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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세계 투명한 물로 가득 찬 스밀라의 눈동자에 방이 비친다. 회색과 흰색이 섞인 스밀라의 털옷과, 스밀라가 깔고 앉은 검은 배낭과, 스밀라를 찍는 나와, 등 뒤의 책꽂이까지. 고양이가 보는 세계를 내가 다시 들여볼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롭다. 그건 스밀라의 눈이 볼록거울이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눈에 비친 조그만 세계의 무게를 떠올려보고, 그 세계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지켜야 할 소중한 대상이 있기 때문에, 사람은 스스로를 놓아버리지 않고 꾸역꾸역 살아내는 게 아닐까 싶다. 2009. 6. 25.
감출 수 없는 것 고양이의 동공이 커질 때는 대개 두 가지 경우다. 눈앞이 온통 어둠뿐일 때와, 관심 가는 뭔가를 발견했을 때. 이 두 가지는 고양이에게 본능적인 반응이어서 감출 수가 없다. 사람들은 고양이가 의뭉스럽다 말하지만, 동물 중에 가장 명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건 고양이가 아닌가 싶다. 어차피 어두우니 눈 떠도 소용없다고 포기하지 않기, 어둠 속에서 눈 감지 않기. 좋아하는 것을 발견하면 마음에 담아두기, 가지지 못해도 눈동자 속의 우물에 담아오기. 고양이가 내게 가르쳐주는 것. 2009. 5. 30.
고양이가 생각하는 책의 또다른 용도 오래간만에 스밀라의 근황을 전합니다. 잘 자고, 잘 놀고, 여전히 새벽 5시에 사람을 깨우네요T-T 발밑에는 어머니의 여권지갑을 깔개 대신 깔고, 저렇게 동그랗게 해 가지고 누워있습니다. 종종 사람들도 그렇게 합니다만, 역시 고양이도 책을 베개로 쓸 줄 아는군요^^ 눈이 스르르 감기는가 싶더니... 꾸벅꾸벅 졸다가... 에라 모르겠다~ 하고 머리를 기댑니다. "난 머리로 책 내용을 흡수하고 있을 뿐이고~" 하지만 실제로 잘 때는, 베개 없이도 잘 잠든답니다. 살짝 앙다문 송곳니가 매력포인트. 2009. 5. 21.
바다를 건너는 거문도 고양이 고양이와 함께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넙니다. 거문도 양식장에서 살던 집고양이입니다. 고양이에겐 눈앞의 깊은 바다가 아찔할 법도 한데, 아무 거리낌이 없습니다. 두려움도 반복해서 겪다 보면, 아무렇지 않게 되나 봅니다. 바다를 건너는 고양이의 의연한 표정을 보며 기운을 얻습니다. 풀어놓을 사진도, 할 이야기도 많지만 한동안 쓸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이 막히면 글도 막힌다는 걸 새삼 느낍니다. 7월 초부터 거문도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려 합니다. 그때는 아마 몇 가지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고양이에게서 힘을 얻듯이,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있는 분들께도 고양이 친구들이 힘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2009. 5. 19.
마음이 평안해지는 길고양이 바탕화면 잠시 쉬는 동안 거문도 고양이 바탕화면을 올립니다. 가끔 길고양이 사진을 갖고 싶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일일이 보내드리지는 못합니다만, 생각날 때 계절에 맞는 사진으로 바탕화면 정도는 만들어서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사진도 한번 요청을 받은 적이 있고, 또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기도 한데요, 길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블로그에 오신 분들께 선물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네요. 요즘은 고양이도 행복해지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함께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고양이를 놓고 싸우는 사람들을 보면서 마음도 괴롭고, 글도 써지지 않아서 힘이 들었거든요. 다 저마다 나름의 생각이 있고 사정이 있어서 싸우는 거라 생각은 하지만... 길고양이에게 도.. 2009. 5. 14.
길고양이 찍는 남자, '찰카기' 아저씨 [예술가의 고양이3] 길고양이 찍는 남자, '찰카기' 아저씨를 만나다 매일 새벽 2시부터 6시까지, 한겨레신문 봉천지국장 김하연(40) 씨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 새벽마다 봉천동 250여 가구에 신문을 돌리는 게 그의 일이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은 고단하지만, 골목 어귀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길고양이를 생각하면 다음날 또 다시 새벽 거리로 나설 힘을 얻는다. 길고양이를 돌보며 사진 찍는 생활사진가 ‘찰카기’-김하연 씨의 또 다른 이름이다. 새벽 6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낙성대역에서 김하연 씨를 만났다. 오토바이를 타고 길고양이 밥 주는 곳까지 갈 거라고 했다. 그는 고 3때부터 아버지를 도와 신문을 돌렸고, 대학을 졸업한 뒤 한동안 잡지사 기자로 일하다 다시 아버지의 일을 이어받았다. 새벽마.. 2009. 4.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