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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몸으로 편안함을 표현하는 고양이 분리수거를 하다가, 화장품 담았던 상자를 나중에 쓰려고 꺼내놓았는데 스밀라가 슬그머니 머리를 기댑니다. 이거야말로 딱 좋은 목침입니다. 이사한 지 일주일이 넘어서면서, 스밀라의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 듯해요. 낯선 곳이기는 하지만, 익숙한 가족들이 내 곁에 있습니다. 안심해도 된다는 믿음이 생깁니다. 솜방망이 손을 편안하게 내밀고, 목침 벤 자세로 누워있던 스밀라와 눈을 맞춥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한 자리에 그대로 있으면 고양이가 아니지요. 고양이 마음은 움직이니까요. 제 방 문앞에 널브러져서는, 나가지 말라고 온몸으로 주장합니다. 지나가는 동생 발도 한번 슬그머니 잡아봅니다. 급기야 발라당 애교로 마음을 빼앗아보려 노력하는 스밀라입니다. 애교를 부린들 부리지 않은들 사랑스럽지 않은 때가 없으니 굳이 애.. 2011. 11. 18.
'은행나무 절' 용문사에서 만난 길고양이 이사 전후로 바쁜 와중에도 매달 어김없이 잡지 마감은 돌아옵니다. 일부러 시간 내어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는 만큼, 일하는 중에 오며가며 우연히 만나는 길고양이의 모습이 더욱 반가워지는 때입니다. 먼 길 떠날 때의 고단함을 사라지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이기도 합니다. 용문사에 들렀다가 만난 길고양이 한 마리도 그랬습니다. 아마 기와불사 하느라 쌓아놓은 기와인 듯한데 저와 눈이 마주치자 기와 더미 위로 훌쩍 뛰어 올라갑니다. 한 발짝 더 뛰어올라 오도카니 선 길고양이입니다. 인기척은 신경이 쓰이는지 잽싸게 언덕으로 올라가버립니다. 휴대형 소형카메라로는 희미하게밖에 담을 수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고양이 삼색털이 좋은 보호색이 되어주네요. 용문사는 수령이 천 년이 넘는 은행나무로 .. 2011. 11. 17.
길고양이 블로거를 보는 길고양이 표정 "애쓴다" 이삿짐을 풀다 보니 '정말 치마가 한 장도 없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됩니다. 원래도 치마가 거추장스러워 교복 이후로는 잘 입지 않았지만, 길고양이를 만나러 다니면서부터는 더더욱 치마를 입지 않게 됐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길고양이를 만나기만 하면, 걸핏하면 땅바닥에 주저앉거나 눕거나 하면서 사진을 찍으니 치마란 역시 불편하지요. 이 날도 차 밑으로 기어들어가 숨는 길고양이를 찍는데, 거울처럼 반사된 차 표면에 사진 찍는 제 모습이 찍혔습니다. 사진 찍을 때는 고양이에만 관심을 쏟느라 표면에 반사된 제 모습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집에 와서 사진을 옮기면서 보니 저렇게 하고 있네요. 저조차도 평소 길고양이 사진을 찍을 때 어떤 자세인지 볼 수 없는데, 이걸 보니 재미있기도 하고 해서 올려봅니다. .. 2011. 11. 16.
인왕산 성곽길에서 만난 길고양이 인왕산 성곽길을 오르는 중에, 저멀리서 희끗한 털뭉치가 보입니다. 뾰족한 두 귀, 쫑긋한 꼬리, 길고양이 한 마리가 낙엽으로 물든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산을 오르느라 두 손이 비어있어야 편할 듯해서 카메라는 배낭에 넣어둔 상태인데, 설마 여기서 고양이를 만날까 싶은 곳에서 길고양이를 만났네요. 짐에 엉켜 잘 나오지 않는 카메라를 꺼내고, 거추장스런 배낭은 계단에 두고 고양이 뒤를 따라가 봅니다. "응? 넌 누구냐옹?" 인기척에 놀란 고양이도 저를 돌아봅니다. 아직 앳된 얼굴의 청소년 길고양이입니다. 아기 티를 벗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하네요. 엄마는 어디 가고 혼자 산을 오르는지... 사람도 오르기 힘든 잔가지 쌓인 길을, 짧은 다리로 낑낑 기어올라갑니다. 그러면서도 혹시 뒤따라오는지 불안한 마음에 .. 2011. 11. 14.
날로 발전하는 고양이의 은신술 토요일 오전, 집에서 이삿짐을 풀고 있는데 스밀라가 보이지 않습니다. 고양이와 함께한지 얼마되지 않던 무렵에는 혹시 집을 나갔나 당황해서 이리저리 이름 부르며 찾아보았겠지만, 집 어딘가에 비밀장소를 만들어 숨었다가 슬그머니 나오는 고양이의 습성을 안 뒤로는 느긋한 마음이 되어 찾아보곤 했지요. 다만 아직은 풀지 못한 이삿짐이 곳곳에 널려있기에, 짐과 짐 사이로 스밀라가 오르내리다 박스들이 무너져 다칠까 싶어 조금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스밀라를 찾아나섭니다. 오늘따라 잘 보이지 않는 스밀라, 하지만 집의 가구들 중에 아직 짐이 들어가지 않은 곳 중심으로 찾아보면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방에 둔 책장 하단에 미닫이 수납공간이 있는데 스밀라는 용케 그곳이 빈 것을 알아차리고 그속으로 쏙 들어가 있습.. 2011. 11. 13.
이사 3일째, 고양이의 심리변화 고양이와 함께 이사하는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번잡스런 이삿날 당일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기 때문에, 자칫하면 고양이와 이산가족이 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귀중품이나 파손 우려가 있는 물건은 바퀴 달린 배낭에 담아 운반하는 것은 여전하지만, 거기에 귀중품 목록이 하나 추가되었으니 스밀라가 타고 있는 바퀴 달린 이동장입니다. 스밀라와 함께 병원 다닐 때 쓰려고 2년 전에 급히 산 이동장인데, 바퀴가 작아 아스팔트 도로를 끌고 다닐 때면 덜덜덜 소리와 함께 진동이 크게 일어나는 바람에, 그 안에 타고 있으면 어지러울 것 같아 한동안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꺼내어 썼답니다. 이사가 끝나는 저녁까지 스밀라를 내놓지 못할 것 같아, 이삿짐센터에서 사람이 오기 전까지는 밖에 내놓았다가 벨소리가 울.. 2011. 11.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