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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방망이 스밀라가 안겨 있기 싫어서 바둥거릴 때, 앞발을 지그시 잡고 얼굴에 대 본다. 나를 밀치면서 아래로 뛰어내리려고 꾸욱 힘줘 누르기 때문에, 자동으로 얼굴 지압이 된다. 그래도 발톱은 내밀지 않으니까 착하지. 솜방망이처럼 동그랗고 포근한 고양이 앞발. 2008. 3. 20.
고양이새 고양이 몸 속에는 새가 숨어있는 게 아닐까. 제일 높은 꼭대기에서 내려다보길 좋아하는 고양이, 꼭 책꽂이 끄트머리에 앉는 고양이는. 스밀라를 가만히 안으면, 작고 따뜻한 털북숭이 몸으로 말을 건넨다. 복화술사처럼 입은 열지 않고, 삐익삐익 새 울음을 닮은 콧소리만 내면서. 2008. 3. 18.
고양이 마약, 캣닢 하루종일 스밀라가 뭘 하며 지내나 가만히 지켜보니, 꽤 무료해 보인다. 고양이도 권태를 느낄까. 하긴 같이 놀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장난감 갖고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먹는 음식도 만날 거기서 거기고…. 스밀라가 요즘 만사에 심드렁한 것 같아서, 고양이 간식을 주문하면서 사은품으로 쥐돌이 말고 캣닢 샘플을 보내달라고 했다. 고양이들이 캣닢에 환장한다는 말은 들었지만, 정작 스밀라에게는 한번도 줘 본 적이 없었다. 캣닢에 시큰둥한 고양이도 있다는데 스밀라는 어떨지 궁금했다. 과연 좋아할까나. 어제 주문한 물품들이 택배로 도착했기에 캔이랑 샘플 사료를 주섬주섬 정리하고 있는데, 스밀라가 캣닢 봉지를 발견하더니 갑자기 광분하기 시작;;; 그렇게 흥분해서 날뛰는 건 처음 봤다. 막 침을 뚝뚝 흘리면서 .. 2008. 3. 15.
동물학대의 소극적 공범자 지난해 가을, 고양이 학대 동영상 한 편이 인터넷에 떠돌기 시작했다. 샴고양이를 싱크대에 목매달거나 때리며 괴롭히는 내용이었다. 숨이 막혀 침을 질질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고양이를 본 사람들은 분노했고, “저 인간을 응징해야 한다”는 댓글이 쏟아졌다. 한국 네티즌의 수사력은 놀라웠다. 이들의 집요한 추적과 제보에 힘입어 올해 3월 초 범인을 검거했으니 말이다. 한데 막상 잡고 보니 18살 청소년이어서, 결국 기소유예 처리되었다 한다. 사건의 전말을 보면서 만감이 교차했다. 범인 검거는 통쾌했지만, 미성년자라서 죗값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동물 학대는 ‘재미’가 아니라 ‘죄’라는 것을 일깨우려면, 하다못해 동물단체 봉사 판결이라도 내렸어야 하지 않을까? 범인은 “죄가 되는 줄 모르고.. 2008. 3. 12.
로드킬 영화 '어느 날 그 길에서' 정식 개봉(3.27~) 삵 한 마리가 대로변에 누워 있다. "이제 그만 일어나, 자동차가 달려들지도 모르잖아." 귀에 대고 속삭여도, 녀석은 영원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다. 길을 건너다 로드킬을 당했기 때문이다. 고양이과 동물 중에서는 길고양이와 가장 많이 닮은지라 삵을 보면 친근한 마음이 들곤 했는데... 포스터 속 죽은 삵을 보니 마음이 짠했다. 아직 사체 훼손은 심하지 않지만, 누군가 치워주지 않으면 곧 차 바퀴에 짓눌려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고 말 것이다. 작년 이맘때쯤 로드킬을 다룬 영화 를 상영한다는 메일을 받았다. 2007인디다큐페스티벌 상영작 중 하나로 한 달 가까이 일민미술관에서 상영했지만, 다니던 회사에서 창간할 잡지 준비로 정신없던 무렵이라 가질 못했고 내내 마음이 쓰였다. 한데 이번에 하이퍼텍나다에서 .. 2008. 3. 11.
고양이가 말없이 내려다볼 때 아침에 눈을 뜨면, 고양이가 말없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을 때가 가끔 있다. 어제 아침도 의자 위에 도사리고 앉아서 저렇게 빤히 보고 있더라는...스밀라가 '난 네가 어젯밤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고 말하는 듯한 눈초리로 내려다볼 때면, 내가 뭘 잘못한 게 있나 하고 돌이켜본다. 최근 들어 스밀라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일이라고는, 뭉친 옆구리털 풀어준 것밖에 없는데. 의자 밑을 내려다보는 스밀라의 등을 위에서 바라보면 이런 모습. 이젠 회색 털이 풍성하게 자라서, 어쩐지 긴머리 아가씨 같은 느낌이 든다. 이불로 내려와서도 여전히 새침한 표정. 2008. 3. 9.