. 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