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샤시 사진'이 좋아진 이유
나는 '뽀샤시 사진'을 싫어했다. 땀구멍도, 솜털도, 피부의 질감도 없이 그저 뽀얗게 흐려놓은 사진이라니, 너무 작위적으로 느껴졌다. '뽀샤시 사진'은 평범한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결점을 흐리고 뭉갠 다음, 환영처럼 모호한 이미지만 남긴다. 아름다움의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그 사진에 대한 판단은 엇갈린다. 하얀 얼굴에 구슬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만 남은 얼굴이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에겐 사진 속의 모습만이 더없이 아름다워 보일 것이다. 그러나 '뽀샤시 사진'에서 지워진 것들(얼굴의 잡티나, 비뚤비뚤하게 자란 눈썹이나, 눈가의 잔주름 같은)이 자신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면, 김빠진 맥주처럼 닝닝한 느낌밖엔 나지 않을 것이다. '뽀샤시 사진'을 거북하게 느꼈던 건, 결점은 없지만 인간미는 결..
2008. 9.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