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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나선 아기 길고양이, 야무진 얼굴 아직 어린 길고양이 한 마리가 봄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엄마 고양이는 어디로 먹이를 구하러 간 것일까요? 아기 혼자 햇볕을 쬐고 있습니다. 조그만 벽돌로 쌓은 나지막한 담도, 어린 길고양이에게는 높아만 보입니다. 사람을 발견하더니, 제 몸을 지키겠다고 야무진 하악질을 해봅니다. 귀가 열리고 이빨이 났으니 젖은 뗐을 테지만, 아직 변하지 않은 눈동자색을 보아 아직은 어린 고양이입니다. 삼색 고양이니까, 지금은 파란 눈동자색도 곧 호박색이나 연두색으로 변할 것입니다. 제가 꼼짝 않고 앉아 기다리니, 어린 고양이도 경계심을 풀었는지 해맑은 표정으로 꽃향기를 맡아봅니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보내는 아기 고양이는 그만 스르르 잠이 듭니다. 햇볕을 온몸으로 받아먹고, 잠이 주는 에너지를 몸에 가득 채워서.. 2011. 5. 9.
현관 지킴이 고양이, 스밀라 사람 냄새가 묻은 물건을 좋아하는 스밀라를 위해, 겨울옷 하나를 현관 쪽에 놓아주었습니다. 현관문 옆 거실에 어머니 컴퓨터책상이 있어서, 스밀라가 그 옆을 배회하곤 하기에 쉬고 노는 자리를 임시로 만들어준 것입니다. 자리가 자리인만큼 현관 지킴이 노릇을 톡톡히 합니다. 장난감으로 놀아주는 어머니를 빤히 올려다보는 스밀라. 이제 7살, 먹을 만큼 먹은 나이. 어지간한 장난감에는 열렬히 반응하지 않지만, 시선만은 떼지 않습니다. 멀뚱멀뚱~ 비록 박스와 헌책을 쌓아 만든 지킴이 자리이지만, 스밀라에게는 좋은 전망대가 됩니다. 귀가할 때면 저 자리에 앉아 저를 반겨주는 스밀라 덕분에, 일찍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2011. 5. 4.
서먹한 길고양이들, 화해하는 법 노랑아줌마와 카오스 대장, 두 마리 길고양이 사이에 정적이 흐릅니다.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다른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작은 일로 싸우고 토라져 외면하는 모습처럼 약간은 서먹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이 다음에는 어떻게 될까' 하는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호기심 어린 마음으로 다음 사건을 기다려봅니다. 그 묘한 정적을 견딜 수 없었던지, 좀 더 살가운 노랑아줌마 쪽이 먼저 화해의 박치기를 시도해 옵니다. 고양이 박치기란, 좋아하는 대상에게 제 얼굴을 가볍게 부딪치는 것이지요. 두 마리 고양이 사이에 감돌던 서먹한 거리감이, 박치기 한 번으로 금세 사라집니다. 어느새 약속이나 한 듯, 서로 몸을 기대고 같은 곳을 바라보는 노랑아줌마와 카오스 대장. 늘 함께.. 2011. 5. 2.
짝귀가 된 길고양이, 고동이 언제나 조심스러움을 잃지 않던 고동이지만, 세월의 흐름은 조심스런 고양이의 마음도 돌려놓는 듯합니다. 소리없이 나와 있다가, 가만히 앉아 웅숭깊은 눈으로 저를 바라보곤 하는 것입니다. 눈높이를 낮추고 아는 고양이와 묵묵히 시선을 교환할 때면,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건넵니다. 윤기가 자르르 도는 고등어무늬 망토에 뾰족 솟은 삼각형 귀가 매력이었던 고동이는 한쪽 귀끝이 이지러져 짝귀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고등어무늬 고양이 중에서 고동이를 구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표식이 생긴 셈이지만, 한편으로는 오랜 싸움 끝에 코뼈가 휘어 얼굴이 망가진 권투선수를 보는 것도 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가끔 이렇게 웃기는 메롱~ 표정을 짓기도 하는 고동이. 고동이를 바라볼 때면 이제는 볼 수 없는.. 2011. 4. 30.
고양이가 놀이를 청하는 방법 스밀라는 저와 놀고 싶을 때 이런 방법을 씁니다. 먼저 문 밖으로 저를 불러내고, 제가 마중나가면 그 틈을 타서 재빨리 빈 의자 위로 뛰어올라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지요. 자기가 먼저 의자에 앉아버리면 제가 거기 앉지 못할 거라는 걸 스밀라는 알고 있습니다. 의자에 앉지 못하면 일도 하지 못할 테니, 그럼 자기와 놀아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지요. 그렇게 잔머리를 굴리는 스밀라가 귀여워서 일이 아주 급하지 않은 다음에야 못이기는 척 놀아주곤 한답니다. 의자 쿠션을 뒤에서 손으로 긁는 것만으로도 금세 눈동자가 동그래져 집중합니다. 고양이의 '갸웃~' 하는 자세는 매번 보아도 참 귀여워요. 고양이 특유의 호기심이 잔뜩 담긴 표정이거든요. 계속 놀아주게 만듭니다. 놀아달라고도 잘 하지만, 금세 싫증도 내는 고양이.. 2011. 4. 29.
단꿈 꾸는 길고양이 표정, 사랑스러워 늦봄이라고는 해도 아직은 바람이 찬 요즘, 그래도 점심 나절이 되면 한낮의 온기가 따스합니다. 밀레니엄 은신처, 햇빛에 따끈하게 데워진 환기구 위에 누운 노랑아줌마는 늘어진 하품을 시작합니다. 슬슬 잠이 올 때가 된 것이지요. "캬옹~ 졸려 죽겠네." 입을 쫙 벌려 하품을 해 봅니다. 몰려오는 잠을 쫓느라 주먹을 불끈 쥐어도 보고... 잠시 갸웃 고개를 들어 정신을 차리려고도 해보았지만... "아~ 못 참겠다." 드디어 정신줄을 놓고 맙니다. 다시 단잠에 빠져듭니다. 잠든 고양이의 얼굴을 밑에서 바라보면, 나이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나이 든 고양이도 아줌마 고양이도 모두 아기고양이 시절의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돌아가게 만듭니다. 따스한 햇살 아래, 누구에게도 쫓기지 않고 꿈꾸는 순간만큼은 집고양이나 .. 2011. 4.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