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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고양이] 001. 고백 알라딘  교보문고 예스24  인터파크 길고양이 포토에세이 [폴라로이드 고양이] 시리즈를 시작합니다. 폴라로이드 사진 형식의 포토에세이는 2004년 10월에 '고양이집'이란 글을 쓰며 구상했는데 이제야 재개하네요. 그때 당시에는 '500x500'이란 컨셉으로 가로 세로 500픽셀 정사각형으로 리사이즈한 사진 시리즈를 웹에 올렸었구요, 폴라로이드 고양이 시리즈는 2002년부터 찍어온 고양이 사진들 중에서특별한 이야기가 있는 컷을 재구성해 2012년 '길고양이 이야기' 10주년을 기념하는 미니포토북을 만들려고 합니다. 새연재 [폴라로이드 고양이]도 즐겁게 감상해주세요^^"내 입으로 말하자니 영 쑥스러운데...놀라지 말고 잘 들어." "사실 나, 아수라 백작으로 분장한 거야.""매일 아침마다 분장을 반반씩 새로.. 2010. 5. 19.
길고양이의 생존 필수과목, 공중부양술 길고양이로 살면서 배워야 할 과목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공중부양술입니다. 인간은 할 수 없는 것이기에 귀찮은 미행자를 따돌릴 때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단지 인간을 골려먹기 위한 게 아니라 길고양이의 생존을 위한 필수과목이기도 합니다. 슬레이트 지붕과 담 사이의 거리는 제법 되지만, 고양이는 온몸의 근육을 힘껏 펴고, 단번에 하늘을 날아오릅니다. 해질녘이 거의 다 된 지라 셔터스피드를 최대로 확보하기 위해 감도를 많이 올려놓았지만, 순식간에 벌어졌다 끝나는 고양이의 공중부양을 모두 포착하기에는 기록속도가 딸립니다. 해서 가끔 공중부양을 하는 고양이를 만나도 늘 심령사진같은 사진만 찍곤 했는데, 이날은 마치 자기의 능숙한 공중부양 솜씨를 자랑이라도 하겠다는 듯 공중부양을 두 번이나.. 2010. 5. 19.
우수에 젖은 길고양이 얼굴들 길고양이를 찍긴 해도 제 사진을 찍을 일은 별로 없는데, 오래간만에 절 찍어주신 분이 있어서 사진을 받아보았습니다. 헉! 얼굴이 팅팅 붓고 화장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대여섯 살은 늙어보입니다. 아무 생각없이 담담하게 카메라를 쳐다보았다고 생각했는데 표정도 어쩐지 무겁습니다. 피부든, 마음이든 이제 신경써서 관리하지 않으면 그대로 얼굴에 표가 나는구나 싶었답니다. 팍팍하게 살아온 삶은 그렇게 얼굴에 남는가 봅니다. 걱정을 열심히 해서 문제가 해결된다면 하루종일 걱정만 하겠는데, 막상 그런 것도 아니니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하지만 걱정도 습관인지 잘 그만두게 되지 않습니다. 길에서 마주친 고양이의 표정을 살피다 어느새 그 속에서 제 얼굴을 발견하게 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저 고양이는 무슨 일이 있기에 우.. 2010. 5. 18.
순간이동하는 길고양이, 놀라운 순발력 등나무 아래 식빵을 구우며 단잠에 빠졌던 고양이의 귀가 갑자기 쫑긋합니다. 녀석이 숨은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초등학생의 기척이 느껴집니다. 길고양이의 '초딩 감지 안테나'가 재빨리 회전하기 시작합니다. 고양이가 피하고 싶은 대상 1순위가 '덩치 큰 남자사람'이라면, 아마도 2순위는 초등학생일 겁니다. 덩치는 작지만, 길고양이에게 장난기 어린 관심을 보이는 통에 여간 귀찮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초등학생의 호기심이 잘못된 방향으로 뻗어나가면, 고양이를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마주친 초등학생은 그저 무심히 지나쳐 갈 뿐인데, 길고양이 마음은 괜히 조급합니다. 혹시 귀찮은 일이 생길지 모르니 일단 피해놓고 보자는 심산입니다. 번개같이 등나무 위로 몸을 날립니다. 어느새 등나무 꼭대기 .. 2010. 5. 18.
길고양이의 아찔한 공중점프, 멋있어 길고양이가 시도하는 점프는 아찔하지만, 집고양이들이 여간해선 보여주지 않는 대담한 동작인지라 매번 감탄하며 바라보게 됩니다. 이날도 뉘엿뉘엿 지는 햇볕을 쬐던 얼룩무늬 길고양이가 저 멀리 지붕 너머로 눈길을 던집니다. 건너편 지붕 위로 뛰어오르려는 것입니다. 길고양이가 앉아있던 담벼락은 고양이 키의 7~8배 높이는 됨직하고, 바로 밑에 커다란 개까지 있었습니다. 자칫 발을 헛디뎌 떨어지기라도 하면 '고양이 망신'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큰 봉변을 당할 상황이었습니다. 세월의 탓인지 고르게 깔리지 않고 삐뚤빼뚤 허술하게 놓인 기와를 보고 있자니, 고양이가 뛰어오른 무게로 기와가 흔들려 빠지기라도 하는 건 아닌지, 비스듬한 경사에 발을 헛디뎌 아래로 미끄러지는 것은 아닐지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 2010. 5. 17.
반할 수밖에 없는 고양이의 옆모습 스밀라가 베란다로 나가고 싶다고 칭얼거려서, 문을 열어주었더니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좋아한다면, 그들의 털오라기 하나라도 사랑스럽지 않은 구석이 있을까 싶지만, 그중에서도 고양이의 옆모습처럼 사랑스러운 모습은 없을 것 같습니다. 베란다에 방치해 둔 싸구려 옷보자기를 배경으로 선 것뿐인데, 사진 스튜디오에서 포즈를 취한 모델보다 더 당당하고 아름답게 보입니다. 고양이마다 얼굴 생김생김이 제각각 다른데, 스밀라는 이마가 짱구처럼 도톰하고 코가 낮아서, 옆에서 보면 볼을 잔뜩 부풀린 아기처럼 보입니다. 이렇게 보면 가만히 무언가를 생각하는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물론 고양이의 매력은 옆모습에만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렇게 어딘가에 정신이 팔려 입을 살짝 벌리고 있을 때나 갑자기 카.. 2010.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