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스럽고 귀한 인연, 길고양이 귀연이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다보면, 유독 사람을 반기는 녀석이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귀연이라 부르는 길고양이도 그중 하나입니다. 처음 길고양이를 찍던 무렵, 나를 반가워하는 길고양이를 만나면 '내게 길고양이 페로몬이라도 나오는 건가' 하고 신기해하던 시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고양이의 곁에는 길고양이를 지켜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녀석이 모든 사람에게 친근한 반응을 보이는 게 아니라는 걸 안 것은,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지나갈 때면 걸음을 빨리해서 다른 곳으로 도망가는 것을 본 다음부터였습니다. 아마 아저씨 공포증이 있는 것인지 그 아저씨가 무섭게 대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길고양이를 사람 손에 길들이는 대신, 길고양이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지닌 사.. 2012. 1. 6.
엄마를 찾는 아기 길고양이 전주 한옥마을을 들렀다 돌아오는 길, 어린 고양이의 빽빽 울음소리가 들려 골목길로 들어가봅니다. 어둠을 틈타 엄마 길고양이가 고인 빗물을 마시러 나온 모습과 맞닥뜨렸습니다. 아기고양이는 보이질 않네요. 아기 고양이가 잠자다 일어나보니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서둘러 비탈을 내려오는 모양새가, "엄마, 어디 갔었어요, 빨리 와요" 하는 듯해요. 느긋한 엄마와 달리, 아기 고양이의 마음은 바쁩니다. 성큼성큼 비탈길을 내려오다 저와 눈이 딱 마주칩니다. 질겁해서 다시 은신처로 들어가는 아기 길고양이입니다. '히잉...사람은 무서운데...엄마 빨리 와요!' 아기 고양이가 울상을 짓습니다. 그제야 엄마가 어슬렁어슬렁 발길을 옮깁니다. 아기고양이 마음이 바빠, 앞발이 먼저 엄마를 맞이합니다... 2012. 1. 3.
친구의 체온으로 추위를 견디는 길고양이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철제 계단 위, 길고양이 한 마리가 그윽한 눈으로 먼 곳을 보고 있습니다. 어쩐지 쓸쓸한 그 표정에 이끌려 가까이 다가가 보지만, 계단이 단독주택 안쪽으로 나 있고 담벼락에 가려져 가까이 갈 수는 없습니다. 아쉬운대로 담벼락 옆으로 돌아가 봅니다. 엇, 그런데 어쩐지 길고양이 엉덩이가 여느 고양이보다 좀 더 길어 보입니다. 바로 곁에 노랑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두 마리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처음 마주친 길고양이 뒤에 숨어있던 고양이가 고개를 번쩍 드니 바로 뒤에는 또 다른 노랑무늬 고양이 한 마리가 더 있었습니다. 세 마리가 옹기종기 좁은 자리에 누워 추위를 견디고 있었네요. 한겨울 길고양이에게, 서로의 체온은 가장 좋은 난방도구가 됩니다. 제일 어린.. 2012. 1. 2.
스밀라산 정상의 산신령 고양이 베란다 종이상자 위에 보자기가 덮여 있으면, 스밀라가 아침 구경을 나왔다는 뜻입니다. 마치 작은 동네 산 정상에 흰 눈이 쌓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스밀라의 두 귀가 쫑긋이 나와있는 거랍니다. 우리 가족은 이곳을 스밀라산이라고 부릅니다. 헬기를 타고 스밀라산 정상까지 가 봅니다. 역시 스밀라가 바깥 구경에 여념이 없군요. 베란다 방한용으로 안 입는 오리털 점퍼를 깔아주니 스밀라도 좋아합니다. 어머니가 즐겨 입으시던 오리털 점퍼인데 이제 낡아 못입게 되어서 스밀라 차지가 되었지요. 어머니 냄새가 솔솔 나고, 어머니 품에 안긴 것처럼 따뜻해서 기분이 좋은가 봐요. 오리털 점퍼의 두 팔을 등 위로 돌려서 보온 효과도 나게 하고, 바람막이도 덮어주면 든든해요. 처음에는 바깥구경을 좋아하는 스밀라를 위해 다양한.. 2011. 12. 31.
흰털에 짝눈, 더 고단한 길고양이의 삶 골목을 걷다 보면 '인기척' 아닌 '묘기척'이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영역을 침범당한 길고양이의 묘하게 경계하는 듯한 목청의 우웅~ 하는 울음소리, 혹은 배고파 엄마를 찾는 새끼고양이의 빽빽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릴 때면 십중팔구 그곳에 고양이가 있습니다. 인기척이 느껴지는 집 지붕 틈새로 얼굴을 돌리니, 젖소무늬 엄마 고양이가 놀란 눈으로 휙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 뒤편에는 작고 하얀 새끼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흔히 '오드아이 고양이'라 부르는 짝눈 고양이입니다. 푸른빛 눈과 황금빛 눈을 동시에 갖고 있지요. 여느 가정에서 집고양이로 태어났다면 예쁨받고 건강하게 지냈겠지만, 이렇게 온 몸이 하얀 길고양이는 길에서 살아남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일단 하얀 외투의 색깔 때문에 위장복을 입는 다른 친구들과.. 2011. 12. 30.
길고양이 찰리와 그의 '오른팔, 왼팔' 길고양이 호순, 갈순, 찰리 씨가 오래간만에 한 자리에 모여있는 모습을 만났습니다. 호순 씨는 여전히 애교많은 모습으로 부비부비에 여념이 없네요. 담벼락 위 세상에서 당당하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찰리 씨입니다. 땅밑에 있을 때는 솜바지 입은 동네 아저씨처럼 어수룩하게 보이더니, 저 먼 곳에서 발아래를 내려다보는 찰리의 모습은 마치 이 동네를 제패한 1인자 왕고양이처럼 보입니다. 좌우로 보필한 고양이 두 마리의 모습 때문에 그런지도 모르지요. 찰리의 오른팔, 왼팔이라고 했더니만 금세 또 딴청을 부리는 호순, 갈순 씨입니다. 다른 고양이들이 얼굴을 돌려도, 의연한 자세로 끝까지 저와 눈을 맞추는 찰리입니다. 같은 도시 안에 살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해 살아가는 그들. 그렇게 서로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안.. 2011. 12.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