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사람을 불러내는 고양이 일이 좀 남아 새벽까지 깨어있는데 삐걱...하며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가족 중에 새벽에 제 방문을 열 만한 사람은 없지만, 심증이 가는 누군가가 있습니다. 책상 옆에 있던 카메라를 재빨리 들고 뒤를 돌아보며 찰칵 사진을 찍으니, 스밀라가 제 시선을 모른 척하며 방으로 스윽 들어오는 모습이 찍혔습니다. “스밀라, 뭐해?” 하며 다가가니, 얼른 열린 문틈 사이로 꽁무니를 뺍니다. 제딴에는 “나 잡아 봐라~” 하면서 나가는 것입니다. 좁은 문틈으로도 잘 빠져나가는 모습이 미꾸라지 같습니다. 문밖으로 나가고 나서도 한참 뜸을 들이며 들어오지 않기에, 카메라를 들고 따라 나가봅니다. 뭐하나 했더니, 스밀라는 문 밖에서 저렇게 고개를 빼고 저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조용히 문 안쪽을 주시하는 모습이 ‘나올 .. 2011. 4. 26. 길고양이의 '임산부 요가 교실' 노랑아줌마와 카오스 대장이 나란히 '고양이 요가'를 합니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털을 고르는 것일 뿐이지만, 사람이 보기에는 난이한 자세 때문에 흔히 요가라고 말하곤 합니다. 유독 서로 의지하던 노랑아줌마와 카오스 대장은 임신도 비슷한 시기에 해 버렸습니다. 카오스 대장의 배는 아직 덜 불러오른 것을 보면 노랑아줌마가 먼저 해산을 할 듯하네요. "이봐, 카오스 대장? 힘들지 않아?" 노랑아줌마가 카오스 대장 쪽을 힐끗 바라봅니다. 하지만 대답 없는 카오스 대장. 아직까지 힘들지 않은가 봅니다. 노랑아줌마 표정이 샐쭉해집니다. '힘들지 않은가 보네..' 근심 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사람은 개의치 않고, 고양이들은 자기 할 일에 여념이 없습니다. '"에구구, 나는 그만 할란다. 배가 불러서..." 노랑아줌마가.. 2011. 4. 25. 노랑아줌마를 지키는 연하남 길고양이, 고동이 잡지 마감 주간이 시작되면서 연일 야근인지라 띄엄띄엄 소식 전하네요. 오늘 특집 원고 하나만 끝내면 좀 여유가 생기기에 새 글 하나 띄웁니다. '지붕고양이 1년간의 성장기' 를 전했던 날 만난 고동이와 노랑아줌마 소식이예요. 날이 따뜻해지는 봄이 되면, 흔히 '아깽이 대란'이라 부르는 철이 돌아옵니다. 겨울이 거의 지나간 3월쯤, 새끼를 기르기 좋은 철이 다가온다는 걸 아는 길고양이들은 짝짓기를 합니다. 두 달간의 임신기가 끝나는 5월이 오면 여기저기서 아깽이 소식이 들리지요.짝짓기에 철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겨울보다는 좀 살기 수월한 봄철에 아깽이들이 상대적으로 자주 보입니다. 노랑아줌마도 올 봄 유독 통통해지나 싶더니, 불룩해진 배로 산달이 머지 않았음을 알려줍니다. 고단한 환경에 또 새끼들이.. 2011. 4. 20. 비닐천국에 빠진 고양이, 황홀한 눈동자 한 달간 전시했던 출간기념전이 끝나는 마지막 날인 4월 11일 작업실 사진 액자를 반출할 때 쓰려고 그간 모아둔 세탁소 드라이클리닝 비닐을 한데 쌓아놓았더니, 스밀라가 반색을 하면서 파고들어갑니다. 어쩌나 보자 싶어 하는대로 가만히 놓아두었더니 아예 투명동굴을 만들어 그 안에 쏙 들어가서는 동글동글 눈만 굴리고 있네요. 스밀라에게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기분 좋은 시간인가 보아요. 커다란 눈동자에 신나는 마음이 가득하네요. 사람에게는 그저 한번 쓰고 버리는 비닐뭉치에 지나지 않을 뿐이지만, 고양이에게는 신나는 장난감이 될 수 있답니다. 킁킁, 여기저기 냄새도 맡아봅니다. 2011. 4. 14. 소심했던 지붕 고양이 가족, 1년간의 성장 밀레니엄 고양이 일족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세력이 약한 지붕 고양이들은 늘 지붕에 머물고 있습니다. 각각 보이던 녀석들이 마침 나란히 앉아있기에 기념사진을 찍어봅니다. 같은 장소에 사는 고양이들이 세월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안도감이 느껴집니다. 경계심이 많아 밑으로 내려오지 못하는 녀석들 중에 얼굴에 검은 얼룩이 있는 삼색이는 의뭉이, 볼에 카레얼룩이 있는 삼색이는 의심이, 고등어무늬 형제는 소심이인데, 의뭉이는 보이지 않네요. 1년여 전, 2010년 1월 23일의 의심이와 소심이. 1년은, 짧은 삶을 살다갈 길고양이에게 긴긴 시간입니다. 뾰족한 인상에 눈매가 처져, 늘 뭔가를 의심하는 얼굴처럼 보였던 의심이는 얼굴이 동글동글해졌고, 해맑고 동그란 눈빛을 지녔던 소심이가 오히려 .. 2011. 4. 12. 스밀라 없다 새로 가방을 꺼내놓으면 바로 탐색에 들어가는 스밀라,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돌아보았더니 가방 안에 쏙 들어가 머리만 살금살금 내놓습니다. 고양이는 역시 숨바꼭질의 달인입니다. "스밀라 없~다" 한쪽 눈만 내놓고 까꿍놀이를 선보이는 스밀라입니다. 스밀라와 같은 크기가 되어서 가방 속에 쏙 들어가보고 싶은, 그런 날입니다. 2011. 4. 11. 이전 1 ··· 54 55 56 57 58 59 60 ··· 30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