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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여름을 느낄 때 잠깐 나갔다 올 일이 있어 외출 준비를 하는데, 스밀라가 보냉상자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앉은 것이 문틈 너머로 보인다. 며칠 전 김치배달을 시키고 나서 미처 치우지 않았던 상자인데, 저 위에 앉아있으니 빙산 위의 아기물개 같다. 드디어 고양이들이 바람 잘 드는 곳을 찾아다닐 때가 된 것이다. 완연한 여름이다. 2009. 6. 29.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4쇄 찍었습니다 한동안 존재를 잊고 있었던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가 4쇄를 찍었습니다. 2009년 1월 12일에 찍었다는데 따로 연락을 못받아서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제 다음넷 블로그를 쓰지 않아서 http://catstory.kr로 바꿔넣으려고 했는데 5쇄를 찍을 때나 수정할 수 있겠네요. 과연 5쇄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만... 3쇄를 2007년 6월 5일에 찍었으니 4쇄 찍기까진 대략 1년 반 걸린 셈이고, 아마 5쇄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리겠죠. 책 나오기 전까지는 표지 시안도 한번 보지 못해서 어떤 사진이 표지가 될지 몰랐는데, 처음 책을 받아보고 표지가 너무 어두워서 충격도 먹었습니다만, 이미 나온 건 어쩔 수 없고... 제가 머릿속에 그렸던 건 좀 더 밝고 유쾌한 길고양이의 모습이었거든요. 어쨌든.. 2009. 6. 27.
일본인 관광객과 길고양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일본 관광객을 만났다. 여자 둘이 함께 여행하는 것 같다. 길고양이를 보며 뭐라뭐라 이야기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근처 편의점 쪽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한 4분쯤 지났을까, 한 사람이 손에 크래미를 쥐고 나타났다.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어묵 비슷한 걸로 급히 고른 모양이다. 노랑둥이가 조심스레 크래미를 받아먹는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여행지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누구나 다 저렇게 될 수밖에 없구나. 하긴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니. 여자는 크래미 쥔 손을 고양이에게 너무 가까이 들이댔다가 할큄질을 당하고 "이따이~" 하면서 호들갑을 떤다. 어쨌든 친구가 있으니 용감해지는 것이다. 사진은 저질폰카로 찍은 고양이. 노랑둥이의 눈빛에 경계심과 먹고 싶은 마음이 교차한다. 2009. 6. 27.
작은 세계 투명한 물로 가득 찬 스밀라의 눈동자에 방이 비친다. 회색과 흰색이 섞인 스밀라의 털옷과, 스밀라가 깔고 앉은 검은 배낭과, 스밀라를 찍는 나와, 등 뒤의 책꽂이까지. 고양이가 보는 세계를 내가 다시 들여볼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롭다. 그건 스밀라의 눈이 볼록거울이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조그만 세계의 무게를 떠올려보고, 그 세계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지켜야 할 소중한 대상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스스로를 놓아버리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내는 게 아닐까 싶다. 2009. 6. 25.
감출 수 없는 것 고양이의 동공이 커질 때는 대개 두 가지 경우다. 눈앞이 온통 어둠뿐일 때와, 관심 가는 뭔가를 발견했을 때. 이 두 가지는 고양이에게 본능적인 반응이어서 감출 수가 없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의뭉스럽다 말하지만, 동물 중에 가장 명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건 고양이가 아닌가 싶다. 어차피 어두우니 눈 떠도 소용없다고 포기하지 않기, 어둠 속에서 눈 감지 않기.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마음에 담아두기, 가지지 못해도 눈동자 속의 우물에 담아오기. 고양이가 내게 가르쳐주는 것. 2009. 5. 30.
고양이가 생각하는 책의 또다른 용도 오래간만에 스밀라의 근황을 전합니다. 잘 자고, 잘 놀고, 여전히 새벽 5시에 사람을 깨우네요T-T 발밑에는 어머니의 여권지갑을 깔개 대신 깔고, 저렇게 동그랗게 해 가지고 누워있습니다. 종종 사람들도 그렇게 합니다만, 역시 고양이도 책을 베개로 쓸 줄 아는군요^^ 눈이 스르르 감기는가 싶더니... 꾸벅꾸벅 졸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머리를 기댑니다. "난 머리로 책 내용을 흡수하고 있을 뿐이고~" 하지만 실제로 잘 때는, 베개 없이도 잘 잠든답니다. 살짝 앙다문 송곳니가 매력포인트. 2009.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