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꽃의 유혹에 빠진 길고양이 호기심 많은 어린 길고양이의 눈에, 민들레 꽃봉오리가 들어옵니다. 나뭇가지든 손가락이든, 일단 길고 뾰족한 것만 발견하면 턱을 비비고 보는 습성 탓에, 아직 채 피지도 않은 봉오리에 자꾸만 눈이 갑니다. 고개를 한들한들 흔드는 꽃봉오리가 "어서 턱밑을 긁어보렴, 시원할거야" 하고 어린 길고양이를 유혹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바닥에 뒹구는 흔한 풀들과 다른 향이 나는 듯도 합니다. 민들레의 유혹에 못이긴 고양이가 살며시 코를 들이밀어 봅니다. 힘차게 위로 불쑥 솟아오른 모양새와 달리 목에 힘이 없는지라, 민들레는 고양이가 코끝으로 밀면 밀리는대로, 그렇게 흔들거리기만 할 뿐입니다. 민들레 특유의 향기가 싫지 않았는지, 바로 옆 활짝 핀 꽃으로 가까이 다가가 다시 냄새를 맡아봅니다. 벌써 여름이 왔나.. 2010. 5. 11. 은밀한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이중심리 스밀라가 제일 좋아하는 은신처는 교자상 아래입니다. 거실에 손님접대 탁자 겸 어머니의 앉은뱅이책상으로 쓰고 있는데, 높이가 낮고 넓어서 스밀라가 즐겨 몸을 숨깁니다. 이번에도 교자상 밑으로 우다다 달려가서는, 순식간에 몸을 납작하게 하고 상 아래로 쏙 들어갑니다. 혹시 누가 잡으러 오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살짝 내밀어 기웃기웃합니다. 고개를 쭉 빼고 경계하는 모습이 어쩐지 익살스럽네요. 잡으러 오지 않을 것을 안 스밀라의 눈매가 차분해졌습니다. 쫓아오지 못하는 곳에 숨었으니 안심해야 할 텐데 어쩐지 너무 완벽하게 숨어버려 더 이상 숨바꼭질놀이를 할 수 없게 된 아이의 시무룩한 표정 같기도 합니다. 차분히 네 다리를 접고 식빵자세에 잠긴 스밀리입니다. 교자상 밑에서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 같.. 2010. 5. 10. 아이라인 문신이 선명한 길고양이 길고양이 중에 유독 성정이 강해 보이는 녀석들이 있다. 고양이가 달라봐야 얼마나 다르겠냐고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실제로 눈을 맞춰보면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왜 그런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보이는 고양이들은 대개 아이라인이 까맣고 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화장이 능숙하지 않은 나는 마스카라를 칠하거나 아이라인을 그리면 눈 주위가 까맣게 번져서 팬더눈이 되는 바람에 눈화장을 포기하고 말았는데, 간혹 전철에서 아이라인에 문신한 아주머니를 만나면 '헉, 아이라인이 너무 진해서 무섭다' 하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조금 가늘게 해 넣으면 어색하지 않고 매일 따로 그릴 필요도 없으니 편하긴 하겠네' 싶었는데, 고양이라면 아이라인이 잘못 그려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아이라인에 천연 문신을.. 2010. 5. 7. 자다 깬 고양이의 뻗침머리 "귀여워" 점심 전후로는 사람도 식곤증에 노곤해지기 마련인데, 하루에 16시간 이상을 자야 한다는 고양이가 졸음의 유혹을 이길 리 만무하다. 등받이 소파로 쓰던 상자에 머리를 기대고 곤히 잠든 스밀라다. 귀여워서 몰래 사진을 찍으려고 다가간 사이, 작은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밀라는 셔터 소리가 들리자마자 눈을 번쩍 떠 버린다. 또 다시 "나는 시방 위험한 짐승이다" 표정을 짓는 스밀라. 막 잠들려고 할 때 누가 깨우는 것처럼 짜증나는 일도 없을 테니... 슬쩍 미안해진다. 그런데 저 뻗침머리는 어쩔거야^_^; 웃으면 가뜩이나 심기 불편한 스밀라가 더 화를 낼 것 같고, 사진을 컴퓨터로 옮기면서, 이렇게 스밀라 몰래 실실 웃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세요? 길고양이 통신 블로그를 무료구독+해 보세요.[배너 클릭!] 2010. 5. 6. 까치발을 한 길고양이, 쓸쓸한 뒷모습 골목을 걷다보면 문을 열어둔 집이 간혹 눈에 띈다. 이중 삼중으로 걸쇠를 걸고, 그것도 모자라 번호자물쇠며 현관 출입제어장치까지 갖춘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나, 더 이상 빼앗길 것도 잃을 것도 없다 여기는 사람들에게 문이란 집에 형식적으로 딸린 부속일 뿐이다. 그 문조차 활짝 열린 부엌 앞에, 종종걸음으로 갈 길을 가던 길고양이가 문득 멈춰선다. 열린 부엌 문 너머로 무엇을 본 것일까. 아마도 눈보다 코가 먼저 반응했을 것이다. 고양이는 잠시 머뭇거리다 계단 너머로 몸을 내민다. 안이 잘 보이지 않자, 까치발을 하고 고개를 쭉 내민다. 가벼운 섀시문 한짝 달린 문턱 너머로, 인간의 영역과 고양이의 영역이 그렇게 나뉜다. 한 걸음 안으로 내딛으면,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도 맛보고, 귀여워해주는 .. 2010. 5. 6. 어린이날 생각나는 아기 길냥이들 날이 포근해지는 5월이 오면 길고양이 세계에서도 '아깽이 대란'이 일어난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 어린 새끼들을 키울 자신이 없는 고양이들은, 본능적으로 가장 양육하기 좋은 때에 새끼를 낳게 되는데 그 시점이 1년 중에서도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5월이다. 5월이 돌아오면 문득 떠오르는 마음속의 아기 길냥이들을 돌이켜본다. 2002년에 처음 만난 행운의 삼색고양이가 1년 후에 낳은 새끼들의 모습. 이제 막 젖을 뗀 새끼들은 엄마가 맛있는 먹을 것을 구해오길 기다리며 곤히 잠들었다. 그간 만났던 어린 길고양이들 중에는 무사히 자라서 그 동네의 터줏대감이 된 경우도 있지만 다음해, 그 다음해에도 같은 자리에서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 한번뿐인 만남이어도 쉽게 잊을 수 없는 고양이가 있다. 뼈만 남은.. 2010. 5. 5. 이전 1 ··· 34 35 36 37 38 39 40 ··· 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