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스밀라가 신장이 많이 안좋습니다. 2주 가까이 스밀라가 사료를 잘 먹지 않고 간식만 깨작깨작 먹는데다 소심해져서 '올해 유독 더위를 많이 타네, 식욕이 줄었네' 정도로 안이하게 생각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고양이가 밥을 잘 안먹어요' 따위 글이나 올리고, 정밀검사를 받아볼 생각도 못하고... 회사 퇴사를 앞두고 일에 치이고 마음도 힘들고, 당장 내 앞에 놓인 우울감을 견디는 데만 급급해서, 스밀라가 조금씩 기력이 쇠해가는 걸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스밀라 증상은 최근 2주 사이에 밥을 잘 먹지 않고, 구토를 서너 번 했어요. 헤어볼을 토하려 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최근 1주일 전후로 평소보다 소변을 자주 봤습니다. 그전엔 소변을 바닥에 싸지 않았는데, 바닥에 몇 차례 누곤 해서 애꿎은 모래만 새로 바꾸었는데.. 2009. 7. 18.
'노트북 방석' 즐기는 고양이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여우가 어린왕자에게 한 말이지요. 스밀라가 사람의 말을 할 수 있다면, 아마 저에게도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파주에서 서울까지 좌석버스를 타고 와서, 다시 전철을 2번 갈아타고 집에 오면 칼퇴근을 해도 8시가 됩니다. 어머니의 증언으로는, 스밀라가 7시 반만 되면 현관 주위를 어슬렁거리거나 현관문 옆에 도사리고 앉아서 저를 기다린다고 합니다. 이때쯤 올 텐데 하고 제가 올 시간을 기억한다는 거죠. 현관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제가 씻고 책상 앞에 앉으면 "응!" 하고 기합을 넣으면서 단번에 뛰어올라 저렇게 책상 위에 앉습니다. 등을 동그랗게 말아가지고 최대한 몸을 작게 만들어서 앉은 고양이를 보면 오리 같기도 하고, 백자 같기도 해요... 2009. 7. 15.
더위먹은 길고양이 '피서법' 원래 사막에 사는 족속이었다는 고양이도, 찌는 듯한 더위에는 영 맥을 못추는 듯합니다. 어디든 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네 다리를 쭉 뻗고 널부러지는 걸 보면 말이죠. 길고양이가 자리를 차지하고 누운 곳도, 나무 그늘 아래 볕이 들지 않는 시원한 자리입니다. 키 작은 나무들이 둘러싸고 있어 방해를 받지 않고 조용히 쉬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집에서도 가장 시원한 곳이 어디인지 제일 먼저 파악하는 게 고양이인지라, 고양이를 따라다니면 집에서 가장 바람 잘 드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아무도 날 찾지 마" 밀크티도 더위를 먹었는지 만사가 귀찮은 표정으로 나무 그늘에 숨어있습니다. 더위를 잊으려고 낮잠을 청하던 밀크티가 인기척을 느꼈는지 눈을 번쩍 뜹니다. 움직이기도 귀찮은지 몸은 가만히 있고 얼굴만.. 2009. 7. 8.
고양이가 여름을 느낄 때 잠깐 나갔다 올 일이 있어 외출 준비를 하는데, 스밀라가 보냉상자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 앉은 것이 문틈 너머로 보인다. 며칠 전 김치배달을 시키고 나서 미처 치우지 않았던 상자인데, 저 위에 앉아있으니 빙산 위의 아기물개 같다. 드디어 고양이들이 바람 잘 드는 곳을 찾아다닐 때가 된 것이다. 완연한 여름이다. 2009. 6. 29.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 4쇄 찍었습니다 한동안 존재를 잊고 있었던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가 4쇄를 찍었습니다. 2009년 1월 12일에 찍었다는데 따로 연락을 못받아서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제 다음넷 블로그를 쓰지 않아서 http://catstory.kr로 바꿔넣으려고 했는데 5쇄를 찍을 때나 수정할 수 있겠네요. 과연 5쇄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습니다만... 3쇄를 2007년 6월 5일에 찍었으니 4쇄 찍기까진 대략 1년 반 걸린 셈이고, 아마 5쇄는 그보다 더 오래 걸리겠죠. 책 나오기 전까지는 표지 시안도 한번 보지 못해서 어떤 사진이 표지가 될지 몰랐는데, 처음 책을 받아보고 표지가 너무 어두워서 충격도 먹었습니다만, 이미 나온 건 어쩔 수 없고... 제가 머릿속에 그렸던 건 좀 더 밝고 유쾌한 길고양이의 모습이었거든요. 어쨌든.. 2009. 6. 27.
일본인 관광객과 길고양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일본 관광객을 만났다. 여자 둘이 함께 여행하는 것 같다. 길고양이를 보며 뭐라뭐라 이야기를 주고받던 두 사람은 근처 편의점 쪽으로 황급히 뛰어갔다. 한 4분쯤 지났을까, 한 사람이 손에 크래미를 쥐고 나타났다.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어묵 비슷한 걸로 급히 고른 모양이다. 노랑둥이가 조심스레 크래미를 받아먹는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여행지에서 고양이를 만나면 누구나 다 저렇게 될 수밖에 없구나. 하긴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니. 여자는 크래미 쥔 손을 고양이에게 너무 가까이 들이댔다가 할큄질을 당하고 "이따이~" 하면서 호들갑을 떤다. 어쨌든 친구가 있으니 용감해지는 것이다. 사진은 저질폰카로 찍은 고양이. 노랑둥이의 눈빛에 경계심과 먹고 싶은 마음이 교차한다. 2009. 6. 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