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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나카 뒷골목 고양이들 닛포리역 근처 재래시장 야나카 긴자로 가는 길에, 혹시 고양이가 있을까 골목길을 들여다보았더니 있었다. 방울이 달린 목줄을 했고, 근처에 주홍색 밥그릇도 놓인 걸 보니 집고양이다. 집고양이나 길고양이나 관계없이 밖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듯, 방울 단 고양이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집안에만 갇혀 사는 게 아니라, 자유롭게 산책하며 시간을 보내는 고양이들. 그리고 고양이만큼 자주 볼 수 있었던 자전거. 교통비가 비싼 일본에서라면, 자전거가 가장 저렴한 이동 수단인지도 모르겠다. 사진을 찍는 동안 스르르 나타난 고등어무늬 얼룩 고양이가, 흰고양이와 카메라 사이로 끼어들어 엉덩이를 붙이면서 슬며시 내 눈치를 본다. 2008. 3. 2.
스밀라와 놀아주기 방문을 조금 열어두고 문틈으로 손가락을 꼼질꼼질하면, 스밀라가 몸을 잔뜩 움츠리고 달려올 준비를 한다. 사냥 준비 태세를 갖추는 것이다. 턱은 땅바닥에 닿을 듯이 낮추고, 앞발은 짐짓 몸 아래 슬쩍 감추고, 엉덩이는 살짝 들고, 뒷발은 동당동당 제자리뜀을 하다가 순식간에 내달린다. 제딴에는 '들키지 않게 몰래' 시동을 거는 것이겠지만, 엉덩이를 실룩거리는 것만 봐도 녀석이 뛰어올 게 빤히 보이니 웃음만 날 뿐이다.우다다 달려온 스밀라 앞에서 얼른 손가락을 치우면, '아까 그 녀석은 어디 감췄어?' 하고 묻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본다. 고개를 약간 갸우뚱하게 기울여 문틈 너머로 눈길을 주면서. 스밀라는 집에 사람이 있는 걸 알면 혼자 놀려고 하질 않아서, 문 앞에 앞발을 딱 모으고 앉아 고함을 .. 2008. 3. 2.
너의 맑은 눈 사람이든 동물이든 관계없이 눈을 마주보고 있으면 묘한 기분이 든다. 그의 눈동자에 내가 담겨 있고, 내 눈동자에 그가 담겨있다는 건, 생각해보면 경이로운 일이다. 탁구공만 한(고양이에게는 유리구슬만 한) 동그란 무언가에 온 세계가 담긴다는 것도, 두 눈이 마주보는 순간 두 세계가 이어진다는 것도 그러하다. 그러나 시선이 마주치지 않으면, 그 경이로운 순간은 금세 사라져 버린다. 열릴 뻔했을지도 모르는 한 세계가 다시 닫히는 것이다. 2008. 2. 29.
15만 원짜리 비닐 수십 만 대가 팔린 '대박 상품'이라는 음식물쓰레기 건조기를 샀다. 축축하고 퀴퀴한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는 게 유쾌한 일도 아니고, 말려서 버리면 간편하고 좋을 것 같았다. 물건은 주문한 지 이틀만에 도착했다. 온라인 숍 고객 후기에는 배송이 늦다는 불평이 가득했는데 의외였다. 기대하면서 페트병에 모아 둔 음식물쓰레기를 붓고 건조기를 작동시키는데, 동생이 어이없는 얼굴로 나를 부른다. 1회 건조할 때마다 19시간을 연속 가동해야 한단다. 처음 듣는 얘기다. 사이트에 접속해 광고 페이지를 읽어보니 과연 '19시간 사용 시 한 달 전기료 2천 원'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 말은 '한 달 동안 배출된 음식물쓰레기의 총량을 건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한 달 내내 모두 더해서) 19시간' 정도이고, 전기료의 총합도 .. 2008. 2. 24.
당신을 성장시키는 방향을 선택하세요 라모 님의 선물이 도착했다. 봉투를 열어보니 '삶여행 人연 캘린더'와 고양이 걸개 그림, 편지가 한 세트로 들어 있다. '삶여행 人연 캘린더'는, 1년 동안 나의 삶에 누가 들어오고 나가는지 기록한 다음, 1년 뒤에 그 만남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돌아보는 용도로 쓴다. 달력이 아닌 연력 같은 개념이지만, 일정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인연을 기록하는 용도라는 점이 다르다. 1년 뒤에 참여자들의 피드백을 모아 정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여유롭게 뒹굴거리는 고양이 그림이 프린트된 골판지 액자를 보고 있으니, 재활용을 하기 위해 작업실에 모아둔 골판지 상자들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던 라모 님의 모습이 떠올라 웃음짓게 된다. 상자 모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으니. 빈 상자를 좋아하는 건 '고.. 2008. 2. 16.
[프리뷰] 집요한 과학씨, 야생고양이를 찾아가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야생 고양이는 어떻게 살아갈까? 집고양이와 어떤 면에서 다를까? 이런 궁금증을 풀어주는 그림책이 나왔다. 1, 2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작가가 야생 고양이의 생태를 관찰하기 위해 오스트레일리아로 여행을 떠나는 설정으로, 야생 고양이의 생태와 생김새, 새끼를 낳고 키우는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2부에서는 한국 필자가 참여해 고양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추가로 집필했다. 출간일이 1월 28일인 따끈따끈한 책이라 실물을 보진 못했는데, 서점에서 읽어보고 괜찮으면 사 볼 생각이다. 꽃밭 사이에 얼굴만 빼꼼 내민 고양이 그림이 사랑스럽다. 표지 사진은 알라딘에서, 책 내용은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 교보에는 아직 책표지도 안 올라와서 엑박이 뜨는데, 알라딘엔 표지와 본문 스.. 2008.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